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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an 13. 2019

하정우가 다 했다

열한 번째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


연말 극장가 점령을 예고했으나,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PMC 더 벙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김병우 감독 - 하정우 주연 콤비의 전작인 더 테러 라이브를 다시 봤다. 별로 상관은 없어 보이지만 :) 


어느덧 이 영화 본 지도 5년이 훌쩍 넘어서, 다행히(?) 기억이 거의 안 난 덕분에 처음 보는 영화처럼 재미있게 봤다. 아래에는 영화 내용을 담고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다음 영화를 기대해주세요 :)



식상한 표현이지만 달리 할 말이 없다. 정말 하정우의, 하정우를 위한, 하정우에 의한 영화다.

하정우 주연 작품만 10개는 넘게 봤다. 세어보니 14편 정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2008년도의 추격자이니, 약 10년간 주연급 작품만 1년에 1.4개는 본 셈이다. 못 본 것도 있으니 찍은 것은 더 많다. 게다가 감독 작품도 2개나 있고, 심지어 책도 2권을 썼다. 다작을 하는데도 매번 다른 분위기의 역할을 맡아서 이미지 소비도 되지 않는다. 참 부지런한 배우다.


부지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연기력이 참 대단하다. 앵커로서 감정을 자제하며 객관적인 입장으로 말하는 모습과 목소리뿐만 아니라, 세세한 몸짓 하나하나가 그렇다. 테러 사건을 출세길에 써먹으려는 야욕 한 숟갈, 폭파 장치가 터질까 조마조마한 초조함 한 숟갈, 테러범의 사정에 조금은 동조하게 되는 공감 한 숟갈, 또다시 국장 (이경영) 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을 깨달아 분노 한 숟갈 등 여러 감정이 표정과 동작, 눈빛에서 다 보인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바로바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



잠깐 딴 소리이지만.. 극 초반에 덥수룩한 모습으로 라디오를 진행하다가, 테러범 전화를 받은 뒤 TV 생방송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은 후 앵커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남자가 봐도 멋있다. 면도하고 넥타이 매고, 머리 만지는 약 3분 간의 모습 동안 하정우 팬들은 헉소리 났을 듯 :)


이 영화는 전지적 하정우 시점에서 그려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의 비중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식상하지만 이 표현이 과장도 틀린 말도 아니다. 하정우의, 하정우를 위한, 하정우에 의한 영화.



재난영화의 틀을 벗어난 과감함

재난 영화에는 어느 정도의 공식이 있는 것 같다. 국가 시스템이 통째로 엉망이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상층부에 발암 요소가 있어서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 국내 영화 중 괴물, 감기, 국가부도의 날, 터널, 해운대 등을 비롯하여 이 영화도 그렇다. 그래서 답답한 주인공이 직접 해결을 하거나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국민 정서상 정치권 고위 관직에 앉은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비판은 다소 뻔하다는 지적은 있을지 몰라도 실패 확률은 낮다. 이 영화도 그렇긴 한데 결이 좀 다르다. 좀 더 과감하다.


대통령의 사과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은,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 테러에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테러로 아내도 사망하고, 자신에게도 사살 지시가 내려진 것을 알게 된 윤영화 (하정우)는 빌딩을 폭파시키며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했던 국회의사당을 덮친다. 좀처럼 보기 힘든 과감한 엔딩이다.


협소한 공간에서 한정된 인원만으로 전개하는 이런 영화는 연기력과 시나리오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부분을 하정우와 과감한 시나리오가 훌륭하게 메웠다.



배경화면 다운로드 받기 : https://blog.naver.com/glim_gongjakso/221440819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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