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EU가 ISO 14083을 물류 탄소배출량 계산의 단일 표준으로 채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ISO 14083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계산했으니 믿어달라는 말만으로 충분할까.
오늘은 그 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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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ISO 14083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ISO 14083과 GLEC Framework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GLEC Framework는 Smart Freight Centre라는 기관이 2016년에 처음 발표한 물류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 및 보고 방법론이다. 글로벌 물류 업계가 거의 10년간 실무에서 검증하고 발전시켜 온 산업 표준이다.
그리고 2023년 3월, 국제표준화기구가 발표한 ISO 14083은 바로 이 GLEC Framework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GLEC Framework가 원작 소설이라면, ISO 14083은 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국제 공인 교과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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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ISO 14083이 국제 표준이 된 지금, GLEC Framework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GLEC Framework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ISO 14083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표준이다. 반면 GLEC Framework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실무 가이드라인이다.
ISO 표준 문서만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기 어렵다. 어떤 배출계수를 써야 하는지, 데이터가 없을 때 어떤 기본값을 적용해야 하는지. 이런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GLEC Framework가 그 역할을 한다.
Smart Freight Centre도 공식적으로 GLEC Framework를 ISO 14083 구현을 위한 핵심 산업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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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Smart Freight Centre는 GLEC Framework의 새 버전인 v3.2를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온실가스를 넘어 대기오염물질 측정 방법론이 추가된 것이다. 이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블랙카본 같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연료별 배출계수와 운송수단별 배출 강도 기본값도 최신 데이터로 갱신되었다. 인도 시장을 위한 별도의 배출 강도 값이 추가되어 현지 상황에 맞는 계산이 가능해졌다.
표준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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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계속 언급되는 Smart Freight Centre는 어떤 조직일까.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기관이다. 화물 운송 부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관이 중요한 이유는 GLEC Framework의 개발 및 관리 주체이기 때문이다. ISO 14083 표준 개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도 물류 탄소배출량 측정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물류 기업, 화주사, 정부 기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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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의 핵심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ISO 14083 방법론을 사용해서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고 치자. 그런데 누군가가 묻는다. 정말 ISO 14083을 제대로 적용한 게 맞느냐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여기서 SFC의 GLEC Tool 인증이 등장한다.
GLEC Tool 인증은 Smart Freight Centre가 특정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이 GLEC Framework와 ISO 14083 방법론을 정확하게 구현했는지 검증하고 인증해주는 제도다.
SFC 인증을 받은 솔루션을 사용하면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공식 인정이다. SFC가 지정한 검증기관에서 해당 솔루션으로 계산한 결과를 ISO 14083 준수로 인정해준다.
둘째, 신뢰성 확보다. 고객사, 투자자, 규제기관에 국제 표준을 준수한 데이터임을 증명할 수 있다.
셋째, 그린워싱 방지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 논란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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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인증받은 솔루션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 계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자체적으로 계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따라온다.
검증이 불가능하다. SFC 지정 검증기관은 인증받지 않은 자체 계산 결과에 대해 ISO 14083 준수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계산했으니 믿어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거래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유럽 화주사들이 Scope 3 배출량 데이터를 요청할 때, 점점 더 SFC 인증 솔루션으로 계산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추세다. 자체 계산 데이터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린워싱 리스크가 있다. 객관적 검증 없이 탄소배출량 감축을 주장하면 그린워싱으로 간주될 위험이 있다. 유럽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친환경 주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계산 오류 가능성도 높다. ISO 14083과 GLEC Framework는 상당히 복잡한 방법론이다. 운송수단별, 연료별, 경로별로 적용해야 하는 배출계수와 계산식이 모두 다르다. 전문 솔루션 없이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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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다.
ISO 14083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공식 인정을 받으려면 SFC 인증이 핵심이다.
ISO 14083은 GLEC Framework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GLEC Framework는 ISO 14083 구현을 위한 필수 실무 가이드다. SFC의 GLEC Tool 인증을 받은 솔루션을 사용해야 검증기관에서 ISO 14083 준수를 공식 인정받을 수 있다. 인증 없이 자체 계산하면 검증 불가, 거래처 요구 충족 불가, 그린워싱 리스크 등의 문제가 따라온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한국에서 SFC GLEC Tool 인증을 받은 솔루션은 있을까.
다음 글에서 국내 상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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