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두 시간이면 됐던 일

by 글린더

시력이 많이 나빠져서 안과에 왔다.


얼마 안 된 것 같았는데

마지막 검진이 1년 반 전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그동안 약 처방은 어디서 받았는지,

정기 검진은 해왔는지 묻는 질문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느 곳도 가지 않았었다.


몇 달, 길어야 6개월쯤 지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사이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 있었다.

내게 그 시간들은 사라진 것만 같았다.


무엇을 했는지 크게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았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방치해 버렸다.


그 결과,

이제는 그냥 둘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프다는 말도,

바쁘다는 핑계도

이제는 타당하지 않다.


다른 것들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시간을 냈으면서

나를 위해서는

끝내 시간을 내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얼마 전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며칠간 피로가 누적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한쪽 눈이 심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책도, 휴대전화 화면도 보기 어려웠다.

무언가 보려 하면

한쪽 눈이 돌아가 상이 두 개로 보였고,

눈을 감거나

멀리 창밖을 보며

겨우 초점을 다시 잡아야 했다.


그제서야 위협을 느꼈다.


복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모든 검사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두 시간 남짓이었다.

오며 가며 차에서 보낸 시간을 포함해도 그 정도였다.


그걸 귀찮다고,

번거롭다고 회피한 결과가

내 몸을 상하게 했다.


더 잃기 전에 돌아보고 챙겨야 할

가장 첫 번째는 언제나 건강이라고,

나는 늘 타인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정작 나 자신에게는

너무 인색했으면서.


전년 대비 더 얇아진 시신경이

피로에 예민하게 반응해 나타난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만약 그게 아니었어도

나는 병원에 왔을까.


뒤집어진 피부와

얇아진 시신경,

무너진 면역체계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미뤄둔 사람들에 대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