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HL이 탄소측정 표준을 바꾸던 그날의 기록

by GLEC글렉

2023년 3월의 어느 봄날, 물류업계에 작은 혁명이 시작되었다.


그날 발표된 ISO 14083이라는 다소 건조한 이름의 표준은, 사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응축된 결과물이었다. 전 세계 물류 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측정하며 느꼈던 답답함, 그 오랜 갈증을 해소해 줄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나는 물류업계에서 탄소배출량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글렉이라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고객사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곤 했다. "우리 회사의 탄소배출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 건가요?"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운송 수단마다, 국가마다, 기업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물건의 무게를 재는데 어떤 곳은 파운드로, 어떤 곳은 킬로그램으로 측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ISO 14083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N 16258, GHG Protocol, GLEC 프레임워크 등 기존에 흩어져 있던 검증된 원칙들이 하나로 통합되었다. 마침내 우리는 공통의 언어를 갖게 된 것이다.

DHL이 이 표준을 선택한 이유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릎을 쳤다.


첫 번째 이유는 글로벌 표준화의 필요성이었다. DHL GoGreen 대시보드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 세계 220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다른 기준으로 보고서를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일 년이 걸릴 거예요."


두 번째는 포괄적인 측정 범위였다. 화물 운송부터 승객 운송, 심지어 물류 허브에서 발생하는 배출까지 모두 포함한다. 운송 체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숨겨진 배출원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었다.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어디서 얼마나 배출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된 것이다.


2025년 현재, ISO 14083 도입 이후 2년이 지난 지금의 변화는 놀라웠다.


탄소 상쇄와 실제 배출 측정이 명확히 분리되었다. 더 이상 기업들은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얼마나 배출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추정값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류 운영에 소비된 정확한 에너지와 연료량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계산을 한다. 추측의 시대가 끝나고 측정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도로, 철도, 해상, 항공 등 모든 운송 수단이 하나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관리되기 시작했다. 복잡했던 글로벌 공급망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얻게 된 실질적 이익도 명확했다.


투명성 확보로 고객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게 되었다. 한 글로벌 제조사의 구매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물류 파트너를 선택할 때 가격뿐만 아니라 정확한 탄소배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봅니다."


비용 효율적인 감축 기회도 발견하게 되었다. 데이터를 통해 배출 핫스팟을 찾아내고, 다른 기업과 화물을 통합하는 등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측정이 가능해지자 관리도 가능해진 것이다.


CSRD나 VSME 같은 새로운 규제에 대한 대응력도 강화되었다. 준비된 기업들에게 규제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되었다.


DHL의 GoGreen 대시보드를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모든 DHL 사업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하나의 화면에 펼쳐졌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이터,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 가능한 시각화, 그리고 무엇보다 ISO 14083과 GLEC 프레임워크를 완벽하게 준수한다는 사실. 이것은 단순한 대시보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나침반이었다.


2025년 이후의 전망은 더욱 흥미롭다.

GLEC 프레임워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버전 3.1에서는 화석 연료 생산으로 인한 배출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까지 반영했다. 이제 우리는 더욱 정밀한 측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AI와 IoT 기술이 결합되면서 실시간 배출 추적이 가능해질 것이다. 표준화된 데이터 교환으로 공급망 전체가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2050년 넷제로라는 목표가 더 이상 꿈이 아닌 구체적인 로드맵이 되어가고 있다.


ISO 14083은 단순한 측정 표준이 아니다.

이것은 물류업계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반이다. DHL과 같은 선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입은 이 표준이 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임을 보여준다.


당신의 기업도 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체계적인 탄소배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이제 시작할 때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https://glec.io/?utm_source=brunchstory&utm_medium=blog&utm_campaign=brunchstory_event


#ISO14083 #DHL #탄소배출측정 #물류탄소배출 #GLECFramework #지속가능물류 #ESG경영 #공급망탄소관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CDP A등급, 전체 2%만 오르는 정상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