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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기업이 물류업체를 바꾸는 이유

by GLEC글렉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지난달, 20년 넘게 거래해온 물류업체와 결별을 통보받은 한 제조업체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았는데, 갑자기 ESG 평가 때문에 계약을 끊는다고 하더라고요. 참 세상이 많이 변했네요."


그 순간 저는 우리가 얼마나 큰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330개의 글로벌 기업이 47,000개의 공급업체에게 환경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시대. 이제 물류업계에게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애플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들여다봤습니다. 놀랍게도 애플의 전체 탄소배출량 중 무려 75퍼센트가 Scope 3에서 발생하고 있었어요.


즉, 애플이 아무리 자사 사무실과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도, 공급망에서의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거죠.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집에서는 샐러드만 먹으면서 밖에서는 치킨을 계속 먹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어요.


이 때문에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고, 물류 파트너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탄소관리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과 계약을 체결하려면 이제 CDP B등급 이상 또는 이에 준하는 환경 인증이 필수가 되었어요.


나이키의 접근 방식은 더욱 체계적입니다. 물류 서비스 제공업체를 평가할 때 환경, 인적자원, 안전, 커뮤니티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SCSI를 도입했거든요. 단순히 환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전반을 평가하는 거죠.


흥미로운 점은 지속가능성 성과가 우수한 물류업체에게는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한다는 것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항공 및 해상 화물 제공업체에게 SCSI 어워드를 수여하고, 이들과 우선적으로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한 글로벌 물류업체 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가격과 서비스만 경쟁하면 됐는데, 이제는 지속가능성까지 경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케아의 순환경제 비전은 더욱 미래지향적입니다. 2030년까지 '순환 비즈니스'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물류 파트너들에게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재 폐기물까지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어요.


단순한 운송 서비스를 넘어서 순환경제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물류업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고 있는 거죠.


규제 환경의 변화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시행된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은 EU에 상장된 기업들이 공급망 전체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어요.


이는 EU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공급업체, 즉 물류업체들도 EU 수준의 환경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독일 BMW는 물류 파트너들에게 CSRD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 데이터 제공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도 눈에 띕니다. 2024년 전 세계 ESG 투자 자금이 40조 달러를 돌파했어요. 이는 전체 투자 자산의 약 30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ESG 성과를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죠.


한 기관투자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었어요. 장기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없거든요."


그렇다면 물류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는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봅니다. 화주사와 물류업체가 함께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으로 달성하는 파트너십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거든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전기차 운송 전용 트레일러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이를 통해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어요.


DHL과 독일 지멘스의 협력 사례도 인상적입니다. DHL이 제공하는 상세한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멘스가 공급망 전체의 탄소발자국을 30퍼센트 줄이는 데 성공했거든요. 물류업체가 제공하는 정확한 데이터가 화주사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협력하여 개발한 수소트럭 운송 시스템도 마찬가지예요. 철강 제품 운송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대폭 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운송 기술의 상용화에도 성공했습니다.


탄소감축 성과에 따라 계약 조건이 변동되는 'ESG 연동 계약'도 늘어나고 있어요.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고, 미달성 시에는 페널티를 받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를 부담으로만 여길 필요는 없어요. 체계적인 탄소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물류업체라면 오히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한 중견 물류업체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우리 회사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어요. 연료비도 절약되고, 고객사와의 관계도 더욱 견고해졌어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서 화주사의 혁신 파트너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열쇠입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해요.


최근 한 글로벌 물류업체 CEO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예요."


화주사들이 물류 파트너에게 CDP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닙니다.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 것입니다.


이제 물류업계도 '운송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운송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준비해나간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요.


다음 편에서는 CDP 보고서 작성 시 물류기업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들과 구체적인 해결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과 이를 극복하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함께 나누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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