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체가 안 알려준다면? 데이터 수집 실전 노하우

by GLEC글렉

며칠 전 한 제조업체 구매팀장님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어요.


"글렉님, 정말 도와주세요. 협력업체 50곳에 탄소 데이터 달라고 했는데 대답해주는 곳이 5곳뿐이에요. 이러다가 ESG 보고서 못 낼 것 같아요."


이런 고민, 정말 많이 들어봤어요. 오늘은 제가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써본 공급업체 설득법과 대안 수집법을 모두 공개할게요.


첫 번째 미션 : 공급업체 마음 돌리기

"왜 우리가 그런 걸 줘야 하나요?"

이게 가장 많이 듣는 반응이에요.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죠. 추가 업무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몇 가지 포인트만 잘 어필하면 생각이 바뀌어요.


마법의 세 가지 설득 포인트

첫 번째는 위기감 조성이에요.

"2025년부터 유럽, 미국에서 Scope 3 공시가 의무화돼요. 지금 준비 안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아예 배제될 수 있어요."


실제로 애플, BMW,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에게 탄소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거든요.


두 번째는 당근 제시예요.

"탄소배출량이 낮은 업체한테는 우대 정책을 검토 중이에요. 먼저 협력해주시는 분들께는 인센티브를 드릴 수 있어요."


SBTi 가이드라인을 보면 많은 기업들이 공급업체 평가에 탄소배출 성과를 반영하기 시작했어요.


세 번째는 상생 접근이에요.

"저희도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운송 최적화해서 물류비 절감 방안 같이 찾아보죠."


단계별 접근 전략

처음에는 소프트하게 시작해요. "혹시 운송 관련 데이터 있으신가요?" 정도로 현황 파악부터 하는 거죠.


그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요청해요. 명확한 양식을 주고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쓸 건지 설명하고요.

마지막에는 계약 조건으로 만들어요. 신규 계약할 때 ESG 조건을 넣고, 기존 계약도 갱신할 때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거죠.


두 번째 미션: 똑똑한 우선순위 설정

파레토 법칙 활용하기

모든 협력업체를 동시에 관리하려면 업무가 터져요. 파레토 법칙을 써보세요.


핵심 공급업체 20%만 제대로 관리해도 전체 배출량의 80%는 커버할 수 있어요.


1순위는 구매액 기준 상위 20% 업체들. 이들이 운송량도 많고 영향력도 크거든요.

2순위는 중간 규모지만 정기 거래하는 업체들.

3순위는 소량이나 비정기 거래 업체들. 이쪽은 나중에 해도 돼요.


3단계 데이터 수집 전략

1단계는 기본 정보부터. 출발지-도착지 거리, 운송수단, 월간 운송량, 운송 빈도 이 정도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어요.

2단계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차량 종류, 연료 타입, 실제 연료 소비량, 적재율 정보까지 받는 거죠.

3단계는 고도화 단계. 실시간 GPS 데이터, 차량별 연비, 공차 운행률까지 받으면 거의 완벽해요.


세 번째 미션 : 데이터가 없으면 추정이라도

Proxy 데이터의 마법

GHG 프로토콜에서도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프록시 데이터를 써라"라고 권장해요.


신뢰도별로 나눠서 써볼게요.

고 신뢰도는 국가 물류 통계나 동일 업종 벤치마크 데이터. 오차가 대략 10% 내외예요.

중 신뢰도는 지역별 평균이나 차량별 표준 연비 데이터. 오차 20% 정도.

저 신뢰도는 글로벌 평균이나 이론 계산값. 오차 30% 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실제 적용 성공 사례

작년에 저희가 도와드린 중소 제조업체 이야기예요.


50개 협력업체 중에 5개만 데이터를 줬어요. 그래서 그 5개 업체 평균값을 나머지 45개에 적용했죠.


결과적으로 전체 배출량의 80% 수준까지는 추정할 수 있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작하기엔 충분했죠.


대형 유통업체는 다른 방식을 썼어요. 전국 500개 매장 배송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권역별 대표 매장 10곳만 실측하고 거리 비례해서 적용했어요. 90% 이상 정확도가 나왔어요.


네 번째 미션 : 데이터 품질 관리

받기만 하면 끝이 아니에요

데이터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에요. 검증과 지속적 업데이트가 더 중요해요.


논리적 검증부터 해보세요. 거리 대비 연료소비량이 말이 되는지, 차량별 연비가 합리적인지 체크하는 거죠.

벤치마크 검증도 필요해요. 업계 평균과 비교해서 너무 차이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예요.


트렌드 검증도 중요해요. 월별 변화가 자연스러운지, 이상하게 튀는 값은 없는지 살펴보는 거죠.


자동화 로드맵

처음에는 엑셀로 시작해도 돼요. 표준 양식 만들어서 배포하고 자동 계산 공식 넣어두면 충분해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웹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거예요. 협력업체가 직접 입력하고 실시간으로 검증되는 시스템.


세 번째 단계는 API 연동이에요. 물류업체 시스템과 직접 연결해서 GPS 데이터까지 자동으로 받는 거죠.


다섯 번째 미션 : 당근과 채찍의 절묘한 균형

효과적인 인센티브 설계

단순히 "달라"고만 하면 안 돼요. 협력해주는 업체에게는 확실한 혜택을 줘야 해요.


경제적 인센티브로는 데이터 제공 업체한테 물류비 5% 할인해주기. 탄소배출 개선한 업체에게는 추가 물량 주기. 우수 업체한테는 장기계약 우선권 주기.


비경제적 인센티브도 효과적이에요. ESG 우수 협력업체 인증해서 홍보 도와주기. 공동 교육 프로그램 제공하기. 업계 모범사례 공유회에 참여 기회 주기.


페널티도 필요해요. 신규 협력업체는 아예 탄소배출 데이터 제공을 의무화하고, 기존 업체도 3년 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거죠.


CJ대한통운의 부분 성공 사례

CJ대한통운은 지입차량 관리를 정말 잘했어요. 개인 화물차주들한테 데이터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들이 한 일은 지입차량을 Scope 1에서 Scope 3 Category 4로 재분류한 거예요. 그리고 실제 연료 데이터 대신 운행거리로 추정했고요.


2022년에 33만 6천 톤까지 달성했어요. 누락됐던 배출량을 상당 부분 포함한 거죠.


실무 꿀팁 : 첫 시작하는 분들께

4주 완성 프로젝트

1-2주차에는 현황 파악부터. 주요 협력업체 10곳 리스트 만들고, 연간 구매액이나 물량 정리하고, 대략적인 운송 경로 파악해보세요.


3-4주차에는 파일럿 진행. 가장 협조적인 업체 1-2곳과 시범적으로 해보는 거예요. 양식도 테스트해보고 계산 방법도 검증해보고.


2-3개월차에는 확산. 파일럿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업체들 설득하고, 표준 프로세스 만들고, 분기별 점검 체계 만드는 거죠.


완벽함보다 시작이 중요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완벽하게 하려다가 아예 못 하는 것보다 부정확해도 시작하는 게 낫다."

첫 해에는 정확도 70%로 시작해도 괜찮아요. 매년 10%씩만 개선해도 3년 후에는 90% 넘어요.

중요한 건 지금 시작하는 거예요.


다음 이야기

다음 편에서는 "전문가들은 어떤 도구를 쓸까?"를 주제로 IBM Envizi, SimaPro, GLEC CLOUD 같은 전문 소프트웨어부터 중소기업도 쓸 수 있는 무료 도구까지 모든 옵션을 비교해볼게요.

어떤 회사 규모에, 어떤 업종에 어떤 도구가 맞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드릴게요.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도구 선택 가이드를 기대해주세요.


다음 편: "전문가들의 비밀 도구들, 무엇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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