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장 Aug 02. 2020

연봉VS워라밸, 당신의 선택은?

6시가 되면 컴퓨터가 꺼진다. 엑셀이 켜져 있던, 워드가 켜져 있던 상관없다. 대표건 부장이건 차장이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워라밸을 위해 ‘PC-OFF 제도’를 도입했다. 눈치 보느라 6시 20분, 6시 30분 퇴근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이젠 당당하다. 컴퓨터가 꺼져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연금 없는 공무원’이라 부른다. 공무원이 연금 없으면 안 좋은 거 아닌가? 아무튼 9시 출근, 6시 퇴근으로 확실한 워라밸을 누리고 있다.

동종업계 타회사는 살벌하다. 계약서 상 근무시간은 그저 글씨 일 뿐, 조기 출근은 기본이고 야근은 필수다. 실적 압박도 무시무시하다. 달성하지 못하면 주말출근도 불사한다. 퇴근 후 삶은 내 것이 아닌 회사의 것이다. 평일 약속은 주말로 미뤄야 하고, 그 약속도 지켜내기엔 버겁기만 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난 ‘꿈의 직장’을 다닌다. 타 회사 사람들은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이 곳’으로 달려와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오지 않는다. 야근하는 만큼, 실적을 달성하는 만큼 두둑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급은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다. 야근 수당과 특근 수당 등 초과 수당을 받는다. 실적 압박을 이겨낸 자에게 인센티브와 연말 상여금이 지급된다.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이 통장에 꽂힌다. 거기다 퇴근 후 삶이 없으니 돈 쓸 시간이 없다. 통장이 ‘텅 장’이 되는 나와 달리 타 회사 사람들은 늘 충만한 통장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타 회사 대리 연봉은 내가 있는 곳 , 차장 연봉과 맞먹는다. 젊었을 때 많이 벌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 풍족한 지갑을 위해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직은 지능 순이라고 하는데, 나는 지능이 낮다. 이 곳에서 ‘연금 없는 공무원’으로 살아야 될 팔자인가 보다.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순 없지만, 최소 불행은 막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쉽지 않다. 많이 받으면 그만큼 많은 걸 내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담보해야만 했다. 그럴 바에 적게 받고 짧게 일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퇴근 후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며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개척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음에도 사슬에 묶여있다’고 했다. 9시부터 6시까지 얽매여있지만 그 이후엔 자유롭다. 주말에 출근도 야근하는 일도 없다. 실적 못 채웠다고 무시받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돈보다 나의 시간, 내 삶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연봉이냐 워라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직장인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그 질문에 난 ‘워라밸’이라 답하겠다. 일은 퇴근 후 삶을 위함이다. 삶이 없다면 일할 이유가 없다. 일에 쫓겨 산다면 돈이 있더라도 불행할 것 같다. 오늘도 PC-OFF 프로그램이 정상 작동한다. 어떤 작업도 종료를 막을 순 없다. 개발에 힘쓴 IT부서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윈도우가 종료된다는 화면이 떴다. 그와 동시에 회사 생각도 OFF 해버렸다. 지금 이 순간부터 퇴근 후 하게 될 일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많은 신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