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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Feb 12. 2019

치킨으로 성공한 영화와 배우

스물 여섯번째 영화, 극한직업을 보고


코미디 영화가 이렇게나 빠른 페이스로 1000만을 넘겼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평도 좋다. 천만이 넘으니 "천만 영화 수준은 아니다"는 글들이 올라오긴 하지만, 그건 거의 모든 천만 영화에 적용되었으니 배제하고. 4~500만명 정도를 기록할 때에는 거의 대다수가 추천한다는 평을 남길 정도였으니, 참 신기한 영화다. 그다지 관심이 없었음에도 군중심리가 발동하여 극장으로 향했다.


코믹 일변도는 좋았으나, 웃기려 작정한 게 보여서 아쉬웠다

왜 관심이 없었냐면, 이병헌 감독의 전작이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물만 봤었는데, 개그 코드가 딱 맞는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극장에는 스케일이 크거나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나올 때 가게 되는데, 이 영화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니 관심이 없을만했다. 다행히 이번 영화는 스물보다는 웃겼는데, 타율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타석이 많았다. 개그 시도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웃기는 장면은 종종 있었으나, 작위적인 개그 장면도 많아 보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개그만 놓고 보자면 작년의 대박 영화인 완벽한 타인 쪽이 훨씬 좋았다. 웃음으로만 보면 역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이기도 하고, 극장 내의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웃느라 거의 울 정도였으니 :) 



그래도 사람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천만 영화인 만큼 장점은 분명히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일관되게 쭉 코믹이다. 감동이나 신파 따위는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공식이 보였다. 한때는 웃기다 울렸고, 요즘엔 한탕하거나 내부 비리 고발 소재가 많다. 그런 공식에서 자유로워서 좋았다. 하고 싶은 것 다 한 느낌.


그리고 영화의 설정이 재미있다. 감시를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대박이 난다는 설정이라니 :) 나는 설정이 기발했던 영화는, 꽤 오래전 영화이긴 하지만 광복절 특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기껏 탈옥했더니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어 있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만화 같은 설정이다. 그리고 극한직업도 이에 못지않다. 설정만 들었을 때,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게 만드는 점이 좋았다.


돋보인 류승룡과 진선규

류승룡을 영화에서 본 지가 꽤 지난 것 같다. 명량이 마지막이었으니, 4~5년 만에 본 셈이다. 4~5년 전에는 지금의 류준열, 조우진처럼 모든 잘 나가는 영화에 나왔던 것 같다.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1, 2번째 주연이라는 것.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정점을 찍으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며 CF에서마저 상종가를 쳤다. 그리고 이때 너무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그간의 부진의 이유를 찾아보자면, 이 이미지도 한몫을 했을 것만 같을 정도로 코믹한 이미지가 셌다. 한때 배달의 민족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배달의 민족 = 류승룡' 이미지마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터진 게 또 치킨이다. 영화를 보면서 배달의 민족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잘 어울려서 더 웃겼던 것 같다.



진선규는 진짜 배우 같다. 흔한 표현이지만 '천의 얼굴'이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제대로 본 영화는 범죄도시 밖에 없는데 같은 사람이라 믿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서의 그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면, 더더욱 한 사람 같지가 않다. 같은 화교 출신이라는 설정인데, 한쪽에서는 극악무도한 캐릭터로, 다른 한쪽에서는 빈틈 많은 캐릭터를 소화해내니 참 배우는 배우구나 싶다.



이 두 배우에 가려 상대적으로 돋보이진 않았지만, 이동휘도 나와서 좋았다. 난 응답하라 1988과 뷰티 인사이드의 이동휘를 참 좋아한다. 애드립인듯 아닌 듯 자연스러운 대사가 너무 좋았는데, 이번에는 개그를 많이 빼고 진지한 역을 맡아서 그런 점을 못 본 것은 조금 아쉽다. 아마 그런 비슷한 역할만 하면 우려먹기라고 좋은 소리를 들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 


구정 연휴 때 하루에 100만명씩 늘어나는 관객수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렇게 폭발적인가 궁금했었다. 어느덧 1300만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젠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런지. 빈집털이든 아니든 이렇게 폭주하는 코미디 영화가 흔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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