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고
한정된 공간, 한정된 배우, 무한한 매력
굳이 엄청난 물량공세를 하지 않고도 이렇게 한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로 2시간을 훌쩍 가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다. 아주 오래전으로는 히치콕 감독의 ‘다이얼 M을 돌려라’, 15년 전의 ‘폰 부스’와 ‘도그빌’, 비교적 최근 작으로는 ‘더 테러 라이브’가 그렇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할 영화가 생겼는데, 바로 ‘완벽한 타인’이다.
극장에서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빵빵 터지면서 봤고, 올해 본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동창이라는 굉장히 일상적인 관계에서, 스마트폰이라는 굉장히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누구나 고민을 안 해봤을 리 없는 인간관계라는 문제를 다룬다. 그저, 지극히 사적인 것을 완전히 오픈함으로써 생기는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개운치가 않다고들 한다. 웃자고 보러 갔는데, 되려 찝찝하다고 한다. 우리네 삶이란 게 솔직함이 파국을 불러오고, 오히려 적당히 감추고 숨기고 허허 웃어야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불편한 그런 감상일 것이다.
그런데 우린 이 기술을 ‘사회생활’이라는 좋은 단어로 포장해왔다. 솔직하기만 한 것보다는 적당히 감추고 상대에 맞추는 것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이라고 여겨왔다. 직장에서는 물론,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도 완전한 솔직함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불러오지도 않는다. 영화 속 내용이 불편할지 몰라도,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 속에서 등장한 케이스 중 한 가지 용서가 안 되는 케이스도 있다. 바로, 불륜. 얼마 전까지는 법적으로도 죄로 처리됐으니,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것에 대한 권선징악이 안 이뤄지고, 일상처럼 스무스하게 처리된 찝찝함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연기가 대단했지만, 그래도 유해진과 염정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냥 최고다. 선한 역할, 악한 역할, 진지한 역할, 코믹한 역할 다 되는 배우들이지 않나. 도대체 어디까지가 각본이고 어디부터가 애드립인지 모를,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이렇게 조폭 없이, 칼부림 없이, 남북관계없이, 신파 없이, 친구들과의 수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나와서 반갑다. 앞으로 또 이런 영화가 나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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