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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Oct 28. 2021

상사의 반말이 불편하다

 “회의 중 툭툭 내뱉는 반말에 기분이 상했어요. 서로 의견을 편하게 말하자고 해놓고는 상사만 편하게 말하더군요. 공적인 자리라면 존댓말이 기본 아닌가요? 가끔 “야”라고 부를 때가 있어요. “왜”라고 대답하고 싶죠.”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김 주임에게 전화를 건 타 부서 상사는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짧은 몇 마디였지만 김 주임은 그 순간 기분이 구겨졌다.


 “야, 파일 보냈다. 확인해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상사는 전화를 끊었다. 끊어진 전화를 들고 있던 김 주임은 생각했다. '이 사람 왜 반말일까?'

 “저랑 일면식도 없는 분이에요. 제가 직급도 낮고 나이도 자기보다 어리다고 반말을 하더군요. 기분이 나빴어요. 그러고 보니 상사들 대부분이 그래요. 직급 낮고 어린 사람에겐 반말을 했어요.”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들 65%가 현재 근무 중인 직장에서 상사가 반말을 한다고 답했다. 그중 50%는 상사의 반말이 크게 상관없다고 느꼈다. 김 주임은 반대에 의견을 보탰다. 그는 상사의 반말이 불편했다.


 “업무 지시할 때 반말을 들으면 기분이 안 좋아요. 안 그래도 싫은 상사인데 더욱 강압적으로 느껴지잖아요. 특히 회의할 때요.”


 공적인 자리인 회의에서도 상사의 반말은 이어졌다. 편하게 의견을 나누자고 했지만 말에서부터 편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예산 문제로 김 주임과 상사는 충돌했다. 김 주임은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상사의 반말에 꼼짝없이 무너졌다. 수평적인 회의라고 했지만 '말'은 수직적이었다.

 “상사는 반말, 저는 존댓말로 받아쳤죠. ‘~하세요’와 ‘~해’의 차이가 엄청 크잖아요. 회의 중 툭툭 내뱉는 반말에 기분이 상했어요. 서로 의견을 편하게 말하자고 해놓고는 상사만 편하게 말하더군요. 공적인 자리라면 존댓말이 기본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끔 “야”라고 부를 때가 있어요. “왜”라고 대답하고 싶죠.”


 협력 업체 직원이 미팅 차 회사에 방문했었다. 청바지와 맨투맨을 입은 업체 직원은 김 주임의 부러움을 샀다. 그때 대표가 회의를 끝내고 나왔다. 맨투맨을 걸친 타 회사 직원에게 대표는 소리쳤다. 


“야, 너 옷 꼬락서니가 그게 뭐야?”


 업체 직원은 얼굴이 붉어졌다. 옆에 있던 김 주임도 당황했다. 대표는 업체 직원이 자신의 회사 직원인 줄 알았다. 김 주임은 대표에게 타회사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는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김 주임이 업체 직원에게 대표 대신 사과를 전했다.

 “자기보다 어려 보이면 무조건 반말이에요. “야”, “너”는 기본입니다. 저희 회사 수준이 다 드러났죠. 다른 회사 직원이 괜찮다고 했지만 표정은 달랐어요. 정말 창피했답니다. 저런 사람 밑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다른 회사는 상대방을 부를 때 '~님', '~프로',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윗사람을 부를 때도 똑같았다. 대표건 부장이건 누구 할 것 없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김 주임이 다니는 회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원들이 어디서 본 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상호존중 문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조직 문화를 개선하여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가장 쉬운 '호칭'도 바뀌지 않았다. 상호존중과 배려는 ‘말’부터 시작된다.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김 주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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