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측정이 성공의 열쇠
항공업계 ESG 담당자로 일하는 후배가 지난주 이런 하소연을 했습니다.
"상사가 SAF 도입을 검토하라고 하는데,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숫자로 증명해보라'고 하네요. 막막해요."
정말 현실적인 고민이었어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경영학의 기본 원칙이 SAF(지속 가능한 항공연료)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SAF의 환경적 효과를 제대로 입증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온실가스 배출 계산 방법론이 필수입니다.
오늘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AF 온실가스 배출 계산 체계와 실제 적용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SAF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생애주기(Well-to-Wake) 관점에서 계산됩니다. 마치 한 사람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활동을 고려하는 것과 같아요.
Well-to-Tank (WTT) : 연료 생산 및 분배
원료를 재배하거나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운송, 정제, 분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 생각해보면 연료 한 방울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단계를 거치죠.
Tank-to-Wake (TTW) : 연료 연소
항공기 엔진에서 실제로 연료가 타면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계산하는 단계입니다.
GLEC Framework는 다중 모드 공급망 전반에 걸친 물류 온실가스(GHG) 발자국을 조화롭게 계산하고 보고하는 유일한 글로벌 인식 방법론입니다. "GHG 프로토콜 기업" 마크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 표준화 기구(ISO) 표준인 ISO 14083의 핵심 기반이기도 해요.
쉽게 말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이 방법으로 계산했어요"라고 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공통 언어인 셈입니다.
SAF의 환경적 속성(탄소 감축 효과)이 생산자에서 최종 사용자인 항공사에게 정확히 전달되려면 명확한 소유권 연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핵심 원칙 네 가지
고유성(Uniqueness)은 각 환경 속성이 고유하며 중복 계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번 사용된 환경 속성은 다시 사용할 수 없어요.
추적가능성(Traceability)은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택배 배송 추적처럼 말이죠.
투명성(Transparency)은 모든 거래와 이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고,
검증가능성(Verifiability)은 제3자가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와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리적 분리(Physical Segregation)
SAF가 물리적으로 기존 연료와 분리되어 보관, 운송되는 방식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비용과 인프라 부담이 상당해요.
속성 분리(Attribute Segregation)
물리적으로는 혼합되지만 환경 속성만 분리하여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Book & Claim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며,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서 널리 활용되고 있어요.
SAF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은 GHG 프로토콜에 따라 3개 범위로 나뉩니다.
Scope 1 (직접 배출)은 회사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자산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입니다. 항공사라면 항공기 연료 연소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여기에 해당하죠.
Scope 2 (간접 배출)는 구매한 전력, 열, 증기 등의 연소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입니다. 연료 생산 시설에서 사용하는 전력 등이 포함돼요.
Scope 3 (기타 간접 배출)는 회사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기타 간접 배출로, 원료 생산, 운송, 제조 공정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Scope 3는 다시 15개의 세부 카테고리로 나뉘는데, SAF와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것들은 카테고리 3(연료 및 에너지 관련 배출), 카테고리 4(상류 운송 및 분배), 카테고리 6(출장), 카테고리 7(통근), 카테고리 9(하류 운송 및 분배)입니다.
배출 강도를 계산하는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출 강도 = 배출된 GHG 질량 / 운송 활동량 운송 활동량 = 운송된 질량 × 운송 거리 배출 강도 = (배출계수 × 연료량) / (운송량 × 거리)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논리적이에요.
화물 운송 사례
화주가 항공 운송업체 B를 고용하여 20톤의 화물을 8,000km 운반한다고 해봅시다. 항공 엔진이 이 비행에서 화주를 위해 160,000L km 활동을 수행했다면, 계산은 20 tonnes × 8,000km = 160,000 tonne km가 됩니다.
운송업체 분석 사례
운송업체 B가 Y에서 Z로 가는 비행에서 다른 화주를 위해서도 화물을 운송한다면, 항공기가 110톤의 화물로 적재되어 총 운송 활동이 880,000톤이 되고, 배출계수 B의 연료 강도가 톤 km당 0.18L라는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어요.
기존 항공유는 gCO2e/L당 3,100의 배출계수를 가집니다. 반면 SAF는 제조 방식에 따라 다른데, Fischer-Tropsch 방식은 254-500, HEFA 방식은 100-1,000 정도의 범위를 보여요. 차이가 상당하죠?
전력망 배출계수도 지역마다 다릅니다. 유럽 평균은 gCO2e/kWh당 350, 미국 평균은 450, 중국은 600 정도예요. 이런 차이들이 최종 계산에 영향을 미칩니다.
SAF는 대부분 기존 항공유와 혼합되어 사용되므로, 혼합 비율에 따른 정교한 배출 계산이 필요합니다.
혼합 연료 배출 강도 계산 공식은: 배출 강도혼합 = (EFSAF × SAF 부피) + (EF기존 × 기존 연료 부피) / 전체 연료 부피
기본 원리
물리적 SAF와 환경 속성이 분리되어 거래됩니다. 항공사는 실제 사용 연료와 관계없이 SAF 속성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중 계산 방지를 위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해요.
실제 적용 사례
공급자 1이 100,000L의 SAF를 생산하고 환경 속성을 공급자 2에게 판매한다고 해봅시다. 공급자 2는 물리적으로는 기존 연료를 사용하지만 환경 속성만 구매하여 Scope 1 배출 감축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어요.
모든 SAF 관련 배출 계산은 독립적인 제3자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원료 조달부터 최종 연소까지 전 과정, 배출계수의 정확성, 계산 방법론의 적정성, 이중 계산 방지 시스템까지 모든 것이 검증 대상이에요.
RSB (Roundtable on Sustainable Biomaterials)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매스 인증과 생애주기 배출량 검증을 담당합니다.
CORSIA 적격 연료는 ICAO에서 인정하는 SAF 기준으로, 탄소 강도 기준을 충족해야 해요.
ISCC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는 유럽 기반의 지속가능성 인증으로 전체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모든 거래와 이전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변조 불가능한 데이터를 보장하고 실시간 추적을 가능하게 합니다. 투명성 확보의 핵심 기술이에요.
IoT 센서를 통한 실시간 배출량 모니터링, AI 분석을 통한 배출 패턴 예측, 이상 상황 즉시 감지 등이 가능합니다. 미래의 SAF 관리는 이런 기술들이 이끌어갈 거예요.
1단계 : 기준선 설정
현재 연료 사용량 및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Scope 1, 2, 3 배출 범위별로 분류한 다음, 데이터 품질을 검증해야 합니다.
2단계 : SAF 도입 계획 수립
목표를 설정하고(혼합 비율, 감축량 등), 공급업체를 선정하여 계약하며, 환경 속성 구매 방식을 결정해야 해요.
3단계 :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실시간 데이터 수집 체계, 정기적 검증 프로세스, 보고서 작성 및 공개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중 계산 방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동일한 환경 속성을 여러 조직이 중복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명확한 소유권 이전 기록을 유지해야 해요.
데이터 품질 관리도 필수입니다. 정확하고 검증된 배출계수를 사용하고, 정기적인 데이터 업데이트와 투명한 가정 사항 공개가 필요합니다.
SAF의 온실가스 배출 계산 방법론은 단순한 기술적 절차를 넘어 전체 SAF 시장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정확하고 투명한 측정 체계가 있어야만 SAF의 환경적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시장 참여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어요.
처음에 얘기했던 후배에게 이제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이제 상사께 정확한 숫자로 증명할 수 있을 거야. 국제 표준에 따른 과학적 방법론으로 말이야."
핵심 성공 요소들
국제 표준을 준수하여 GLEC, GHG Protocol 등 검증된 방법론을 활용하고, 생산부터 사용까지 완전한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 과정 추적이 필요합니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프로세스와 블록체인, AI/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도 중요한 요소예요.
결국 정확한 측정이 신뢰할 수 있는 SAF 시장을 만드는 기초가 됩니다.
다음 4부에서는 SAF 도입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해 글로벌 동향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란 무엇인가를, 2부에서는 항공업계의 탄소중립 로드맵과 SAF의 역할을 다뤘습니다. 앞으로 4부에서는 SAF 도입 현황과 미래 전망을, 5부에서는 기업의 SAF 활용 전략과 실제 적용 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