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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an 04. 2019

터졌다고 하기엔 부족한

일곱 번째 영화, 아쿠아맨을 보고


불과 3년 전까지는 마블조차 관심 밖이었다

어벤져스 2가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히어로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놀란의 배트맨 3부작, 그리고 와이어 액션이 멋있어서 본 스파이더맨 3부작 정도. 그 외에는 정말이지 관심이 1도 없었다. 이후에 어벤져스 2 촬영지가 서울이라는 말에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운지’ 호기심이 생겼고, 지금은 일단 마블이라면 극장으로 가는 수준이 됐다.


항상 비교가 되고 있는 열등생 DC에는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터졌다! 소리가 종종 들리곤 했다. 그러나 마치 불발탄 마냥 터졌다고 하긴 하는데, 좀 있으면 시들해지다가 ‘아직 멀었다’는 소리와 묻히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겨울 시즌 극장가를 계속해서 버티면서 경쟁작들을 다 물리치며 꽤 오래 버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평이 줄을 이어, 첫 DC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아내가 재밌다고 하면 어쩌지


영화를 다 보고 극장 안 불이 켜지면 아내와 나는 “와 재밌다” 라고 한 마디 던지고,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면서 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할 때, ‘아내가 재밌다고 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마블처럼 DC도 무조건 개봉하면 보러 오자고 할까봐 :)



흔히 스토리 이야기를 하면 “히어로 영화에서 무슨 스토리를 바라냐”며 그런소리 할거면 보지를 말라고 한다. 어느 정도는 그 말에 동의를 하는데, 그래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아서의 아역이 나왔던 아쿠아맨 오프닝씬까지만 해도 집중력이 살아있었는데, 아쿠아맨 성인 역 (제임스 모모아)이 등장해서 해적을 소탕하는 장면부터 흥미가 반쯤 날아갔다. 아무리 히어로라지만 총칼을 튕겨내고, 심지어 유탄발사기로 바로 앞에서 맞아도 잠깐 넘어졌다 일어나는 수준은 너무 한다 싶다. 사실성을 운운하려는 게 아니라, 절대 죽지 않는 몸이니 이후에 벌어지는 전투가 재미가 없어진다. 기승전결에서 전을 없애버린 느낌이다. 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히어로는 승리하니 어느 영화든 결말은 뻔하다. 그래도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고, 그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는지, 그 과정에서 캐릭터나 팀의 특성을 어떻게 십분 활용하는지가 히어로물의 매력이다. 반으로 갈라지는 여객선을 거미줄로 묶는다든가, 아이언맨 슈트가 날아와서 자동으로 착용되거나, 망치 하나로 떼로 몰려드는 적을 물리치는 장면들이 그렇다. 그런데 아쿠아맨에서는 위기 상황 자체가 약해서, 그 해결 장면 또한 강렬하지가 않다.



그래도 CG하나는 정말 대단했다. 아바타를 봤을 때의 기분이었다. 도대체 저런 장면은 어떻게 찍은걸까 싶은 장면이 거의 전부였다. 아스가르드나 와칸다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저 화려하다고만 생각했는데, 해저 세계는 확실히 달랐다. 대규모 전투장면이나 다양한 생물체 등의 물량 공세도 인상적이었지만, 수중에서 유영하는 모습이라든가 물 속에서 계속해서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장면은 정말 처음보는 장면이라서 새로웠다. 마치 트랜스포머에서 변신하는 로봇을 처음 봤을 때처럼.


아직도 DC가 해냈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고, 이 영화가 DC 최고작품이라면 이전 영화들은 안 봐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재미있게 봤다는 리뷰를 봐도 DC영화 중에서 재미있었다는 것이지,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더 재미있다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내의 말도 “CG가 다 했네” 였다.



우리 부부의 감상과는 다르게 여러모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신호탄으로 머지 않아 마블처럼 믿고 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가 되면 좋겠다. 이번에는 불발탄으로 그치지 않기를. 이렇게 끝나버리기엔 메라 (엠버 허드)와 아틀라나 여왕 (니콜 키드먼)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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