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우리 회사가 CDP B등급을 받았는데, 이게 좋은 건가요?"
ESG 담당자라면 한 번쯤 받아봤을 질문입니다. CDP 등급은 단순한 점수가 아닙니다.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진정한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공개(Disclosure) → 인식(Awareness) → 관리(Management) → 리더십(Leadership)
CDP 등급 시스템은 단순한 점수 매기기가 아닙니다. 기업이 환경 문제에 대해 어떤 수준의 성숙도를 보이는지를 4단계로 평가하는 체계적인 진단 도구입니다.
이는 마치 의학에서 병의 진행 단계를 구분하는 것과 같습니다. 각 단계마다 기업이 취해야 할 행동과 목표가 명확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환경 데이터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가?"
D등급 기업들은 환경 데이터의 기본적인 공개 수준에서 평가받습니다. 보고의 완성도와 투명성이 핵심 평가 기준이며, 전체 평가 기업 중 약 30-40%를 차지합니다.
D등급 기업들의 공통점을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부분적이고, 검증된 데이터보다는 추정치 위주입니다. 환경 정책이 있어도 구체성이 부족하고, 목표 설정이 모호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사업장별, 부문별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제3자 검증기관을 통한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정기적이고 일관된 환경 데이터 보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환경경영 방침과 기본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 문제가 우리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C등급 단계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의 인식 수준을 평가합니다. 리스크와 기회 식별 능력이 핵심이며, 전체 평가 기업 중 약 25-30%를 차지합니다.
C등급 기업들은 기후변화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고, 환경 이슈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차원의 환경 거버넌스 체계가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미흡한 상태입니다.
개선을 위해서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정량적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고, 환경 이슈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환경 책임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정기 보고 체계를 구축하며, 환경 이슈에 대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식한 환경 문제를 실제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B등급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조치를 평가합니다. 목표 설정과 실행력이 핵심 평가 기준이며, 전체 평가 기업 중 약 20-25%를 차지합니다.
B등급 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계획과 로드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환경경영 전담 조직과 예산이 배정되어 있으며, 공급망 차원의 환경 관리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A등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SBTi 기준에 부합하는 과학기반 목표를 설정하고, KPI 기반의 정기적 모니터링과 보고 체계를 고도화해야 합니다. 핵심 공급업체의 환경 성과 관리 및 개선을 지원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과 녹색 사업 모델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경영 분야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가?"
A등급은 모범적인 환경 관리 전략과 실행을 보여주는 기업에게 부여됩니다.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과 성과를 창출하며, 전체 평가 기업 중 약 5-8%만이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A등급은 1.5% 내외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A등급 기업들은 과학기반감축목표(SBTi) 승인 및 달성, 재생에너지 100% 전환(RE100) 참여,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전체의 환경 성과를 관리하며, 환경 혁신을 통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A등급 유지를 위해서는 차세대 환경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지속하고, 업계 전체의 환경 성과 향상을 위한 협력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새로운 환경 기준과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이해관계자 교육을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2024년부터 CDP는 '필수 조건(Essential Criteria)'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긴급한 환경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A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들을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부문 필수 조건으로는 SBTi 승인을 받은 과학기반 목표 보유, 공급망 배출량에 대한 구체적 감축 목표인 Scope 3 목표 설정, RE100 참여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넷제로 달성 로드맵이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의 평가 체계도 도입되었습니다. 첫해에는 최고 등급으로 'SME B'가 부여되며, 대기업과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본 정책 및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담당 조직 및 책임자를 지정하고, 외부 검증을 도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정량적 목표 설정과 KPI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 예산을 배정해야 합니다. 이사회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급망 관리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과학기반 목표를 설정하여 SBTi 승인을 받고, 혁신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업계 협력과 표준을 선도하며, 성과를 확산하고 이해관계자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4년 하나금융그룹이 리더십 A등급을 획득하며 금융업계의 환경경영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과거 A등급을 받았던 일부 금융그룹들이 등급이 하락하면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삼성전기와 효성첨단소재가 A등급에서 B등급으로 하락한 것은 제조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특히 Essential Criteria 도입으로 인해 과학기반 목표 설정이 필수가 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CDP 등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진정한 목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장기적 경쟁력 확보입니다. 각 등급이 요구하는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경영의 성과와 함께 비즈니스 성과도 따라올 것입니다.
환경경영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기간에 급격한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꾸준히 체계를 구축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CDP 등급 시스템을 이해하고 단계별로 준비해나간다면, 분명히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