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카톡으로 날아오는 욕이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얻는 세로토닌의 총량이 늘어나는 게 더 크게 와닿는 제이다. 그녀는 한 달간 들을 수 있는 클래스를 다 채우고 빈 시간에 새로이 배울 무언가가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도무지 심심함이라는 단어가 왜 만들어졌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매순간순간을 무언가로 채워 넣어 바삐 돌아다니는 일상이 제이에겐 살아있는 힘이 되고 동력이 되었다.
인지 심리학의 저명한 박사님의 강연을 들으며 향이 좋은 커피를 내리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장면을 인증하기 위해 카메라를 세팅한다. 30여분 간의 스트레칭 후 적당히 차갑게 식은 커피에 얼음을 다섯 조각 정도 넣고 아이스커피로 만들어 서재로 들어간다.
최신 이슈를 다룬 영문 기사를 읽고 해당 내용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기록한다. 맞춰둔 알람이 7시를 알리면 조용히 주방으로 나와 가족의 아침을 준비한다. 급속취사를 누르고 15분간의 간단한 아침이 준비되면 혼자만의 조용했던 취미활동 시간은 종료되고 엄마라는 사회적 역할로 들어간다.
취사가 완료될 즈음 '치익'하는 뜸 들이는 소리가 들리는 그때부터는 제이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먹인다. 일일 분량이 정해져 있는 학습기기의 전원을 켜주고 아이의 등교 가방을 챙긴다. 등교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제이의 행동은 빨라진다. 아이가 밥을 다 먹어 갈 즈음 가볍게 화장을 하고 외출복으로 환복을 하고는 아이의 옷을 세팅해 둔다.
식사가 끝난 남편의 식기를 씻으며 아이에게 서두르자 한번 안내를 끝내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한다.
아이의 등교와 함께 출근준비를 마친 제이는 두 번째 사회적 역할인 직장인으로 변신한다.
출근길 오디오북을 켜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들으며 기분을 조절한다. 갑자기 귀에 쏙 꽂히는 한 소절이 뇌리에서 흝어져 사라질까 부랴부랴 녹음기를 켜 해당 소절을 녹음해 둔다. 회사에 도착한 제이는 오늘 완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리스트를 찾아본다.
퇴근길, 신청해 뒀던 세미나에 늦을까 가속 페달을 밟고 달리다 또 스피드 딱지를 끊겼다. 짜증이 나는 것도 잠시, 곧 도착한 강연장에 가득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살포시 긴장감에 두근거리는 제이였다.
제이는 그 순간 하루의 피로가 리프레시되며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강연이 진행되고 처음 듣는 내용들과 새로운 변화들과 함께 등장한 기술들을 바라보며 적잖은 흥분이 느껴졌다. 직접 해보고 싶고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밀려왔다.
그녀의 취미리스트에 새로 배울 종목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리스트는 끝없이 새로 늘어나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방금 들은 기술이 적용되는 유사 클래스를 찾아보곤 스케줄에 추가해둔다. 아무래도 시간을 맞추려면 스피드티켓이 하나 더 날아오지 싶은 거리라 조금 걱정이 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살짝 배고픔이 느껴져 시계를 보니 9시를 가리킨다.
다시 두 번째 역할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아직 졸린 기색 없는 아이의 눈을 마주하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대충 씻고 아이의 잠자리 동화책을 집어 들어 한껏 목소리에 힘을 주어 정성스레 책을 읽어준다. 가끔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예쁘게 반짝이는 눈에 살짝 입 맞춰준다. 그리고는 스담스담 엄마의 체온을 전달해 준다. 새근새근 아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면 살짝 침대에서 내려와 다시 아침에 꺼내어둔 책을 집어 들고 서재로 들어간다.
제이는 입고 있던 역할을 잠시 벗어두고 다시 못다 한 취미리스트 중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맥주 한 캔과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며 제이의 세 번째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제이는 매일 가득 찬 하루 속에 즐거운 것들을 채워 넣으며 하루를 만들어가는 게 당연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