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번째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고
스포는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런데 대놓고 스포를 해도 욕을 먹지 않는 그런 영화가 있다. 식스 센스와 유주얼 서스펙트가 그렇다. 내가 식스 센스를 극장에서 보고선 충격에 빠져 여려 가지 글들을 찾아볼 때, 너무나 친절하게 유주얼 서스펙트 결말을 곁들이며 식스 센스가 “유주얼 서스펙트급” 반전 영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 한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 이게 무려 20년 전의 영화라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유주얼 서스펙트의 결말을 접해버린 나는, 스포 당하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재밌을 것 같은 이 영화’를 20년 동안 보지 않고 있었다.
아내와 무슨 영화를 볼까 얘기하다가, 유주얼 서스펙트 어떨까 물었더니 그런 영화를 모른단다. 처음 듣는 영화인 데다 모르는 배우 투성이라고. 이 영화가 개봉한 96년도에는 미취학 아동이었을 테니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 영화의 반전을 모르는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영화 초중반에 “카이저 소제? 들어본 것 같은데.. “라고 하더니, 중반이 넘어가자 “아, 절름발이가 범인인 게 이거구나”라고 하더니 맥이 좀 빠진 듯하다. 영화의 제목은 몰라도 범인은 아는 영화, 이 영화의 결말을 모른 상태로 보기란 참 힘들 것 같다.
여하튼, 결말을 안 상태에서 보면 재미가 많이 반감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초중반에는 많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도 힘들고, 대사가 많아서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다. 결국 후반부의 한 방이 결정타를 날리는 영화인데, 그 한 방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를 알고 있으니 많이 아쉬웠다.
설령 반전을 모르고 본다고 하더라도, 눈치채기가 쉬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케빈 스페이시 외에는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약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베니시오 델 토로는 영화가 끝나고서야 “그 역할이 이 사람이라고?”라고 느낄 정도로 너무 마르고 젊어서 전혀 알아보지 못했으니, 나도 모르게 케빈 스페이시가 주요 역할일 것이라고 깔고 보게 된다. 이 영화가 지금의 케빈 스페이시를 만든 영화이기도 하고,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다고 하니 그 충격이 정말 엄청났을 것 같다.
식스 센스 이후 반전 강박증에 걸린 영화가 한 때 유행이었고, 요즘에는 그런 영화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 또 하나 강렬한 영화가 나와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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