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아닌 창업의 길을 택하고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오랜만에 예전 회사 사람들을 만나 술자리를 하다 보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는데 말할 때마다 나도 놀라곤 한다.
“너가 이제 나간 지 얼마나 됐지?”
“아.. 2015년 6월이니까, 이제 만으로도 3년이 넘었네요”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엄밀히 말하면 3년 하고도 9개월이 흘렀지만, 이 9개월의 시간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서른셋. 스물여덟, 아홉 때는 서른이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듯이 그 당시의 나에게는 서른다섯이 그랬다. 서른다섯이 넘으면 당연히(?) 결혼도 했을 것이고, 그러면 과감한 결정도 못 하게 될 것이고, 연차가 쌓이면 이직도 쉽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결국 이 회사가 마지막 회사가 되는 건가! 지금 보면 비약이 심한 가정이지만 그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예전부터 내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는데,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리고 서른 다섯 정도까지는 아직 잘 팔릴 연차라서, 독립했다가 망해도 다시 어딘가에는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딱 2년 해보고 안 되면 창업의 꿈은 과감히 버리기로 마음먹었었다. 아직 취업시장에 기웃거리지는 않고 있으니 2년 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반반인 것 같다.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지만, 내가 원했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총 3개의 회사를 다녔다. 전체 회사 커리어가 6.5년인 것을 감안하면, 한 곳에 오래 다니지는 못 한 셈이다. 그리고 홀로서기 기간이 4년 가까이 되고 있으니, 나에게는 이쪽이 더 맞는 것 같다. 가끔씩 친구들이 다시 취업할 생각 없냐고 물었을 때 전혀 고민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만 봐도, 나는 이쪽이 더 맞는 것 같다. 한 번도 취업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건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뿐이다. 통장이 두둑해지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
돌이켜보면 나의 회사 생활이 아주 고달팠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적성에 맞는 일을 맡았고, 엉뚱한 팀으로 보내져서 커리어가 꼬이는 일도 없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업계 특성상 친구들에 비해 급여는 썩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직한 이후에는 워라밸도 안정적이어서 생활이 헝클어지는 일도 별로 없었다. 상대적으로 여자가 많은 직종이라 쌍욕을 듣거나 접대를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참 힘들었었다. 지금 와서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퇴사한다고 했을 때 안 말리고 왜 지원해줬냐고 물으면 부모님은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하신다.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내 나이보다 더 오래 하시고 은퇴를 하셨는데, “직장생활 별거 없으니 너 하고 싶은 것 해보라”고 하셨고, 엄마는 “니가 죽겠다고 그러는데 어떡하냐”고 하셨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싶은데, 고3 생활이 지금 돌이켜보면 추억이듯이, 나의 회사 생활도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미화됐지만 당시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모양이다.
살짝만 생각해봐도 화나는 일이 주마등처럼 흘러가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퇴사하고 싶어서 좀 세게 말했을 뿐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체였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몇 년 동안 비슷한 일만 하고 있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