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든 밤, 내 안의 다중이가 깨어난다

수다스러운 다중이는 칭찬을 먹고산다

by 글린더

몸은 피곤한데, 피곤하니 열심히 산 것 같다. 아직 이래 사는 걸 보니 아직도 멀었나 보다.

카톡에 쌓여있는 친구들의 톡을 보니

"저 저 또 저란다.. 쯧, 누가 알아준다고.."

근데 있지.. 누가 안 알아줘도 내가 알고 있더라. 내가 재밌어하고 아무도 안 시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어떡하니.

난 이게 힘들어도 너무 좋은 사람인데 뭘 어쩌겠니.


5일에 출근을 찍었는데 퇴근을 하고 왔을 뿐인데 6일이 되었다. 남은일을 집에 싸들고 와봐도 집에서 진행되는 것과 집에서는 조금도 진척이 안 되는 것들이 있음을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래서 몇 시간이고 마무리해야 할 것은 회사에서 마무리하고 오고 싶다. 난 그게 좋다.

질질 끌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모호한 것들이 주변에 계속 남아 있는 게 힘들다. 특히 일에 있어서는 결과가 나오기만 하면 몇 날며칠을 밤새도 좋다. 끝이 있음을 아니까.


누가 그랬었더라, 사람이 사는 게 힘이 드는 건 그 끝이 보이지 않아서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간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쉽지 않은 모험이다.

그런데 삶이라는 건 어찌 보면 내가 태어나 겪어 나아가야 할 궁극의 것인데 그걸 어렵고 힘들다 부르니 삶자체가 괴로울 것 같아 난 그걸 "도전"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난 도전하는 게 싫지 않다. 가끔은 재밌고 가끔은 무섭고 가끔은 두렵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이 두려움에 더 가까울 거다. 그래도 그 여정이 싫지 않다. 그저 새롭고 신기하구나라고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난 일에 있어서는 끝이 보이는 작업이 좋다. 목표가 명확한 게 좋고 결과가 확실한 게 좋다.

내 성향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하며 살아오다 보니 인생은 그래서 나름 스릴 있고 재밌는데 일은 힘겨움이 쌓였다. 같은 관점으로 대상을 대하는데, 하는 행위가 같아도 일(Work) 일 때와 삶(Life) 일 때의 나의 마음이 느끼는 무게가 너무 다르다.


나에게 일은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원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몇 마일 왔고 몇 마일을 더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듯 때가 되면 충전하고 채워줘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그 끝이 모호하면 언제 기름이 떨어질지 바들바들거리면서 고속도로에 발을 들이미는 느낌이라 싫다. 적어도 일은 "목표가 명확해야지"라는 고집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남들은 이해 못 해도 난 야근을 해도 좋다.

야근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면 야근을 하더라도 빨리 만나고 싶을 뿐이다.


아~~ 이런 점 때문에 성격이 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이렇게 또 나에 대해 알아간다.

이 세상 게으르고 우유부단한 나를 성격이 급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었구나!!

혹은 내가 그들과의 관계를 일을 대하듯 하고 있었구나 라는 의미인가 싶기도 하다.


나를 우유부단하다 부르는 이들과 성겹이 급하다고 부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와의 접점이 서로 다른 섹터에 있을 거다.

내가 나의 삶이라 부르는 섹터 안에 존재하는 이들.

내가 나의 일이라 부르는 섹터 안에 존재하는 이들.

분명 소중한데 그 의미가 현저히 다른 두 부류.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특히 피곤할수록 내 안의 수다쟁이가 발현이 되는데 주로 입은 가만있고 눈과 손가락이 바빠지는 수다를 풀어내곤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수다는 내가 입을 여는 순간 산산이 흩어져 사방으로 사라져 버린다. 나의 수다는 기록형 수다.

아마도 삶의 영역에서 관장하는 분야의 것인 듯하다. 사고가 연결되고 확장되고 글이 이어지고 스토리가 연결되고 이런 생각의 연쇄는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가끔 이게 우울이나 부정의 늪에 빠지면 답이 없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 빠져나와 버릇하니 이젠 좀 이골이나 대충 이러면 나오더라 싶은 노하우들이 생기기도 했고.


아... 야근하고 돌아와선 갑자기 수다꼭지가 터져서 씻지도 않고 걸터앉아 혼자 생각수다를 풀어내고 있다. 소리 내 읽으면 3분도 안 걸릴 이 글을 적어 내려가는데 한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것도 미스터리 이기도 하네.

오늘 세상이 신기한 것 투성이인 것 보니 스스로가 삶을 오늘은 꽤나 뿌듯하게 살아냈나 보다. 스스로 기특해할 때는 그 맘을 응원해 주고 잘했다 잘했다 해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잘했다 칭찬받으려 스스로 열심히 기특해할 일들을 만들어 갈 거니까.


피곤하면 내 안의 소리가 봇물 터지듯 마구 흘러나와 어딘가에 담아두려 해도 다 담지 못하고 펑펑 흘려버리는 느낌이다. 오늘이 또 그러하다. 흘러내려가는 생각의 부스러기를 줏어 담아 기록해 두는 수다스러운 나를 만나는 날.


기분 좋게 야근을 한 날이면

내 안의 "수다쟁이"가 칭찬해 달라 이렇게 춤을 춘다.


응, 잘했어 잘했어!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알아~
그럼 됐지 그럼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