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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뒤로 가는 사회

일상에 만연한 FOMO 증후군에 대하여

by 북토크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생활 경험이 짧아서인지는 몰라도, 살면서 가족,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 '주식'이 주요 주제가 되는 일은 처음 겪는 것 같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이전에는 없던 신조어가 쏟아지고, 주식 계좌수와 증권사 예탁금이 사상 초유의 수준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니, 나만 느끼는 현상은 아닌가 보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재테크 전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에는 '초저금리'라는 배경이 있다. 0%에 가까운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고, 저금리 상황에선 물가 및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 그렇기에 '현금 들고 있으면 바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오늘의 10,000원이 내일은 9,000원이 되고, 모레는 8,000원이 되는 형국이다.(물론 이렇게 극단적이진 않다.) '가만히 있으면 뒤로 가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재테크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꿈의 직업으로 떠오른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 '슈카월드'가 있다. 최근의 재테크 열풍과 함께 소위 '떡상'한 채널인데, 어느 날 채널에 '알고리즘님의 채찍질'이라는 주제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Y4WEbQltc

출처: 슈카월드

영상의 요지는 유튜브 광고 증가 속도에 비해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의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유튜버들이 똑같이 열심히 노력해도 점점 광고수익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유튜버 슈카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상 조회수나 광고 시청 기록이 떨어지면 메시지를 통해 유튜버를 압박하듯, 인공지능이 일상화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튜버뿐 아니라 일반적인 직종에서도 알고리즘의 채찍질이 일상화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멈춰 있지 마,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돼.'와 같은 메시지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근면성실함이 미덕으로 존중받는 어떤 사회, 시대에서나 들을 수 있던 메시지이다. 다만 이전에는 그런 메시지들을 무시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피할 수 없는 메시지를 주는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노력과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시대가 됐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대적 배경과는 별개로 우리는 대부분 성장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성장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강조(강요)되는 지금과 같은 시대 상황은, 지극히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사회 구성원 전반의 성장을 촉진해 융기한 상황으로 보일 듯도 하다.



그러나 무엇인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과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올라타지 못해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해 소위 '영끌'을 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나도 이런 FOMO 현상에 이끌려 투자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이는 재테크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 도구에 익숙지 않은 선생님들에게서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것 같다는 고민을 많이 듣는다. 이런 선생님들의 고민 속에서, 시대의 흐름이 올라타지 못하는 것만 같다는 불안이 느껴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불안해하며,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걸까. 세상 흘러가는 것이 그냥 그런 것이라면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교육자로써, 학생들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도록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내가 경주마인데 달리는 법 외에 다른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내가 꿈꾸는 교육은 학생들이 가끔은 멈춰 서서 삶의 순간순간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멈출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점점 멈추는 것이 불안하고 어려워지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시대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에 한 없이 빠져보는 순간의 즐거움, 일과시간에 잠시 산책하며 느끼는 상쾌함,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평화로움 등. 조바심이 느껴질 때마다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삶의 순간순간을 돌아보고 의미를 묵상해보는 교사가 되기를. 그 모습을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우리의 삶에 여유와 사색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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