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탄소를 공시하는 시대가 온다

by GLEC글렉

"언제 시작되나요?"

물류업계에서 ESG를 이야기할 때마다 돌아오던 질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질문이라기보다 한숨에 가까웠다. 온다 온다 하면서 오지 않는 제도. 준비해야 한다고는 하는데 기준도 시기도 불명확한 상황. 기업 담당자들의 피로감은 당연했다.


그런데 2026년 2월 25일, 금융위원회가 드디어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 초안을 공개했다.


오랜 기간 물음표로만 남아 있던 국내 탄소배출량 공시 제도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2028년부터 대형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공시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공급망 배출량인 스코프3는 2031년부터 적용된다. 더 이상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셈이다.


이 글에서는 이번 로드맵의 핵심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짚어보려 한다. ESG라는 단어가 낯선 분이든, 이미 실무에서 부딪히고 있는 분이든, 지금 이 시점에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다.


사실 ESG 공시 의무화 논의는 꽤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금융위원회가 2021년에 처음 로드맵을 제시했을 때,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3년 10월,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기업들의 준비 부족, 국제 기준 미확정 등이 이유였다.


그 사이 세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023년 6월 IFRS S1과 S2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공시 기준이 확립되었고, 2025년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17개 관할 지역이 이 기준을 채택했다.

싱가포르는 2025년부터, 호주는 2026년부터, 일본은 2027년부터 의무 공시를 시작한다.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은 한국의 ESG 공시 의무화를 공식 촉구했고, 약 90조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ICGN)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만 계속 미루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그것이 이번 로드맵이 나온 배경이다.

첫 번째 핵심은 적용 대상과 시기다. 2028년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 약 58개사부터 시작된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약 6.9%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9년에는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되고, 이후 추가 확대도 논의될 예정이다.


다행히 기업의 초기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도 마련되었다.

공시 첫해에 한해 자산과 매출이 연결 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고, 제도 초기에는 추정이나 예측 정보를 활용한 공시에 대해 면책(Safe Harbor)이 허용된다. 제재보다 계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두 번째 핵심은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던 스코프3 공시의 유예다.

스코프3란 기업의 직접 배출(스코프1)과 전력 사용 배출(스코프2)을 넘어, 원재료 조달부터 물류, 제품 사용, 폐기까지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를 말한다. 기업 전체 배출량의 평균 70에서 90%를 차지하는 영역이다. 그만큼 측정이 어렵고,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이번 로드맵에서 스코프3 공시는 의무화 시점보다 3년 뒤인 2031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2028년 첫 공시 기업이라면 2031년에 스코프3 의무가 발생하는 구조다.


물론 비판도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스코프3를 제외하면 기후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본이나 호주가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잡은 것에 비하면 3년은 상당히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물류업계 종사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 3년은 준비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화주 기업의 스코프3에서 물류 과정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순간, 물류 기업에게 데이터 요구가 쏟아질 것이다.


세 번째 핵심은 공시 기준의 확정이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2026년 2월 26일 국내 공시기준을 최종 확정했다. 공시기준서 제1호는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의 일반 요구사항으로 ISSB의 IFRS S1을 기반으로 하고, 제2호는 기후 관련 공시로 IFRS S2를 기반으로 한다.


주목할 점은 당초 초안에 포함되어 있던 제101호, 즉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이 최종 기준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실무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기후 공시를 의무로, 그 외 지속가능성 사안은 선택으로 허용함으로써, 가장 시급한 것부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후 우선 공시 원칙, 재무중대성 기반 공시, 산업기반 지표의 선택 공시, 내부탄소가격의 선택 공시, 적용 첫해 비교정보 면제. 이것이 KSSB 기준의 골격이다.


네 번째 핵심은 균형이다.

ISSB 기준이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 된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AIGCC 한국팀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은 하나의 마켓에 불과하며, 우리나라만 공시가 없다면 국제적 정합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시에 정부는 기업 부담을 고려한 속도 조절에도 공을 들였다. 자산 30조 원 이상부터 단계적 확대, 스코프3 3년 유예, 초기 면책 허용, 종속회사 면제, 소기업 공시 면제, 제3자 인증의 자율 운영. 국제 정합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착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일본이 2027년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기업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약 1년 뒤에 유사 규모로 출발하는 셈이다. 아시아 주요국들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흐름이다.


다섯 번째 핵심은 기후금융이다.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로드맵과 함께 2026년부터 10년간 총 79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기후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계획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420조 원이었으니, 기간도 금액도 대폭 확대된 것이다.


신규 공급 재원의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한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을 위한 자금도 함께 공급하겠다는 메시지다. 정부가 확정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3에서 61% 감축인 점을 감안하면, 이 규모의 금융 지원은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물류업에서 탄소배출량 측정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 로드맵이 단순한 규제 문서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다.


글렉(GLEC)이 만드는 GLEC Carbon DTG는 차량 운행 관리와 탄소배출량 측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제품이다. 물류 차량의 연료 소모, 주행 거리, 적재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직접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한다.


GLEC LCS는 국내 최초로 SFC(Smart Freight Centre) GLEC Tool 인증, 즉 ISO-14083 방법론 인증을 취득한 API 기반 솔루션이다. 화주 기업이나 물류 플랫폼에 탄소배출량 측정 기능을 연동할 수 있어, 스코프3 데이터 확보에 효과적이다.


이런 솔루션들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바로 지금부터다.

로드맵의 핵심을 다시 한 줄씩 정리해 본다.


2028년, 자산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가 시작된다.

2029년에는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스코프3 공시는 3년 유예 후 2031년부터 적용된다.

KSSB 공시기준이 확정되었고 기후 공시가 핵심이다. 790조 원 규모의 기후금융이 함께 움직인다.


4월 중 최종 로드맵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다.

"언제 시작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끝났다. 남은 것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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