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트럭이 화주의 성적표가 되는 날

by GLEC글렉

얼마 전, 한 물류 기업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화주사에서 갑자기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내요?"


그 목소리에는 당혹감과 함께, 어딘가 익숙한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ESG라는 단어가 물류 현장까지 내려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준비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1편에서 다룬 것처럼 2028년부터 대형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가 시작되고, 스코프3는 2031년부터 적용된다. 이번 글에서는 한 발 더 들어가, 스코프3 공시가 물류업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스코프3를 이해하려면 화주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제조 기업이 자사 공장에서 직접 내뿜는 온실가스가 스코프1이다. 공장에서 쓰는 전기로 인한 배출이 스코프2다. 여기까지는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원재료를 실어 나르는 트럭, 완제품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택배차.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누구의 책임일까. GHG 프로토콜은 이것을 스코프3의 카테고리 4(업스트림 운송)와 카테고리 9(다운스트림 운송)로 분류한다.


문제는 규모다. CDP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공급망 배출량은 자체 운영 배출량의 평균 11.4배에 달한다. 기업 전체 온실가스의 70에서 90%가 스코프3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안에 물류는 빠지지 않는다.

물류 트럭 한 대가 도로를 달릴 때마다, 화주 기업의 ESG 성적표에 숫자가 하나씩 더해진다. 이것이 스코프3 시대의 현실이다.


첫 번째 영향은 가장 직접적이다. 화주 기업의 탄소 데이터 요구가 본격화된다.

2028년부터 ESG 공시를 시작하는 대형 상장사들은 2031년 스코프3 의무화에 앞서 사전 준비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물류 협력사에게 "우리 화물을 운송할 때 탄소가 얼마나 나왔는지" 데이터를 요청하게 된다. 대형 화주의 스코프3 카테고리 4와 9를 산정하려면, 물류 기업의 운송 배출량 데이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CDP Supply Chain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2018년 115개에서 2022년 280여 개로 약 2.4배 늘었고, 16,400여 개의 협력사가 탄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SBTi에서 검증된 목표를 보유한 기업 중 약 96%가 스코프3 감축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류 기업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화주 기업은 산업 평균 배출계수로 대체 산정을 하게 된다. 실제 배출량보다 높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화주에게도 물류 기업에게도 손해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스코프3 공시 의무는 대형 상장사에 부과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는 쪽은 공급망에 속한 물류 기업이다. 공시 의무가 없는 중소 물류기업도 화주의 데이터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번째 영향은 방법론의 표준화다.

스코프3 공시가 의무화되면 "어떤 기준으로 물류 배출량을 산정하느냐"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더 이상 각자의 방식으로 계산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 분야의 주요 국제 표준을 짚어 보자.

ISO 14083은 2023년 3월 발표된 국제표준이다. 운송 체인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화하고 보고하기 위한 공통 방법론으로, 도로, 해운, 항공, 철도 모든 운송 수단을 포괄한다. 물류 거점에서의 운영 배출까지 포함하며, 운송 체인을 운송 체인 요소(TCE)로 분해하고 각각에 운송 운영 범주(TOC)나 허브 운영 범주(HOC)를 적용하는 구조다.


GLEC Framework은 Smart Freight Centre가 물류업계와 함께 개발한 가이드라인으로, ISO 14083의 기반이 되었다. 현재 버전 3.0이 ISO 14083과 완전히 정렬되어 있고, SFC는 물류 기업의 GHG 계산 도구가 이 표준에 적합한지 인증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GHG 프로토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온실가스 회계 표준으로, 스코프3의 15개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있다. 운송 관련 배출은 카테고리 4와 9에서 다루며, 거리 기반, 연료 기반, 지출 기반 등 다양한 산정 방법을 제공한다.


결국 화주 기업은 물류 협력사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방법론으로 산정된 데이터를 요구하게 된다. EU의 CountEmissions EU 제안이 ISO 14083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흐름은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한국 물류 기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데이터의 정밀도도 중요하다.

운송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때 쓰는 데이터는 세 종류로 나뉜다. 실제 차량의 연료 소비량과 주행 거리, 적재량 등을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1차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다.


차종이나 거리 같은 운송 조건을 바탕으로 모델링해 추정하는 2차 데이터가 그 다음이고, 국가별 평균 배출계수 및 배출강도(유럽쪽의 화주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를 활용하는 기본 데이터가 가장 간편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공시의 질을 높이려면 1차 데이터가 핵심이다.

그런데 서울경제가 국내 상장사 135곳을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 기업의 약 49%가 스코프3 배출량을 집계조차 하지 못했고, 집계한 기업 중에서도 80%가 GHG 프로토콜 요구 항목을 모두 공시하지 못했다.


공급망 탄소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뒤집어 말하면, 이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 기업은 그 자체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


세 번째 영향이 가장 실질적이다. 탄소 데이터가 거래 관계를 좌우하게 된다.

스코프3 공시가 시작되면 화주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산업 평균 배출계수를 쓸 것인가, 물류 협력사의 실측 데이터를 받을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실측 데이터가 산업 평균보다 낮다면, 화주의 스코프3 총량이 줄어들어 ESG 평가에 유리해진다. 당연히 실측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 기업이 선택받는다.


대구대학교 정준희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수출 기업의 52.2%가 미흡한 공급망 관리로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물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탄소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이 구분이 앞으로의 거래 관계를 가르게 될 것이다. 데이터 확보 역량, 국제 표준 준수, 감축 실적 입증, 이 세 가지가 물류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금융위 로드맵에서 중소기업은 공시 대상에서 면제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시 면제가 준비 면제는 아니다. 대형 화주가 스코프3를 공시하려면 물류 협력사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요청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돌아온다.


이 지점에서 글렉이 하는 일이 선명해진다.

GLEC Carbon DTG는 물류 차량에 장착하여 운행 관리와 탄소배출량 측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제품이다.

연료 소비량, 주행 거리, 적재량 등 운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운송 구간별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산출한다. 화주가 요구하는 1차 데이터, 즉 실측 데이터를 현장에서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GLEC LCS는 국내 최초로 SFC GLEC Tool 인증, 즉 ISO-14083 방법론 인증을 취득한 API 기반 솔루션이다. 화주 기업의 TMS나 ESG 시스템에 연동하면 운송 건별 탄소배출량이 자동으로 산정된다. 국제 기관이 공식 인증한 방법론이기에, 화주 입장에서도 스코프3 공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국제 표준으로 산정하고, 화주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달한다.

스코프3 시대에 물류 기업이 갖추어야 할 역량의 구조가 바로 이것이다.


2031년 스코프3 공시 의무화는 물류업계에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화주가 물류 협력사에게 탄소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다.

ISO 14083과 GLEC Framework 같은 국제 표준이 업계의 공통 언어가 된다.

그리고 탄소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거래를 이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된다.


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지금이 준비를 시작할 최적의 시점이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그 대표님의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우리가 그걸 어떻게 내요?" 지금은 "어떻게 내느냐"보다 "지금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스코프3 #물류탄소배출량 #ESG공시 #ISO14083 #공급망탄소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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