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없다고? Category 4의 진짜 어려움들

by GLEC글렉

지난주에 한 중견기업 ESG팀장님이 제게 이런 하소연을 하셨어요.


"협력업체 100곳에 데이터 달라고 했는데 절반은 무시, 절반은 거절이에요. 가끔 주는 데이터도 뭔지 모르겠고... 정말 답이 없어요."


오늘은 Category 4를 실제로 계산하려고 할 때 마주치는 진짜 어려움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볼게요.


첫 번째 벽 : "그런 데이터 없어요"

물류업체와의 실제 대화

작년에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이에요.


저 : "지난달 저희 화물 운송하면서 디젤을 얼마나 쓰셨나요?"

A물류 대표 : "글쎄요... 전체로는 한 달에 기름값이 3천만 원 정도 나오는데, 고객별로는 계산해본 적이 없어요."

저 : "그럼 운송거리라도 알 수 있을까요?"

A물류 대표 : "GPS는 달려 있는데 그런 걸로 뭘 하는지는 몰라요. 근데 이런 정보 왜 필요한 거예요?"


세 가지 데이터 부족 유형

첫 번째는 아예 기록을 안 하는 경우예요. 특히 중소 물류업체들은 "어차피 기름값만 나가면 되지, 누가 얼마나 썼는지까지 왜 알아야 해?"라는 마인드죠.


두 번째는 데이터는 있는데 나눠줄 생각이 없는 경우. "우리 회사 기밀인데 왜 알려줘야 하나요?"


세 번째는 가장 복잡한 케이스인데, 여러 고객 화물을 섞어서 운송할 때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는 경우예요.


XX전자의 예시

대기업도 마찬가지예요. 2019년 기준으로 공급자향 운송 배출량이 1만 톤으로 나왔는데, 이게 실제 배출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의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생각해보세요. 전 세계에서 부품이 들어오는 대기업의 실제 운송 배출량이 1만 톤일 리가 없잖아요?


두 번째 벽 : "어디까지가 우리 책임이에요?"

경계 설정의 딜레마

얼마 전 자동차 부품회사 팀장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타이어 회사에서 우리한테 직접 오는 운송만 계산하면 되나요? 아니면 고무 농장에서 타이어 공장까지 가는 것도 포함해야 하나요?"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 GHG 프로토콜에서는 "구매한 제품의 운송"이라고 하는데, 이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거든요.


경계에 따른 배출량 차이

실제로 같은 회사라도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배출량이 엄청나게 달라져요.


좁게 잡으면 : 1차 협력업체에서 우리 회사까지만 (예: 100톤)

보통으로 잡으면 : 2차 협력업체까지 포함 (예: 500톤)

넓게 잡으면: 원자재 생산지부터 끝까지 (예: 2,000톤)

같은 회사인데 20배 차이가 날 수 있어요.


업종마다 다른 기준

제조업은 보통 1-2차 협력업체까지만 봐요. 유통업은 생산지에서 물류센터까지 전 구간을 포함하고요. 건설업은 또 달라요.


그러다 보니 업종이 다른 회사끼리는 비교가 불가능해요.


세 번째 벽: "트럭 한 대에 여러 고객 화물이 섞여 있으면?"

현실적인 혼적 운송

현실에서는 대부분 혼적이에요. 한 트럭에 A사 화물, B사 화물, C사 화물이 함께 실려서 각각 다른 곳으로 가죠.


그럼 이 트럭이 쓴 기름의 배출량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다섯 가지 방법과 그 문제들

무게로 나누기 : 가장 간단하지만 부피가 크고 가벼운 물건은 억울해요.

부피로 나누기 : 트럭 공간을 고려하지만 무겁고 작은 물건은 억울하고요.

거리로 나누기 : 실제 운송거리를 반영하지만 경유지가 많으면 계산이 복잡해져요.

운임으로 나누기 : 시장가치를 반영하지만 운임 정보 얻기가 어려워요.

조합해서 계산 :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정확하지만 계산이 너무 복잡해요.


방법에 따른 결과 차이

실제 예를 들어볼게요. 10톤 트럭으로 3개 회사 화물을 운송했는데 총 배출량이 100kg이라고 해보죠.


A사 화물: 2톤, 큰 박스, 100km 운송, 운임 50만원

B사 화물: 3톤, 중간 박스, 150km 운송, 운임 60만원

C사 화물: 5톤, 작은 박스, 200km 운송, 운임 40만원


무게로 나누면 A사는 20kg, B사는 30kg, C사는 50kg이에요. 하지만 부피로 나누면 A사가 50kg으로 가장 많아져요.


A사 입장에서는 계산 방법에 따라 20kg에서 50kg까지, 2.5배나 차이가 나는 거죠.


국제 표준도 명확한 답이 없어요

GHG 프로토콜의 한계

GHG 프로토콜에서는 13가지 계산 방법을 제시하지만, "언제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안 알려줘요.

결국 기업들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회사마다 다른 방법을 쓰게 되는 거죠.


검증기관마다 다른 잣대

더 문제인 것은 검증기관마다도 기준이 다르다는 거예요. 한국품질재단에서 OK 받은 방법이 다른 검증기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같은 데이터로도 검증기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이유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해야


얼마 전 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한국 기업들은 너무 완벽주의예요. 90% 정확하지 않으면 시작도 안 하려고 해요. 하지만 유럽 기업들은 60% 정확도로 시작해서 매년 조금씩 개선해 나가요."


맞는 말이에요. 완벽한 데이터를 기다리다가는 영원히 시작할 수 없어요.


IBM의 현실적 조언

IBM에서는 이렇게 권고해요.


"사용 가능한 데이터로 시작하되 한계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점진적으로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업계 표준이 없으면 선제적으로 기준을 설정해서 공개하라."


결국 완벽함보다는 투명성과 지속적인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다음 이야기

다음 편에서는 이런 어려움들을 실제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아볼게요.


공급업체 설득하는 법부터 데이터가 없을 때 추정하는 방법, 단계별로 정확도를 높여가는 전략까지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팁들을 가득 담아서요.


어려워 보이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면 분명 해결할 수 있어요.


다음 편 : "공급업체가 안 알려준다면? 데이터 수집 실전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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