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물류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조금 복잡하지만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바로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와 Scope별 탄소배출량 관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한 물류업체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화주사에서 갑자기 우리 회사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이게 정말 필요한 건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명료합니다. 네,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ESG 규제의 대변혁기에 서 있습니다. EU CSRD(European Union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가 본격 시행되고,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의 과학적 목표 설정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GHG Protocol이 있습니다. 이 국제 표준은 탄소 배출량을 세 가지 범위로 나누어 관리하도록 합니다.
Scope 1은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입니다. 물류업체라면 자신들이 운영하는 트럭, 창고에서 직접 연소하는 연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Scope 2는 구매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입니다. 창고 운영이나 전기 트럭 충전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Scope 3가 가장 복잡합니다.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배출을 의미합니다. 화주사 입장에서는 물류업체를 통한 운송이 바로 Scope 3에 해당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화주사와 물류업체의 탄소 배출 패턴이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화주사의 경우 Scope 1, 2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배출량을 보이지만, Scope 3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물류업체는 직접 운영하는 차량과 시설로 인해 Scope 1, 2에서 높은 배출량을 기록하고, Scope 3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바로 양측 간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규제들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EU CSRD는 기업들에게 국제표준 방법론을 사용한 상세한 탄소 배출 정보 공개를 요구합니다. 더 이상 추정치나 대략적인 수치로는 통과할 수 없습니다.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탄소 배출량이 높은 국가의 제품에 추가 세금을 부과합니다. 이는 공급망 전체의 탄소 관리를 강제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SBTi의 과학적 목표 설정은 이제 투자 유치와 글로벌 비즈니스의 필수 요건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비즈니스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최근 Apple과 DHL의 협력 사례를 보면, 성공적인 탄소 관리 협력의 핵심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 투명성입니다. 양측은 연료 소비량, 운송 거리, 차량 유형 등의 정확한 데이터를 ISO 14083 표준에 따라 공유합니다.
둘째, 공유된 책임입니다. 화주사는 물류업체의 탄소 감축 투자를 지원하고, 물류업체는 투명한 데이터 제공과 지속적인 개선에 노력합니다.
셋째, 과학적 접근입니다. SBTi FLAG 방법론을 활용하여 감정이나 추측이 아닌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목표를 설정합니다.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데이터 수집 체계 구축 GHG Protocol과 ISO 14083 표준에 따른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연료 소비량, 운송 거리, 차량 유형 등의 기본 데이터부터 시작합니다.
2단계 : 검증 및 표준화 SBTi FLAG 방법론을 활용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검증하고 표준화합니다. 이 단계에서 CDP(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 같은 외부 플랫폼 활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3단계 : 과학적 목표 설정 검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는 양측이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여야 합니다.
4단계 : 실행 및 모니터링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진행 상황을 점검합니다.
지난 몇 년간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탄소 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탄소 관리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초기 투자 비용보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기회와 리스크 관리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실패하는 경우의 공통점은 데이터 수집과 검증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쪽이 데이터를 독점하거나 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협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탄소 관리는 더 이상 환경 담당자만의 업무가 아닙니다. 물류 산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이 되었습니다.
물류 업계의 공급망 탄소 관리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큰 기회를 의미합니다.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들이 향후 5-10년간 시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규제 환경은 계속 강화될 것입니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규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핵심은 '미래를 위한 준비는 지금부터'라는 것입니다. 탄소 관리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이미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화주사든 물류업체든, 우리 모두는 지속 가능한 물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동반자입니다.
탄소 관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노력과 협력으로 이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들은 GHG Protocol Corporate Standard, SBTi Corporate Manual, ISO 14083 Environmental Management 등의 국제 표준과 "The Carbon Footprint of Global Logistics" (Journal of Industrial Ecology), "Managing Carbon Emissions in the Supply Chain" (Harvard Business Review) 등의 연구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물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