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그만뒀던 이유. 다시 시작하는 이유.
불과 1년 전이지만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나는 참 꿈이 컸던 것 같다. 당시 유튜브에는 '직장인 부업', '수입 파이프라인 만들기' 등의 영상이 유행하고 있었고, 알고리즘이 내게 주입한 영상을 보며 '나도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그를 위해 솔직히 새로운 수입을 창출할 목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유튜브와 책을 통해 주워들은 것들, 다른 교사나 작가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개발하며 명성과 부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콘텐츠를 쌓고 출판물로 만들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작가 신청도 한 번에 통과했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서 '브런치 작가 도전기' 등의 글을 읽어보니 많게는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작가가 되신 분들도 계신 것을 보며, '아, 내가 그래도 글쓰기에 재능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다. 자기 계발에 대한 열정이 넘쳤기에 '아주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만들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들로 글을 써가기 시작했다. 처음 올린 글에 라이킷이 달리고 구독자가 생겼다. 위대한 성공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 글을 썼다. 알고리즘 선생님은 영상을 통해 나에게 '뭐든지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고, 그 말을 충실히 따라 되든 안되든 글을 썼다. 몇 편의 글을 쓴 후 자기 계발에 관해 할 말이 떨어지자, '출근길'이라는 시간대를 공략하는 '출근길 라디오'라는 매거진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글을 써서 아침마다 출근의 괴로움에 찌든 직장인들이 내 글을 읽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수익 창출 목적을 품고 쓴 글이 직장인에게 위로가 될 리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 우물을 파라는 유튜브 속 조언을 따라 '말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하기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말하기에 대한 내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이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 동안 글을 쓴 후, 나는 약 다섯 달 동안 브런치를 그만두었다. 글을 쓰는 과정이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브런치를 통해 다른 수익을 창출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서인지 글 하나하나를 쓸 때마다 '이렇게 쓰면 히트칠 수 없어!', '너 같으면 돈 주고 이걸 읽겠니?' 하는 생각에 지우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나는 금세 지쳤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팠다. 지금 생각해보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돈이 안될 것 같으니 그만뒀으니 나름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싶기도 하다.
글을 통해 부업을 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나서 다시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 코딩을 공부해보기도 했고, 작곡을 배워 비트를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비싼 맥북과 작곡 프로그램을 구입해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오래가지 않았다. 한 가지를 도전하면서도 '이 길이 아닌가?', '이 분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겠는데?'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떠올라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글쓰기든 코딩이든 작곡이든, 기라성 같은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가 성공할 구석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방황하고 고민하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다시 나를 한 영상을 이끌었다. '달지'라는 랩네임으로 유명한 경기도 교육청의 이현지 선생님의 세바시 강연 영상이었다.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Z5U_6QE5t50
달지 선생님은 42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래퍼이고, 경기도 교육청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강연 중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방향을 잃고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던 나를 잡아세웠다.
제가 경기도 교육청 홍보대사를 하기 전 홍보대사가 누군지 아세요?
걸그룹 '레드벨벳'이에요. 그런데, 제가 교육대학교 음악동아리에서 처음 음악을 시작하며 '이 동아리로 시작해서 내가 우리나라 국내 탑 아이돌 수준의 무언가를 해봐야지!'하고 시작했을까요? 아니죠, 절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제 곁에 제가 좋아하는 것 하나 추가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 달지, '세바시' 강연 중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그때 체감했다. 내가 글을 쓰고, 코딩을 배우고, 작곡을 배운 모든 과정은 '수익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한 일이었다. 내가 상상한 '수익 창출'은 용돈 벌이 정도가 아니었고, 특정 분야에서 아주 대성할 상상을 하며 시작한 일이었다. 글을 쓸 때는 김영하 작가가 되는 것을 상상했고, 음악을 할 때는 코드쿤스트가 되는 것을 상상했으며, 코딩을 할 때는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가 되기를 상상했다. 너무 큰 목표를 세우니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참담해 보였고, 무엇을 하든 목표를 이루는 길이 너무 험난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너무 먼 곳을 바라보니 눈 앞의 계단 하나하나를 보지 못하고 갈 길을 찾아 허공을 휘젓는 꼴이었다.
'큰 목표'를 버리기로 했다.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달려가는 삶이 가치 없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나는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 하지만, 너무 먼 곳을 보지 않기로 했다. 먼 곳을 바라보며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삶은 내내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니 강의를 시작했다. 원격수업에 관한 노하우를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연수 강사로 활동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해 다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수익을 창출할 생각으로 작곡을 공부하고 악기를 연주할 때는 그렇게 음악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잘하든 못하든 그저 음악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만 있으면 즐겁다.
거창한 목표를 버리니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다. 하루하루 느끼는 성장의 즐거움과 배움이 소중해졌고, 그것들을 글로써 기록하고 싶다. 이제 글은 내게 있어 수익 창출의 도구가 아니다. 물론 내 이야기가 책이 되고 콘텐츠가 되어 수익을 창출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이제는 그저 나의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도구로써 활용할 것이다. 큰 목표를 버리고 나니 오히려 지금의 나는 더 많은 시간을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하고,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등 생산적인 일에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었다. 큰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내 모습에 한탄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던 시간을 버리니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을 살라'는 말이 한층 더 와닿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