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by GLEC글렉

흩어진 조각들을 맞추는 일

오늘 아침,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개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각각의 화면에는 서로 다른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문 관리 시스템, 운송 관리 시스템, 고객 서비스 플랫폼...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류 업계에서 일하게 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처음엔 단순히 물건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운송하고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고, 그들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서비스하는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한 고객이 온라인에서 배송 조회를 하고, 콜센터에 문의 전화를 걸고, 모바일 앱에서 재주문을 하는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각각의 시스템에서 별개의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CDP라는 솔루션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발견한 것 같았다. Customer Data Platform, 즉 고객 데이터 플랫폼은 분산된 고객 정보를 하나의 완전한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고객의 진짜 이야기를 듣다

CDP를 도입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 김 대리가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내 자리로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고객 프로필 리포트가 들려있었다.


"과장님, 이 고객을 보세요. 매주 화요일마다 아기용품을 주문하시는데, 항상 특별 배송 시간을 요청하시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매번 새로운 요청으로 처리했어요."


그 고객은 육아맘이었다. 아기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맞춰서 배송을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 전에는 고객이 매번 콜센터에 전화해서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고, 우리 직원들도 매번 새로운 케이스로 처리해야 했다.


실시간 프로파일 업데이트 기능 덕분에 이제는 달랐다. 고객의 주소 변경, 선호 배송 시간, 특별 요청사항들이 실시간으로 모든 시스템에 반영되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육아맘은 더 이상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었고, 우리도 그녀의 소중한 일상을 더 세심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이 쌓여서 만들어낸 결과는 놀라웠다. 고객 데이터 통합률이 85%에서 97%로 향상되었고, 중복 관리로 인한 비용을 연간 2억 원이나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패턴 속에서 찾은 효율성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탐정 소설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겉으로는 무작위로 보이는 사건들 사이에서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CDP 분석팀과 함께 고객 여정을 분석하던 중,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특정 지역의 고객들이 주로 목요일 오후에 주문하고 금요일 배송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니 그 지역의 특성과 관련이 있었다. 그 지역에는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금요일에 물건을 받아서 주말에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목요일 배송 용량을 늘리고 금요일 배송 루트를 미리 최적화했다. 예측적 물류 관리라고 부르는 이런 접근법은 배송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실제로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물류 기업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배송 성공률을 91%에서 96%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고객의 부재 패턴을 분석하여 최적의 배송 시간대를 예측하고, 사전에 고객과 소통하여 배송 실패를 줄인 결과였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 향상을 넘어서 재배송으로 인한 연간 탄소배출량 8% 감축 효과로 이어졌다.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졌다. 고객의 과거 주문 이력, 선호 상품, 배송 패턴을 종합 분석하여 맞춤형 배송 옵션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환경을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친환경 배송 옵션을,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익일 배송 서비스를 우선 제안하는 식으로 고객 만족도와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선택

요즘 탄소배출량 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CDP를 통해 이런 ESG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통합된 고객 데이터를 통한 배송 최적화는 직접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효과를 가져왔다. 고객들의 주문 패턴과 지역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배송 루트 최적화가 가능해졌다.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최단 거리 배송 루트를 계산하고, 공차 운행을 최소화하여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해외의 한 물류 기업은 CDP 기반 루트 최적화를 통해 연간 탄소배출량을 22%나 감축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친환경 배송 서비스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고객의 환경 의식 수준과 친환경 서비스 선호도를 분석하여, 전기차 배송, 포장재 최소화, 공동배송 등의 친환경 옵션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식별하고 이들에게 맞춤형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ESG 경영 성과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ESG 리포팅 자동화도 CDP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고객별 배송 데이터와 탄소배출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정확한 ESG 성과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이는 투명한 ESG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

CDP 도입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도 있었고, 기존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명확한 목표 설정이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할지, 어떤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할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한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규정 준수, 직원 교육과 변화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도 명확히 했다. 고객 데이터 통합률, 고객 만족도, 배송 성공률, 운송 효율성, 탄소배출량 감축률 등이 주요 지표였다. 특히 물류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배송 비용 절감률, 재배송 감소율, 고객 서비스 응답 시간 단축 등도 중요한 성과 지표로 활용했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

요즘 글로벌 CDP 시장 규모가 약 48억 달러에 달하고, 연평균 28.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고객 데이터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래의 물류 기업은 단순히 물건을 운송하는 역할을 넘어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적이고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CDP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갈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도 매일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처리할 수많은 배송 건수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CDP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는 그 일상을 더 세심하게, 더 효율적으로, 더 지속가능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변화는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환경을 생각하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 직원들도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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