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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Mar 05. 2019

절대 눈을 뜨지 말 것

서른세 번째 영화, 버드 박스를 보고

작년 말에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영화. 이후 공개된 영화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만큼 화제가 되는 영화는 로마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사실, 로마가 워낙 압도적이라 경쟁상대 자체가 없지만 말이다 :) 여하튼, 넷플릭스는 드라마에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영화는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아 덜 알려진 영화지만, 미국 내에서는 따라쟁이들 때문에 사회문제가 나타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영화처럼 눈 가리고 운전을 했다니 어디에나 관종은 많다


버드 박스는 넷플릭스 추천 영화로 항상 거론되는 영화로, 넷플릭스에 유난히 많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영화다. IO, 카고, 종말의 끝, 익스팅션 : 종의 구원자, 서던리치 : 소멸의 땅 등등.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는 것은 버드 박스인 것 같고, 예고편을 접했을 때부터 끌려서 보게 됐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몰입하게 된다. 절대로 안대를 벗지 말라고, 누차 강조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왜 안대를 벗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이 전염병이 발발한 5년 전과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런 영화들은 재난이 닥쳤을 때의 공포감이 생생하게 전달될 때, 비로소 몰입하게 된다. 갑자기 외계인이 들어와서 레이저 총으로 쏜다면 한 발짝 물러나서 팝콘을 먹으며 보겠지만, 이렇게 인간의 정신을 빼앗아 버리는 전염병은 '이런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더 집중하게 보게 된다. 영화 시작 5분 만에 질병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는 장면이 나오고, 그 장면이 여타 다른 영화들보다 강렬했다. 월드워 Z, 우주전쟁 같은 영화가 항상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번 영화에서 한 피해자가 불구덩이의 차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앞으로도 생각이 날 것 같을 정도로 강렬했다.



앞서 넷플릭스 자체 영화만도 꽤 많을 정도로,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재난이 닥치는 내용의 영화는 많다. 많은 영화들이 그 원인보다는 재난이 닥친 이후의 인간 군상에 대해 그리고, 이 영화 또한 그렇다. 어디에나 있는 설치다가 먼저 죽거나, 민폐 끼치며 다른 사람 다 죽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도 등장한다. 이런 점들은 비슷한데, 전염병이 확산되는 경로가 특이했다. 바로 시각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 시각을 차단해야만 살 수 있는 아이러니와 시각을 차단하면 답답해지는 점이 실감 나게 느껴진다.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감각의 소중함을 재난과 전염병을 빌려서 표현한다는 점에서, 에바 그린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 퍼펙트 센스가 생각났다. (이 영화도 정말 좋은 영화라 언젠가 아내를 보게 만들어서, 글그림을 남겨보고 싶다 :) )



다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그 원인에 대해 너무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의 영화들이 마무리가 잉?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렇게 확산된 적을 갑자기 소탕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주인공이 다 죽어버려도 힘 빠지고, 백신 주사 하나로 평화를 되찾는 것도 볼거리가 없다. 이 영화는 그래도 엔딩에 메시지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속 시원한 면은 없다. 차라리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시즌1, 2 정도의 분량으로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질병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던 만큼, 풀 이야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극장 개봉작이 아니라서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출연진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믿고 보는 산드라 블록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존 말코비치, 그리고 처음 봤지만 인상적이었던 트래반트 로즈까지. 그 외 작은 역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라 폴슨과 인간의 모습으로는 처음 봤던 알리타의 주역 로사 살라자르도 출연했다. 넷플릭스 구독 중이라면 볼만한 추천 작품이다. 이것 때문에 구독할 정도는 아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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