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

이상적인 것이 꼭 좋으란 법이 있나

by 글린더

알람이 울린다.

나의 아침 시작

새벽 4:30 칼같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두 번 뒤척이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다시 아침루틴을 재개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알람소리는 아침의 불필요한 생각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트리거가 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같이 '울리면 일어난다'로 입력과 출력이 딱 떨어지길 기대하며.


아침시간을 길게 가지니 하루가 조금 여유로웠다. 오후가 점점 고되지며 아침에 보상받고 싶어 조금씩 더 자다 보니 그 여유로움도 잊혀 지금은 다시 바둥바둥 시간에 쫓겨 산지 오래다. 그래도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 스스로를 믿는 힘이 조금 강해지는데 그 덕분에 다시 모닝시간을 활용한 여유 찾기를 해낼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스스로에게 무언의 압박이 정말 효과적인 게 소리는 안 나지만 마음의 소리가 실제로도 들리는 듯 명확하게 뇌리에 꽂히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니 못할 이유가 없다. 세상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나의 허와 실을 가장 명확하게 감시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관리자이니까 누구보다 가혹하게 시킬 수 있다.


노트를 펼치고 글을 쓴다. 다시 읽어보지 않는다. 그냥 쓴다.

그리고 목표한 페이지에 도달하면 찰칵 찍어 기록해 두고 덮는다. 어제 써둔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오탈자를 확인하고 발행버튼을 누른다. 그리곤 폰을 내려놓는다.

출근 전까지는 폰은 출근 가방 근처에 그냥 놓아둔다.

읽으려던 책을 집어 들고 30분간 독서를 이어간다. 운동복을 집어 입고 건물 내 헬스장에 가서 30분 운동을 한다. 딱 30분만 근력 운동을 하고 그대로 집에 와 씻고 아침을 한다.


엄마의 아침 시작

아침 7:00 '백미쾌속이 시작되었습니다'와 함께 화장을 하고 아이를 깨운다. 아이의 아침을 챙겨 먹이고 있으면 어머님이 오신다. 아이의 등교를 부탁드리고 출근을 한다.


직장인의 아침 시작

아침 8:30 모닝커피 한잔을 앱으로 주문하고 이번주 주요 업무, 오늘 중요 업무를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커피가 다되었다는 알람이 오면 픽업하러 잠시 다녀오는 시간이 제일 좋다. 갓 내린 커피 향이 뇌를 깨워주는 느낌이다.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화상회의에 접속한다. 이번 달에도 일정이 여유롭지는 않을 분위기다. 노트에 적어둔 할 일 중 우선순위가 급한 것부터 하나씩 진행한다.

그리고 어느새 해가 지면 퇴근을 준비한다.


엄마의 저녁 시작

퇴근버튼을 누르고 아이와 통화를 한다. 몇 시쯤 도착 예정임을 알리고 지하철을 탄다. 집 근처 회사로 이직하며 지하철 출퇴근이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다. 짧은 시간 SNS를 하며 아침에 올린 글의 반응을 잠시 확인한다.

집에 오니 아이가 활짝 웃으며 반겨준다. 후다닥 씻고 아이와 마주 앉아 끝말잇기며 색종이 접기를 함께한다. 새로 배운 태권도 동작 시범을 보고 나면 아이의 잘 시간이 다가온다.

설거지를 하며 읽을 책을 골라두라 얘기한다. 설거지가 길어지면 그새를 못 참고 쪼르르 달려와 언제 끝나는지 확인하는 아이에게 양치상태를 확인하고 젖은 손을 마른 수건에 닦은 후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침대로 간다.

언제부터인지 20권씩 들고 오던 책은 딱 3권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되었고 오늘의 책 3권이 침대맡에 올려져 있다.

옆에 누워 아이가 정해준 순서대로 책을 읽어 내려간다. 많이 피곤하지 않은 날이면 세 권을 다 읽고 쓰담쓰담 등을 긁어주어야 잠이 들지만 운동을 좀 많이 한 날이면 두 권정도 읽었을 때쯤 옆에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가 들리면 나도 눈을 감고 싶은 욕구가 이만큼 올라오지만 참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나의 저녁 시작

아침에 발행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쓰고 싶은 소재가 떠오른 날이면 앉은자리에서 3-40분, 심할 때는 두 시간도 금방 지나버린다. 맞춤법 검사를 하고 내일 들고 가야 할 것들을 잠시 챙겨본다. 서성서성 냉장고 주변을 맴돌다 신랑과 잠시 야식을 먹는다. 얼굴이 부을 것을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해둔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젠 내일 아침에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렇게만 하루가 딱 마무리되면 나에겐 완벽한 하루.

하지만 이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아침 4시 반에 시작해 12시에서 1시에 끝나는 일상이 나에겐 가장 이상적인 하루 루틴.

이상적인 것이 현실에 꼭 좋은 것은 아니기에 지금 이 시각 난 또 내일부터 몰아칠 일들을 최대한 미뤄두고 이 글을 쓰고 앉아있다. 이상적인 하루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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