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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Aug 06. 2020

이것이 바로 직장생활

- 제 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지원작 <사원증> 리뷰

 이 청년은 누구인가? 날렵한 턱선, 패기 가득한 눈빛,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장함이 느껴진다. 지금과 사뭇 다른 사원증 속 내 사진을 봤다. 풋풋함은 오간데 없고 푸석한 피부와 피곤에 찌든 모습만 남았다. “누구세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이 변해버렸다. 

 영화 <사원증>의 동구와 지철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둘의 인연은 회사에서도 이어진다. 힘든 회사 생활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지만, 어느 날 지철이 생을 마감한다. 회사는 둘의 관계를 이용하여 동구에게 죽은 지철의 사원증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한다. 동구가 못하겠다며 주저하자 상사는 ‘승진’ 제안을 내민다. 결국 동구는 지철의 집으로 향한다. 지철의 엄마는 죽은 아들의 친구를 알아보고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러나 동구는 문 밖에선 친구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직장동료’로 돌변해 버린다.


 동구는 지철의 방을 뒤지며 사원증을 찾는다. 그에겐 죽은 친구보다 살아있는 자신의 승진과 회사에서의 평판이 더 중요해졌다. 지철과 함께했던 기억은 ‘회사 생활’에 짓밟힌다. 동구는 사원증 속 사진과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밝게 웃고 패기 넘쳤던 그는, 남의 자식을 죽여서 내 자식을 먹여 살리는 정글의 포식자가 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바이브 

 작품을 연출한 윤혜성 감독은 7년간 회사생활을 하고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직접 느끼고 부딪힌 이야기라 유연하고 부드럽다. 인간성을 잃고 변해가는 모습과 정글이 되어 버린 직장 내 연대의식을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구현했다. 덕분에 '직장인'인 내가 많은 장면에서 공감했다. 패기 넘치고 정의로운 사원증 속 모습은 사라지고 정글러가 된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반면 취업 준비생이라면 직장생활의 공포를 선행할 수 있는 교보재가 될 것 같다. 사회생활의 쓴 맛을 경험하고 싶거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사원증>만큼 좋은 작품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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