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숨겨진 탄소발자국을 찾아서

by GLEC글렉

요즘 ESG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매일 밤늦게까지 데이터와 씨름하고 있다. 수많은 스프레드시트와 복잡한 계산식들 사이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배출량의 대부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Scope3 배출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보이지 않는 탄소발자국은 전체 배출량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직접 배출하는 Scope1이나 전력 사용으로 인한 Scope2와 달리, 이것은 우리 기업의 공급망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숨겨진 배출량이다. 마치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떤 방식으로든 운반되어 우리에게 도달한다는 사실이다. 트럭에 넣는 디젤 연료 한 방울에도, 창고에서 사용하는 포장재 한 장에도,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작은 사무실의 전등 하나에도 탄소배출량이 숨어있다.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K-택소노미와 EU의 새로운 지침들이 기업들에게 더욱 정밀한 Scope3 측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그럴듯한 추정치로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정확한 데이터, 검증 가능한 수치, 그리고 투명한 산정 과정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무게

내가 처음 Scope3 배출량 개념을 접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 회사에서 직접 배출하는 것은 전체의 2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충격 말이다. 나머지 80퍼센트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 그리고 우리와 연결된 수많은 공급업체들의 활동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어떤 회사들은 Scope3가 전체 배출량의 90퍼센트를 차지하기도 한다. 특히 물류와 운송 분야에서는 이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화물을 옮기는 모든 과정, 창고를 운영하는 모든 활동, 포장재를 만들고 사용하는 모든 순간에 배출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작년 ESG 투자 동향을 보면, 85퍼센트 이상의 투자기관이 Scope3 배출량 관리 수준을 핵심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회사들은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탄소배출량 관리 수준을 필수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제 작은 부품 하나를 공급하는 회사라도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정확히 알고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우리나라의 K-택소노미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Scope3 배출량 산정과 보고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열다섯 개의 퍼즐 조각들

GHG 프로토콜에서 정의한 Scope3의 15개 카테고리를 처음 봤을 때, 마치 복잡한 퍼즐을 맞춰야 하는 기분이었다. 각각의 카테고리는 서로 다른 산정 방법과 데이터를 요구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물류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류 활동 카테고리다.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배출량을 계산해야 한다. 디젤 연료, 차량 부품, 사무용품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배출량 데이터를 받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하이브리드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체 구매액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품목들은 공급업체별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머지는 산업별 평균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디젤 연료 1리터당 2.7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식이다.


상류 운송과 배송 카테고리는 우리에게 특히 중요하다. 원자재나 제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계산해야 하는데, 거리 기반 방법과 연료 기반 방법 두 가지가 있다. 거리 기반은 운송 거리에 화물량을 곱하고 운송수단별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방식이고, 연료 기반은 실제 연료 소비량에 배출계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하류 활동에서는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의 배출량을 계산해야 한다. 특히 B2C 배송이 많은 기업의 경우 라스트마일 배송의 배출량이 상당하다. 배송 지역별 거리, 차량 유형, 배송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제품 사용 단계의 배출량 계산도 복잡하다. 물류장비의 경우 보통 10년에서 15년 정도 사용되는데, 이 기간 동안의 에너지 소비량을 추정해야 한다. 연간 운영 시간과 에너지 효율성을 고려해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데이터라는 미로 속에서

Scope3 배출량 산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데이터 수집이다. 수십 개의 공급업체와 수백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정말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처음에는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수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이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체 배출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들을 먼저 파악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높은 정확도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나머지 20퍼센트의 배출원들은 산업 평균 데이터나 추정 방법을 활용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도움도 컸다. 전문적인 탄소배출량 측정 솔루션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다. 다양한 배출계수 데이터베이스가 내장되어 있어 수동 계산의 오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공급업체들과의 협력도 중요한 과제였다. 처음에는 많은 공급업체들이 탄소배출량 데이터 제공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ESG 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데이터 제공 방법을 교육하면서 점차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공급업체 계약서에 탄소배출량 보고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다.


데이터의 품질 관리도 중요했다. 수집된 데이터의 완전성, 정확성, 일관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상값이나 누락된 데이터를 신속히 보완해야 했다. 또한 데이터 수집 방법과 가정 사항을 명확히 문서화하여 투명성을 확보했다.


ERP 시스템이나 물류 관리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었다. 구매 데이터, 운송 데이터, 에너지 사용 데이터 등을 자동으로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불완전함 속에서 찾은 완성

몇 달간의 치열한 작업 끝에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완벽한 데이터를 기다리기보다는 지속적인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수집하려고 하면 시작도 할 수 없다. 주요 배출원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정확도를 높여가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Scope3 배출량 관리는 단순한 보고 목적을 넘어서 비즈니스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며,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여정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전문 기업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지원뿐만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배출량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규제 준수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다.


매일 밤 데이터 시트를 정리하며 생각한다. 이 작은 숫자들이 모여 우리가 지구에 남기는 발자국을 보여준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발자국을 줄여나가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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