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가 자연을, 고요함을, 저만의 시간을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겁내는 편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받는 스타일이 저라고 철떡 같이 믿어서 늘 밖으로 돌아다녔답니다.
오죽했으면 지리산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사람들이 훨씬 다수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을까요.
처음이 어려운 법이고, 다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몸으로 익힌 길은 요령도 생기는 듯합니다.
우연히 별 기대하지 않고 걸었던 길인데, 무척 재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에는 다시 가게 되고, 또 갈 날을 정해 두려고 캘린더를 자꾸 보게 됩니다.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면서 만난 실상사 공동체의 사람들과 식사하면서 또 한 두 마디 나누고, 다음 날은 마치 동네 주민인 양 반갑게 대화를 트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워집니다.
어느덧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가고 방을 비우고 있었어요.
마침 절에 도착하자마자 만났던 분이 저를 알아보고, 말을 건넵니다.
"얼른 갔다 오세요."
"네?"
"실상사에선 그렇게 인사해요. 여기가 집이고, 밖으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아하!"
"얼굴에 여기서 지내는걸 너무 즐거워하는 게 보여요."
"그랬나요? 하하하."
"얼른 갔다 오세요. 또 봐요."
세컨드 하우스의 개념으로 리트릿을 여기면 어떨까요?
일하면서 사는 집 이외에 쉼을 목적으로 지내는 세컨드 하우스입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면, 우리 삶이 훨씬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