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운송산업분야의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어제 저녁,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티셔츠 한 장을 받았습니다. 깔끔한 포장, 부드러운 촉감, 합리적인 가격. 하지만 이 작은 의류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안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우즈베키스탄 목화밭에서 시작해, 인도 방직공장을 거쳐, 방글라데시에서 봉제되고, 베트남에서 포장되어 우리나라까지 온 긴 여정.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들 말입니다.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건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였어요. 전 세계 패션산업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이 모든 국제항공과 해운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2,700리터. 한 사람이 2년 반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죠.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오염되었는지는 우리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방글라데시 다카 근처 부리강가 강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섬유 염색공장들의 폐수로 강물이 무지개색으로 변해있어요. 그 물을 마시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팜오일 농장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매일 먹는 과자, 라면, 화장품에 들어가는 팜오일을 위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랑우탄들이 집을 잃고, 원주민들이 터전을 떠나야 하는 현실.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에서 일어난 참사를 기억하시나요? 의류공장이 무너져 1,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들은 전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었어요.
건물에 균열이 생겼는데도 출근을 강요받은 노동자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는 현실.
하지만 더 가슴 아픈 건 아동노동입니다. 국제노동기구 통계로는 전 세계 1억 5천만 명의 아이들이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인도 카펫 공장의 작은 손들.
우리가 달콤하게 먹는 초콜릿 뒤에, 우리가 밟고 서는 카펫 아래에 이런 이야기들이 숨어있다는 사실.
며칠 전 독일 지멘스의 오래된 스캔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2000년대에 전 세계 공급업체와 고객사에 체계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던 사건 말이에요.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었지만, 그보다 더 큰 손실은 신뢰였습니다.
투명하지 못한 거래, 숨겨진 회계, 부패한 관리 체계. 이런 것들이 한 번 드러나면 기업 전체가 흔들립니다.
2020년 솔라윈즈 해킹 사건도 그래요.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통한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 정부기관과 수천 개 기업이 피해를 입었죠. 한 공급업체의 보안 취약점이 전체 네트워크를 무너뜨린 사례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더 무서운 이유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마치 거미줄처럼 모든 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농업 지역의 물 부족을 일으키고, 이는 지역사회 갈등으로 이어져요. 갈등이 심해지면 노동 이주가 늘어나고, 아동노동 같은 사회 문제가 더 악화됩니다.
환경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은 대부분 내부 통제 시스템도 부실해요. 부패한 관리 체계에서는 환경 위반이 은폐되기 쉽고, 노동권 침해도 덩달아 일어나죠.
한 곳에서 시작된 작은 문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전체 공급망을 흔드는 일들을 자주 봅니다.
제조업체들은 주로 탄소배출과 화학물질 관리, 노동 안전 문제를 안고 있어요. 특히 철강, 화학, 자동차 산업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들은 탄소 문제가 심각합니다.
유통업체들은 운송 과정의 탄소배출, 포장재 폐기물, 공급업체 노동 조건이 주요 이슈예요.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회사일수록 관리해야 할 공급업체가 수만 개씩 됩니다.
IT업계는 분쟁광물, 전자폐기물, 데이터 보안이 핵심이죠.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가는 희토류 금속들이 어디서 왔는지, 폐 전자제품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 뒤에 이렇게 많은 문제가 숨어있다니.
하지만 절망만 할 일은 아니에요. 이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니까요.
유니레버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50% 줄이겠다고 발표했을 때, 3만여 공급업체가 함께 움직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탄소중립을 위해 협력업체들과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가는 모습도 희망적이에요.
문제를 덮고 모른 척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정면으로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예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위험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평가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나눠보겠습니다. 공급망 매핑부터 디지털 기술 활용까지, 실무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실전 노하우들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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