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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an 23. 2019

지금이라서 나올 수 있는 영화

열여섯 번째 영화, 서치를 보고


예전에 미드 모던 패밀리 중 컴퓨터 화면 만으로 20분을 꽉 채운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시즌 6 에피소드 16) 페이스타임, 문자, 사진, 브라우저 등 오로지 이런 화면 만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가서 정말 감탄한 적이 있었다. 


같은 내용도 형식을 달리하니 완전히 다른 에피소드가 되는구나


그리고 여기에 TV, CCTV를 더 하여 만든 장편 영화가 등장했으니, 바로 ‘서치’다. 영화 쪽 관계자가 아닌 이상 관람의 포인트는 대개 스토리다. 연출이나 연기, 편집, 음향, 미술, 의상 등은 그쪽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스토리를 앞서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다음 내용이, 그리고 결말이 제일 궁금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관람 포인트를 제시한다. 다음 장면에서 어떤 디지털 언어를 사용할지 궁금해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달력 앱에서 엄마의 퇴원 날짜를 마우스 커서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병세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의 계정으로 로그인하니, 바이러스 프로그램에서 2년 넘게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뜬다. 엄마의 부재를 이렇게 표현한다. 깨끗했던 바탕화면이 수많은 화면이 지나간 후, 각종 파일로 어질러져 있다. 땀 흘리거나 숨 가쁜 모습 없이도 정신없이 딸의 흔적을 쫓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어린 시절 파일은 윈도우 컴퓨터에서 열어보고, 요즘에는 맥을 쓰는 모습에서 컴퓨터 사용 변화를 볼 수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 내용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궁금해지고, 그 방식이 억지스럽지 않고 납득이 되면 한 번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쉽게 간 게 하나도 없구나.


단순히 기발한 표현을 떠나, 영화 내용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스릴러로서 긴장감, 반전, 떡밥회수 등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요즘 현상을 반영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의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댓글이나 SNS상에 각종 뇌피셜 글이 쏟아지거나 SNS 좋아요를 위해 남의 슬픔을 이용하는 관종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이쯤 되면 감독이 누군지 찾아보게 된다. 91년생 젊은 감독의 데뷔작이란다. 이전에 찍은 단편 영화는 구글 글래스를 활용한 영화라고 하는데, 시도 자체가 과감한 데다 빠르기까지 하다. 이런 영화는 5년 전만 하더라도 나올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벌써 다음 영화가 결정되었는데, 다음 영화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진 영화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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