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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어 Aug 16. 2022

어쩔 수 없이 늘어버린 요리실력

자취생활 근 10년동안 나도 모르게 요리실력이 너무 늘어버렸다. 이제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요리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더군다나 한국이 아닌 대형 한인마트가 아닌 작은 슈퍼같은 한인/아시안마트가 있는 미국의 작은 동네에 살다 보니 가끔은 조금 낯선 재료들로 한식을 만들어 내야 했으니 응용력은 내가 한 발 앞선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처음 자취를 시작했던 대학교 1학년, 스무살엔 다들 뚝딱 만들어내는 것 같은 떡볶이조차 너무 어려웠다.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고춧가루와 고추장은 얼마나 넣어야 하며 간장을 넣어야 하는지 소금을 넣어야 하는지조차 잘 몰랐다. 사람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다 보니 수많은 레시피 중에 내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찾아내는 것도 어려웠다. 재료를 사다가 버리기 일쑤였고 맛은 없지만 그래도 먹을 수는 있는 음식을 먹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맛없는 것을 먹고 살 수는 없었기에 수행을 시작해야 했다. 게다가 원하는 한국음식을 사먹을 수도 없는 환경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손을 바삐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자주 해먹었던 아이템은 닭갈비를 가장한 무언가였던 것 같다. 미국생활 1년 차에는 여전히 양념의 비율과 물을 얼마나 과감하게 사용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상당히 짜게 먹는 내 입맛에도 좀 짰다(왜인지 자존심이 상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은 맛도 비주얼도 꽤 그럴 싸한 음식을 연성해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잡채는 물론이고 갈비찜도 뚝딱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먹고 싶은 것을 참았다 다음에 한국에 나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실력이 늘어버릴 것이라곤 상상해보지도 않았고 기대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타국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맛이 훅 늘어버렸다. 뭔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면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데 그 사진들을 나중에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친구들에게 보내어 친구들의 군침을 돌게 만들면 묘한 만족감도 든다. 그리고 요리를 해서 남에게 대접하는 것이 취미는 아니지만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면 확실히 기분은 좋았다. 


1. 처음 만들어본 것 치고 꽤 성공적이었던 깐풍새우 2. 이제는 척척 만들 수 있는 국민간식 떡볶이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이 터진 후에는 요리뿐만 아니라 그 전엔 전혀 관심없던 베이킹에도 눈이 좀 뜨이기 시작했다. 판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고 손을 움직이고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베이킹은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생활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각을 재고 계량을 해서 요리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던 나는 최대한 손쉬운 베이킹레시피들을 찾았다. 


3. 버터없이 크림으로 만드는 크림스콘


간단한 레시피를 얻기에는 트위터만큼 좋은 플랫폼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타임라인에 나타난 재료 4가지로 만드는 크림스콘의 레시피는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렇게 바로 퇴근 후 마트에서 생크림을 구입해서 따라 만들어 보았는데 이게 웬걸. 스콘이 이렇게나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단 말이야?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한 번 성공한 후에는 말차도 넣어보고 이것저것 넣어 보며 응용도 해보았다. 




요즘은 조금 체력적으로 지쳐서 전보다는 다양한 요리를 하고 있지 않다. 사실 부엌이 조금 쉬는 중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무언가를 연성해서 먹고 싶다는 열망과 의욕이 조금 떨어진 상태라 그냥 그저 그런 똑같은 메뉴만을 반복해서 먹는 중인데 뭐 언젠가는 그 의욕이 되돌아 오지 않을까. 그 때가 된다면 또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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