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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리 Apr 24. 2020

땀내 나는 우리만의 특별한 여행법

미스 제주댁 이야기 | #여행 #운동 #같이의가치


평소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와 나는 여행을 할 때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자주 포함시키는 편이다. 여행을 하며 함께 하는 운동에는 주로 달리기, 걷기, 등산이 있다. 여행도 그러하지만 운동 역시 같이 했을 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취미이자 공통의 관심사인 운동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여행에 녹아들었고 언젠가부터 우리는 건강한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2018년 9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안 산책로 일출 러닝


어디를 여행하던 하루 정도는 꼭 일출을 보려고 노력하는 그와 나는 그 지역의 명소에서 일출도 보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일출 러닝'을 좋아한다. 떠오르는 해와 철썩이는 바다를 옆에 두고 영일대해수욕장 해안산책로를 달렸던 포항 여행, 숙소가 있던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산책로에서 동백섬 전망대까지 달려 일출을 보고 다시 돌아왔던 부산여행은 달리기 딱 좋을 만큼의 선선했던 날씨와 맑은 하늘 그리고 선명한 해를 볼 수 있었기에 유독 잊히지 않는다.


달리기는 그를 만나기 전부터 내가 빠져있던 운동이었다. 우리가 만남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도 함께 달리기 시작해 지금은 여행에서 가벼운 조깅을 같이 하는 것 외에도 이따금씩 마라톤 대회에서 서로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동반주를 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함께 참가했던 마라톤 대회는 '2018 마이런 부산'이다. 광안대교 위를 달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 마이런 부산 마라톤 대회에서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며 관광하듯 재밌게 달렸다. 2019년 3월, 1박 2일로 계획했던 고성 여행의 첫 일정은 '2019 서울 마라톤' 10km 코스 달리기였다. 이른 주말 아침, 여행 전에 가볍게 조깅하는 기분으로 달리자며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동반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고성 여행을 시작했다. 잊을 수 없는 우리만의 특별한 추억들이다.  


지난 두 번의 제주에서도 건강한 여행은 여전했다. 성산일출봉과 멋진 풍광의 오름을 오르는 것은 물론, 매번 꼭 하루는 한라산 등반을 위해 남겨두었다. 그의 생일을 맞아 떠났던 첫 번째 제주 여행에서 백록담을 선물해주겠다며 한 번, 두 번째 제주 여행에서 나의 생일을 맞이해 또 한 번 한라산을 올랐다. 이제 시작되는 한 달의 제주살이 동안에는 그동안 눈독 들이고 있었던 올레길 걷기를 하기로 했다. 섬에서 우리가 함께하게 될 올레길 걷기, 또 한 번의 한라산 등반은 우리의 시간을 얼마나 특별하게 만들어줄까.


2019년 1월 부산 마린시티 해안산책로~동백섬 전망대 일출 러닝
10Km 코스 동반주 최고 기록 경신했던 2019년 3월 서울 마라톤
2019년 6월, 우리의 두 번째 제주 여행 중 한라산 등반


연인과 함께 하는 운동은 좋은 점이 무궁무진하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렇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받쳐주면서 같이 무언가를 해내고, 체력적인 한계를 함께 이겨내면 한층 더 끈끈해지고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잘은 모르지만, 남자들이 말하는 전우애도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등산이나 걷기와 같이 장시간의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 카페나 술집의 시끄러운 음악, 주변 사람들 없이 오롯이 둘에게만 집중되어 평소 알지 못했던 서로의 생각을 전하고 몰랐던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물론 케바케(case by case,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줄여 이르는 말. 경우에 따라 다름), 사바사(사람 by 사람, ‘사람 바이 사람’을 줄여 이르는 말. 사람에 따라 다름)라는 말처럼 여행에서 함께하는 운동이 연인의 사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이들도 있다. 짧은 오름을 오르는 데에도 '일몰 잠깐 보겠다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내 무릎이 다 나갔다. 이게 무슨 고생이냐. 이런 사람 없다'라며 끊임없이 투덜거리며 연인에게 힘든 기색을 내비치는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운동은 다른 사람이 아닌 서로를 만나 참 다행이라고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자 서로의 소중함을 깊이 새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때때로 이런 우리를 신기하게 보는 이들도 있다. 왜 굳이 여행을 가서 운동을 하냐는 질문부터 그러다 크게 싸울 것이라는 악담 같은 걱정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진다. 그중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부럽다’는 말이다. 연인과 함께 운동하는 데이트를 꿈꾸지만,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가 운동을 싫어하거나 괜히 싸울까 봐 마음속에만 품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 둘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라 체력의 한계에 가까워져도 말이나 행동이 날카로워지기보다 도리어 극한으로 갈수록 장난이 많아져 싸우게 되는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운동과 여행이라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고 과한 욕심이나 경쟁심이 없이 즐기는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서로를 만난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땀내 나는 여행이 무조건 좋은가 묻는다면, 글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와 나에게, 우리에게는 그렇다는 것일 뿐. 악담 같은 걱정은 그만 넣어두셔도 좋다. 벌써 년수로 연애 4년 차에 접어드는 그와 나에게 있어 운동은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천연 조미료처럼 우리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고 진하게 만들어준다. 이제는 뗄레야 뗄 수없는 우리만의 건강하고 특별한 여행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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