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팩트 11. "시," "시인"이 내 삶으로 드리운 공간

지리산 평화결사 평화기도문


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평화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 아닙니다

나 자신과 내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나 아닌 사람을 위해

지금 여기 두 손 모아

기도하게 하소서

부디 우리의 평화기도가

시냇물처럼 이 땅을 적시게 하소서

내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 밑에서 죽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참으로 부끄럽게 하소서.

무심코 내뱉은

침 한 방울, 말 한마디가

세상을 얼마나 더럽히는지

까맣게 몰랐던 것을 뉘우치게 하소서

평화는 내 스스로 찾아 나서야

오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

지금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내 이 한 몸 기꺼이 쓰게 하소서.

내 형제 내 자매 고통스러워할 때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내 동포 내 민족 전쟁의 불안에 떨때

침묵하지 않게 하소서.

내 손을 쓰게 하소서.

내 발을 쓰게 하소서.

그리하여

갈라지고 찢겨지고 상처 입은 것들이

하나되는 날

하나로 껴안고 덩실덩실 춤추며 크게 울게 하소서


- 안도현 -


* "드리우다" - "빛, 어둠, 그늘, 그림자 따위가 깃들거나 뒤덮이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 Top 사진: Unsplash의 Vimal S


* 시의 출처: <지리산 실상사에서 만난 도법스님과 안도현 시인> 전주 MBC 제공 영상의 20:30부터 23:00

https://www.youtube.com/watch?v=-ToW0pfJExw


이 환호하는 사진으로 제 감정을 표현합니다. 스님과 시인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지리산 평화결사 평화기도문"을 읽고 난 느낌이 기립 박수였습니다. 가슴이 벅찼어요. 이렇게 기쁜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요. 특히 아직 지리산 평화결사에 대해 못 들어본 해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두근두근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