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라라랜드는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 영화다. 아직도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OST, LA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군무로 시작되는 오프닝씬, LA 야경 아래 벌어진 탭댄스, 충격(?)의 엔딩, 20대 때 ‘위플래쉬’를 찍은 천재 감독의 후속작, 최연소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아카데미 작품상 잘못 발표하는 해프닝, 라이언 고슬링의 실제 피아노 연주, 엠마 스톤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영화 속 무례하고 굴욕적인 오디션 장면이 실제 경험이라는 점, 마지막 엠마 스톤의 노래는 라이브라는 것 등등.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연이 있는 영화다. 전작인 ‘위플래쉬’가 매우 인상적이어서 후속작인 ‘라라랜드’를 정말 기다려왔다. 특히 예고편 속 멜로디에 반해버려 (OST 중 하나인 Audition) 기대감은 더욱 커졌고, 마침 연애를 시작하던 때이기도 해서 잘 됐다 싶어서 같이 보러 갔었다. 여담이지만 그때의 여자친구가 지금의 와이프고, 그로부터 2년 뒤에 둘이서 이런 인스타를 운영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
그런데 영화는 기대와 많이 달랐다. ‘위플래쉬’처럼 음악 소재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뮤지컬 장르였고, Audition 같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생각하고 갔는데 온통 재즈음악만 나왔다. 그저 달달하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연애 초기의 커플이 보기엔 마무리도 영… 그렇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중반부터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 역에 감정이입을 해가며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에겐 이 영화가 한때 불꽃같은 사랑을 했던 연인의 이야기, 수없이 낙방해도 끝까지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이야기, 또는 몇몇 장면이 인상적인 재즈 음악 영화로 기억되지 않는다.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기억한다. 극 중에서 세바스찬은 재즈를 하고 싶어 하지만, 차가운 현실 앞에서 내키지 않는 밴드의 키보드를 맡게 된다. 당시 퇴사를 한 지 1년이 넘었으나 계획했던 일이 생각처럼 흘러가지는 않아, 다른 일을 겸하며 지내고 있던 나는 남 같지 않은 마음으로 보게 됐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미아 (엠마 스톤)의 오디션 장면은 예고편을 볼 때부터 커졌던 기대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곡 자체도 좋고, 감정이 터지는 후렴 부분도 좋고, 무엇보다 가사 한 줄이 남는다. 이 영화에서 큰 주제가 꿈과 사랑으로 나뉜다면, 적어도 꿈에 대해서는 이 가사 한 줄이 전체 메시지를 관통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세바스찬에게 답이 되는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세바스찬 역에 감정 이입했던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
“A bit of madness is key to give us new colors to see.“
약간의 미친 짓이 우리가 새로운 색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열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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