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티지 초보를 위한 가이드 (6)
빈티지 가구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다음 고민은 무엇을 먼저 살 것인가로 이어진다.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일 수도 있고, 거실의 인상을 결정짓는 사이드보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첫 시작만큼은 체어, 즉 의자로 해보시길 권한다.
의자는 빈티지 가구 중 가장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그 세계의 깊이를 가장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덩치 큰 가구를 들이는 것은 인테리어 측면에서나 예산 측면에서나 부담이 크다. 반면 의자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아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 식탁 옆에 무심히 두어도 좋고, 거실 한구석에 오브제처럼 놓아도 공간에 표정을 더한다.
무엇보다 의자는 한 점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가진다. 세트로 갖춰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의자를 하나둘 모으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 만드는 리듬감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각자 다른 의자를 믹스 앤 매치하는 걸 두고 '할리퀸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할만큼, 유럽의 빈티지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빈티지 라이프 스타일이다.
가구 중에서 인간의 몸과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넓은 면적으로 닿아 있는 것이 바로 의자다. 그렇기에 의자에는 당시 디자이너들의 철학과 인체공학적 배려가 집약되어 있다.
빈티지 체어에 앉아보면 그들이 나무라는 단단한 소재를 얼마나 부드럽게 깎아냈는지, 등받이의 각도가 허리를 어떻게 지지해 주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편안함과 구조적 완성도를 경험하는 것. 이것이 빈티지 가구의 진가를 알아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저 외관이 예뻐 보인다는 기준으로 빈티지 의자를 사기 보다는, 첫 의자의 실용적인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지 명확히 정하자.
만약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빈도가 높고, 식탁에서 다른 일도 하는 편이라면 빈티지 다이닝 체어를 구매하자. 다양한 종류의 다이닝 체어들이 있겠지만, 만약 당신이 원목으로 된 빈티지 체어를 찾는다면 윈저 체어(Windsor Chair)를 추천한다. 윈저 체어는 카빙된 시트에 등받이와 다리 파츠가 장부 맞춤 방식으로 심어져 있다는 구조적 특징 덕분에, 의자가 신체에 맞는 텐션을 제공해주어 훨씬 안락하다.반면 퇴근 후에 몸을 푹 파묻고서 휴식을 취하길 원한다면, 몸을 깊게 묻을 수 있는 라운지 체어 혹은 이지 체어가 답이 될 것이다. 풋 스툴을 써서 발을 올리고, 무릎을 시트 높이보다 약간 높게 해준다면 당신의 몸은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은 의자 한 점을 일상에 들여 직접 써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매일 아침 그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무의 결을 쓰다듬다 보면 빈티지 가구가 내 삶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체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얻은 확신은 나중에 더 큰 가구, 예컨대 테이블이나 수납장을 고를 때 실패를 줄여주는 단단한 기준이 된다.
의자는 빈티지라는 거대한 바다로 들어가는 가장 친절한 입구다. 완벽한 거실을 한 번에 꾸미려 애쓰기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의자 하나를 먼저 곁에 두어보자.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지켜보는 것 또한 빈티지를 즐기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첫 빈티지는 부담 없는 크기와 가격의 의자부터 시작해 보자.
의자는 디자이너의 철학을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다.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기존 가구와의 조화를 고려해 한 점씩 모으는 재미를 느껴보자.
작은 의자 하나가 당신의 공간에 놓이는 순간, 빈티지 라이프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