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그 순간의 기록 #13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비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나인데,
웬일인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고 내 입은 한껏 귀에 걸려 웃고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뛰어간다.
뭐가 그리도 행복한지.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아침 7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미친 여인처럼 웃고 있었다. 참 희한한 꿈이다.
아침부터 웃으며 잠에서 깬 내 모습에 어이가 없고 우스꽝스러워 한참을 혼자 낄낄거리며 웃었다.
진정, 미친 여인이 되어버린 것처럼.
뭐야. 혼잣말을 내뱉으며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를 생각해보니,
내 꿈속의 장면은 어제 본 영화 <어바웃 타임>의 비 오는 날의 결혼식 장면이었고,
나는 잠깐 동안 메리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가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어바웃 타임은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던 영화들 중 하나다.
라라랜드처럼 여자 주인공 메리는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하고,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자를 한없이 사랑한다.
두 사람의 꽁냥꽁냥 한 모습을 보는 재미에,
지금 주어진 시간을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즐기라는 교훈까지 얻어갈 수 있어
그야말로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뜬금없는 영화 소개지만 여하튼,
어바웃 타임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결혼식 장면을 볼 때마다
매번 저 결혼식이 내 결혼식이라면?이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정말 최악일 거야.라는 답변에 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왜 결혼식을 저렇게 연출했을까.라고 툭 던져진 질문 덕분에
이전처럼 현실적인 상황을 떠올리기보다
화면 속,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웃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온 몸이 비에 젖고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들이 다 망가져도
저렇게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특별하다고 여길 만큼,
저들은 함께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넘치게 행복한가 보다.
그리고는 그 장면을 보는 내내 엄마미소를 어찌나 지었던지.
한참을 웃다 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행복해서 웃고 웃으니까 행복해진 그 순간이,
꿈으로 나타날 만큼 참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