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림공작소 Jan 07. 2019

드러난 샤말란 유니버스

아홉 번째 영화, 23 아이덴티티를 보고


너무 이른 나이에 정점을 찍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예술하는 사람 중 이런 경우는 참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 성공으로 팔자 고치고, 한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예술가로서 평생 자기 자신을 넘지 못 하고, 번번이 그 앞에서 주저 앉는 삶을 행복하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예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영화 감독 중에서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그렇다.


나이 스물 아홉, 말 그대로 세상을 뒤집었다

식스 센스는 당시 어마어마한 화제거리였다. 요즘에 많이 나오고 있는 반전 영화의 원조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브루스 윌리스와 의기투합하여 만든 차기작 언브레이커블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제작비는 2배 가까이 들였지만, 미국 내 흥행은 1/3, 전세계 흥행은 1/4에도 미치지 못 했다.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영화에 실패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전작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고 어느 정도 흥행은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제 샤말란 감독은 한 물 갔다"는 말을 쉽게 쉽게 했다.



매번 독특한 설정의 영화를 냈기에, 23명의 인격을 한 사람이 연기한다고 해서 그냥 특이한 샤말란 표 영화인가보다 했다. 이번에는 미국 내 흥행도 평가도 좋아서, 아무 정보도 없이 식스 센스 이후 처음으로 극장에서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봤다. 제이슨 맥어보이의 소름돋는 연기와 굉장히 묘한 매력을 풍기는 안야 테일러 조이도 흥미로웠지만,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가 컸다. 갑자기 브루스 윌리스가 나올 때,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 열차가 나오고, 브루스 윌리스의 명찰에 클로즈업이 될 때, "설마..?" 했다. 이 영화가 언브레이커블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마무리도 아리송하게 끝났으니 그 다음이 궁금해졌다.



길고도 긴 그만의 3부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개봉을 약 2주 앞두고 있는 글래스로 20년 동안 진행됐던 길고도 긴 그만의 3부작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23아이덴티티가 개봉될 때까지만 해도 언브레이커블이 3부작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기에, 말 그대로 감독만 알고 있던 감독 자신만의 3부작이었다. 길고도 긴 시절 동안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를 지겹도록 받은 그가,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 참 반갑고 인간적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왕년의 내가 말이야!'를 외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 한다. 대개 그 시절의 본인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과대평가한다. 부풀려 놓은 화려한 과거에 본인만 취해서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데, 이 감독은 다시 본인의 가치를 입증했다.



18년 전, "이번 영화 망했다던데" 하면서 외면했던 언브레이커블을 이틀 전에 봤다. 아마도 18년 전에 봤다면 "괜히 망한 게 아니구나"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이게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은 영화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고 히어로 영화가 대세인 요즘, 다른 방식의 히어로물을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배경화면 다운로드 받기 : https://blog.naver.com/glim_gongjakso/221436149620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흔하지 않아 더욱 값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