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기술서를 정리하다가
이제는 아득해진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그 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되짚어 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깨닫게 된다.
내가 걸어온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모든 결정에는 확신이 없었고 늘 불안했다.
지금의 선택 역시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시간을 되돌려 다시 선택한다 해도
이보다 더 잘해왔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고민했고,
그 순간의 최선이라고 믿는 선택을 했을 테니까.
다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남는다.
조금 더 내 마음이 가는 방향을 믿어도 괜찮았을 텐데.
덜 믿어준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선택의 순간마다
방향이 불안했고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누군가의 제안에,
권고에 따라 방향을 틀곤 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기억하지만
한편으로는 골목대장처럼
시끄럽고 활동적으로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시를 쓰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던 문과 소녀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과를 선택했다.
이과가 문과보다 더 다양한 기회를 줄 거라는
한마디 말에 결정을 바꿨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면
어린 시절 기계를 뜯고 고치며
뚝딱거리는 걸 좋아하던 나도 분명히 있었다.
문학소녀를 꿈꾸면서도
기계를 좋아하던 어린 소녀는
인문계를 진학했고,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에서는 다시
본디 좋아했던 문과와 가까운 학과를 택했다.
지나고 보니
갈팡질팡, 휘청거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돌아보니
타인의 말에 휘둘렸다고 생각했던 모든 선택 역시
결국은 내가 한 선택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선택들의 결과물이다.
여전히 불안하고,
확신도 자신감도 부족한 인간이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하게 품고 있는
양가적인 사람.
내 인생의 그래프는
주식 그래프처럼 변동성이 크지만
우상향주라는 사실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도 불확실한 환경에
여전히 크게 흔들리겠지만,
목표 주가를 경신하며
천천히 우상향 할 거라 믿고
또 기다린다.
회사를 나와 새로운 회사를 향하며
지난 시간을 정리하다 보니
단순한 경력치를 묻는 질문이
어느새 전 생애를 되짚는
회고의 시간이 되었다.
마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는 걸 보면
남은 인생 역시 끊임없이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대쪽같이 중심을 잡고 걸어갈 게다.
아무리 흔들려도
쉽사리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그렇게 이 시간들을
살아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