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만둔 것을 세어봤다.
연극 영화학과, 광고대행사, 광고기획, 온라인 쇼핑몰 광고 담당자, 팟캐스트 진행자, 인터넷신문 기자, 블로그 관리자… 이 외에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은 일을 때려치웠다. 지금은 어쩌다 보니 은행에 앉아있다. 이것도 언제 끝낼지 잘 모르겠다. 그만둔 이유는 하나다. 나와 맞지 않아서였다. 진득하게 하지 못한다는 핀잔을 받았지만 어쩌겠나. 힘들고 재미없어서 참고할 수가 없다. 그만둔 일들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막상 하고 보니 생각과 달랐고 힘들었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났다며 일단 저질렀다. 그리고 아니면 아닌 걸로 미련 없이 끝내버렸다.
문제 풀이 방법에 ‘소거법(消去法)’이 있다. 여러 개의 보기 중 정답을 찾기 위해 틀린 것부터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이다. 나는 그만두면서 나와 맞지 않는 것을 지워나가고 있다. 진득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끈기 부족도 아니다. 불확실이 가득한 삶 속에서 확실하게 아닌 것을 소거하며 살고 있다. 정답이 언제 나올지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해보고 많이 지워보자. 복잡한 세상 하나, 둘 지워가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