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페이지에 담긴 우리 모두의 미래

by GLEC글렉

2023년 3월 20일 아침.

스위스 제네바에서 날아온 이메일 한 통이 내 하루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국제표준화기구가 ISO 14083:2023을 공식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143페이지. 그 두께만큼이나 묵직한 의미를 담은 문서였다.


"드디어 우리가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옆자리 동료가 환호성을 질렀다. 글렉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물류 업계 전체가 기다려온 순간이기도 했다.


ISO 14083이 특별한 이유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진정한 글로벌 표준의 탄생이다.

30개국 이상의 전문가들이 3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이제 서울의 작은 물류업체도, 뉴욕의 거대 운송사도, 두바이의 화물 포워더도 모두 같은 기준으로 탄소를 측정한다.


도로, 철도, 해상, 항공은 물론 파이프라인과 케이블카까지 모든 운송 수단을 다룬다. 일반 화물부터 냉장, 특수, 위험물까지 모든 화물 유형을 포함한다. 여객 운송도 빠지지 않았고, 복합운송도 완벽히 지원한다.


두 번째는 물류 허브를 빠짐없이 다룬다는 점이다.

이전 표준들이 놓쳤던 부분을 ISO 14083은 완벽히 채웠다. 항만 터미널의 하역 작업과 야드 트랙터 운행, 공항 화물 터미널의 지상 조업과 화물 처리, 물류센터의 창고 운영과 크로스도킹, 철도 터미널의 환적 작업까지.

이런 허브들이 전체 배출량의 5에서 1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세 번째는 3단계 데이터 접근법이다.

기업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ISO 14083의 진짜 지혜다.


레벨 1은 실측 데이터다. 연료 소비량과 GPS 데이터를 직접 측정하는, 가장 정확하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 대기업과 선진 물류기업에 적합하다.


레벨 2는 모델링 데이터다. 톤-킬로미터를 기반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중견기업들이 사용하기 좋다.


레벨 3은 기본값이다. 산업 평균값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이나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들도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표준. 그것이 진정한 표준의 모습 아닐까.

네 번째는 Well-to-Wheel의 완전한 통합이다.

연료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실제 사용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고려한다. Well-to-Tank, 즉 원유를 추출해서 정제하고 운송해서 주유소까지 오는 과정이 전체 배출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Tank-to-Wheel, 실제 차량이 운행되며 배출하는 부분이 80퍼센트다.


이 모든 것을 함께 계산해야 진짜 탄소 발자국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미래 기술에 대한 대비다.

2025년 현재, 우리는 급변하는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 ISO 14083은 이 모든 것을 담았다.

전기차는 배터리 생산과 폐기까지 고려한다. 수소는 그린, 그레이, 블루를 구분한다. 바이오연료는 원료별로 차별화하고, e-fuel 같은 합성연료도 계산 방법을 제시한다.


자율주행의 효율성 개선을 반영하고, 플래투닝의 공기저항 감소 효과를 계산하며, 드론 배송을 위한 라스트마일 특별 계수까지 만들었다.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우리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인한다. 탄소 측정 경험이 없다면 레벨 3 데이터로 시작한다. 기본적인 연료 데이터가 있다면 레벨 2를 적용하고, 상세한 운행 데이터가 있다면 레벨 1에 도전한다.


필수 데이터는 의외로 간단하다. 출발지와 도착지, 운송 수단과 연료 유형, 화물 중량이나 부피, 그리고 운송 거리. 여기에 실제 연료 소비량, 적재율, 공차 운행 비율, 차량 연식 같은 정보가 더해지면 더욱 정확해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톤 화물을 실은 유로6 25톤 트럭이 400킬로미터를 달린다면, Tank-to-Wheel로 96킬로그램, Well-to-Tank로 24킬로그램, 총 12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실제 도입 효과는 놀라웠다.

독일의 한 중견 운송업체는 ISO 14083 도입 후 고객 신뢰도가 45퍼센트 상승했다. 새로운 ESG 중심 고객 12개사를 확보했고, 정확한 측정으로 개선점을 발견해 탄소 배출을 18퍼센트 줄였으며, 연료 효율성 개선으로 운영 비용을 8퍼센트 절감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ISO 14083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물론 도전과제도 있다.

복잡한 계산이 부담스럽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자동화 도구를 활용하면 된다.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면 IoT 센서나 텔레매틱스를 도입하면 된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ROI 중심으로 접근하면 된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컨설팅을 받으면 된다.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용기다.

2025년, 이제 ISO 14083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EU는 대기업 공급망 전체의 보고를 의무화했다. 미국은 SEC 기후 공시 규정을 시행한다. 한국은 K-Taxonomy를 본격 적용한다.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다.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다.

물류 산업의 탄소중립 여정에서 ISO 14083은 나침반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방향이 있다. 도구가 있다. 방법이 있다. 남은 것은 오직 실행뿐이다.

143페이지에 담긴 우리 모두의 미래. 그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당신의 기업은,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탄소배출량 관리 및 안전 관리 상담은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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