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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토크 Jul 14. 2020

독창성의 함정

새롭지 않은 것에서 나오는 새로움

독창성=새로움?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추어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독창적이어야 한다. 새로워져야 한다. 이와 같은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할 것 같고, 그렇지 못하면 시대의 흐름에서 낙오할 것만 같다고 걱정한다. '변화해야 살 수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독창적이어야 한다. 새로워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독창적이 될 수 있을까?



혁신의 아이콘으로부터 배우는 독창성

누가 봐도 독창적인 사람을 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독창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이폰의 창조주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가 그의 상징인 목폴라를 입고 애플의 새 휴대전화를 iPhone이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역사가 되었다. 이후 아이폰은 세계를 바꿨고, 스티브 잡스는 독창성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폰의 역사적 성공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신화를 지나치게 부풀렸다. '스티브 잡스교'라는 용어마저 만들어질 정도다. 그가 외계에서 가져온 물질로 아이폰을 만든 것 마냥 그의 모든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 아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한참 전인 1993년에 IBM이 터치스크린과 이메일 서비스를 지원하는 최초의 스마트폰을 생산했고(아이폰은 2007년에 발표되었다.), 노키아는 2000년에 이미 컬러 터치 스크린에 와이파이, 외부 애플리케이션까지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LG와 삼성도 아이폰 출시 이전에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잡스의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선조들을 이기고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금 더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적용했으며 오픈 마켓 형태의 앱스토어인 애플 스토어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최초의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IBM의 Simon, Wi-fi와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했던 Nokia의 9210 Communicator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처음 만든 사람도 아니고, 스마트폰의 핵심 요소인 터치 스크린,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중 어느 것도 발명하지 않았다. 즉,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뼈대를 이루는 그 어느 것도 최초로 발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독창적인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독창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던 독창성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드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이 독창성이 아니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독창성은 기존의 것들을 아주 조금 다르게 보는 관점이다. 기술이 아닌 관점이고, 철학이다.


실제로 독창적이라고 간주되는 많은 것들은 기존의 것들의 변형 혹은 결합일 뿐이다. 애플이 최초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 아니다. 구글 또한 최초의 검색 엔진이 아니고, 아마존도 최초의 쇼핑몰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최초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는 더더욱 아니다. 이 기업들이 한 일은 기존의 것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결합하고 변형시킨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업들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독창적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렇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다시 보자. 내 분야에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자. 새로움은 새롭지 않은 것들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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