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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 ESG 담당자가 알아야 할 GRI의 모든 것

by GLEC글렉

처음 ESG 담당자가 되었을 때, GRI 표준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에서 일하며 수많은 기업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니, 그 막막함이 저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어느 가을날, 한 물류회사 ESG 팀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GRI가 도대체 뭔가요? 왜 다들 이걸 쓴다고 하는 거죠?" 그분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1997년에 설립된 GRI는 단순한 보고 기준이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가능성의 공통 언어입니다.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15,000개가 넘는 조직이 이 언어로 대화하고 있고, 특히 글로벌 상위 250개 기업 중 78퍼센트가 이미 이 언어를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GRI의 모듈형 구조입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작은 물류회사든 대형 글로벌 운송기업이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죠.


GRI 표준을 처음 펼쳐보면 세 개의 큰 기둥이 보입니다.

첫 번째는 보편 표준입니다. 모든 조직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GRI 1은 보고 원칙과 요구사항을, GRI 2는 조직의 프로필과 거버넌스를, GRI 3은 중요 주제를 어떻게 결정하고 관리할지를 다룹니다.


두 번째는 섹터 표준입니다. 각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기준인데, 아쉽게도 물류업 전용 섹터 표준은 아직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석유·가스, 석탄, 광업 등 다른 산업의 사례를 참고하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주제 표준입니다. 경제적 영향을 다루는 GRI 200 시리즈 7개, 환경적 영향을 다루는 GRI 300 시리즈 8개, 사회적 영향을 다루는 GRI 400 시리즈 9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류업이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GRI 300 환경 표준입니다. 우리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GRI 301 원재료부터 시작해볼까요. 사용된 원재료의 중량과 부피, 재활용 투입 원재료의 비율, 재생 가능한 원재료 사용 비율을 측정합니다.


GRI 302 에너지에서는 조직 내외부의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하고, 특히 물류업에서는 톤·킬로미터당 에너지 소비라는 에너지 집약도가 중요합니다.


GRI 303은 용수와 폐수를, GRI 304는 생물다양성을 다루는데, 물류센터가 자연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중에서도 물류업의 핵심은 단연 GRI 305 배출입니다. 자사 차량과 선박에서 직접 배출되는 Scope 1, 구매한 전력에서 발생하는 Scope 2, 위탁 운송이나 출장에서 발생하는 Scope 3까지. 이 숫자들이 우리 회사의 환경 성적표가 됩니다.


GRI 306 폐기물, GRI 307 환경 규정 준수, GRI 308 공급업체 환경 평가까지. 이 여덟 개의 표준이 물류업이 걸어야 할 환경 경영의 지도입니다.


하지만 물류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릅니다. 우리의 본질은 움직임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만의 특별한 지표가 필요합니다.


운송 효율성을 보여주는 톤·킬로미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적재율 개선도, 빈 차로 달리는 공차 운행률 감소율, 트럭에서 철도나 선박으로 전환하는 복합운송 전환율.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의 전환도 중요합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무공해차량 도입 비율, Euro 6 이상 차량 비율, 바이오연료 사용 비율, 철도와 해운으로 전환한 물동량.


물류센터도 빼놓을 수 없죠. 녹색건축 인증을 받은 물류센터의 비율,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 LED 조명 전환율, 냉동·냉장 설비의 에너지 효율까지.


2025년, GRI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GRI 102 기후변화 2025가 새롭게 적용되면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가 한층 강화됩니다. 물류업체들은 이제 기후 리스크 평가와 시나리오 분석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GRI 103 에너지 2025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시 요구사항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었습니다.


2026년부터는 GRI 101 생물다양성 2024도 의무 적용됩니다. 우리가 건설하는 물류 인프라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끔 DHL이나 머스크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DHL은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GoGreen Plus 서비스로 지속가능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며, 전 세계 사업장을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업계 최초로 204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 그린 메탄올 선박을 도입하며, 고객별 탄소 대시보드까지 제공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GRI 환경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중요성 평가를 완료했나요?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했나요? 데이터 수집 시스템은 준비되어 있나요? 제3자 검증을 받을 준비가 되었나요? 전년 대비 개선 사항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나요? 목표와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할 자신이 있나요? 그리고 부정적 영향도 솔직하게 보고할 용기가 있나요?


이 질문들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ESG 담당자입니다.

GRI 환경 표준은 단순한 보고 가이드라인이 아닙니다. 물류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나침반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우리가 환경 영향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환경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지, 실무의 디테일을 함께 나누어보겠습니다.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과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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