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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an 21. 2020

미국온라인고등학교, 첫 기말고사를 시작했고, 기록한다

"최선을 다 한 것 같아, 이젠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너..

새벽 5시 38분. 

짱이는 오늘 새벽도 책상 앞에 앉아서 아침 인사를 건넨다. 밤을 새웠구나. 휴..... 이젠 익숙해진 풍경이다. 


짱: 시험 끝나면, 놀 거야. 말리지 마라.

마미: 내가? 왜? 놀 때 뭐 먹고 싶은지만 이야기해.

짱: 진짜 완전히 놀 거야.

마미: 안 말릴 거야. 제발 좀 놀아라.


짱이는 오늘 1월 21일 오후 2시 59분까지 나머지 3과목, English, Art, World History를 모두 수강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 해야 했었던 것을 이 녀석은 단 9일 만에 해 (치워) 내고 있다. 가능한 일일까? 끝까지 가는 것에 의미를 모두 붙이고 가고 있다. 


셋 다 표정이 팍 어두워졌다. 어쩌지? 

지난주 목요일, 1월 10일, 시험장을 구해야 해서 교실을 찾아서 인천까지 갔다. 그 전날 밤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벼락치기 공부를 하고, 아침 9시 30분까지 인천 시험장에 도착하기 위해 우린 7시를 넘기기가 무섭게 집을 나서기로 했었다. 근데..... 그제야 시험지(?)가 어떻게 되는지가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허걱.... 학교로 전화를 해 보았다. 다행히 ~~ 정말 정말 다행히 담당 선생님과 바로 연결이 되었다. 한국 아침 7시가 미국 텍사스는 하루 전날 늦은 오후였다. 그. 런. 데. 시험지는 FedEx로 벌써 보냈다는 것이다. 아무 소식 못 들었는데..... 또 물어보았다. 우리는 아직 3과목을 못 마쳐서 Extension을 신청했다. 2월 중순까지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느냐? 학교 Coordinator선생님에게 이메일을 여러 번 보내어서 물어봤던 질문이고 확실한 답을 못 들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Oh, No." 1월 23일까지는 모든 "시험"이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대답! 이 들렸다. 그리고, 20일까지는 모든 "과목 수강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메일로 그렇게 물었는데, 왜 대답을 안 해 주었던 것일까? 이 날짜에 예외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럼, 왜 extension은 2월 10일까지라고 적혀 있나요?"를 물어볼 시간도 여지도 없었다. 우리 셋은 눈빛을 교환하고, 담담하게 당당하게 "OK. We understood. Thanks."라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전철역으로 달렸다. 

사진: (좌) Gerhard Gellinger & (우) Kalhh from PIxabay

"괜찮아, 첫 학기잖아. 용서해 줄 거지?"


이 거대 프로젝트의 캡틴 짱이다. 통화가 끝나자 마자 짱이는 이렇게 말하며 또 웃는다. 대장이 예스라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나? 짱이는 자기가 계획(?)했던 것보다, 아니, 희망했던 것에서 갑자기 17일이라는 어마 어마한 시간이 쓩 사라진 이 상황에서 "으응?"이라는 소리와 낄낄거리는 웃음만..... 4과목을 해 내는데 신입생 짱이는 4달을 쏟아 부었었다. 그것도 전략 과목들이어서 가장 친숙해했던 과목들이었다. 가장 힘들어 보이는 세 과목을 뒤로 미루었던 것인데, 작전상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훤히 보였다. 9일 만에 1학기 동안 배울 과목 3개를 한다...... "일단 시험 보러 가자!"라는 마미의 외치는 소리에 우린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부지런히 전철역을 향해 달렸다. 짱이는 자기가 더 일찍 한 번 더 챙겼어야 한다며, "이건 부모의 일인데 너에게만 너무 맡겼다며" 우린 미안해했다. 분위가 좋았다. 

시험은 과목당 3시간. 짱이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3시간 보고, 1시간 쉬고 다시 3시간..... 을 계획했다.  

 

시험 일정 

목요일, 10일, Geometry와 PE (체육)

토요일, 12일, Biology와 BIM (Business Information Management) 


홈스쿨링이지만, 시험은 "학교"에서 정식 "감독관"이 있는 곳을 구해서 보도록 학교는 요구했다. 지인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우들을 위한 센터에서 흔쾌히 도움을 주셨다. 아주 작은 상담실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고, 짱이는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 준비를 하던 짱~~ 


짱: 허걱........ 계산기를 안 가져왔네. 자세가 안 되어 있어, 나는!

마미:........... (야, 네가 먼저 그러면 나는 뭐라고 하냐?)....... 

짱: 시험 볼 때 계산기를 쓴다고 해서..... 시험장에서 처음 써 보니까 신기했는데.... 처음 쳐 보는 미국 수학 시험인데 어쩌지. 

마미: 틀리자. 안 그러면 어쩌냐? 지금.... 그러자, 틀리자. 

짱:............. 시험 볼게....... 


금요일에 BIM과 Biology를 정리하다가 초췌한 머리를 들면서... 

"꽉 찬 물컵에 물 붓기 같아." 


그러다가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화들짝 일어나면서 안절부절해하면서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다. 

"나 절박해, 왜 잤지?" 

토요일에는 시험 준비를 하며 BIM을 최종 정리를 하다가, 데이터베이스 쪽은 좀 어렵다고 했다. 

모녀의 대화, Most Memorable Moments, MMM


짱: 흠...., 답이 틀리네. 

마미: 그렇구나. 그럼, 그냥 틀려버려.

짱: 응? 

마미: 그냥 틀려. 확.... 

(짱이는 박장대소했다.) 

짱이: 뭔가 좀 심하게 단순하지 않니?

마미: 응! 나 심플하잖아. 


인천까지 전철로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왕복으로 거의 4시간이 걸렸다. 이틀을 연속해서 이렇게 다닌 짱이는 결국 네 과목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스펀지 같아. 내 몸이 너무 아파.
문제들이 내 몸에 전부 들어왔다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야."


끙끙 소리까지 내면서 앓는다. 일요일이 되자, 우린 남은 세 과목을 과연 저 짱이가 어떻게 해 낼 수가 있을까를 걱정하는데, 본인은 "일단 놀고 쉬어야겠어"라고 하더니..... 일요일에 정말 망설이지 않고, 실컷 자고, 계속 놀고 엄청 먹으며 제대로 쉬었다. 짱이라는 이름대로. 


English, 미국 고등학생들에게는 '국어우리 짱이에게는 후덜덜 '다른 학생들의 모국어

오늘 새벽에는 시를 써서 제출해야 하고, 직접 자작시를 읽고 녹음을 해서 올리고, 두 명으로부터 이 시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서 올려야 한단다. 아... 진짜 빡빡하게 한다...... 다행인 것은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짱이, 평소에 놀면서 써 둔 시가 있었다는 사실! 얼른 번역하고, 녹음을 했다. 업로드하려다가 평가 기준을 읽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가? 발음이 또렷한가? 자신감이 느껴지는가? 등등.... 아이코.... "다시 해야겠어." "뭐하러? 그냥 내자." 마미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빈방으로 벌써 들어가서 "녹음 들어간다. 조용히 해줘"라고 외친다. 녹음을 마치고 나오면서, 갑자기 "좋은 한국말 표현이 생각났어, "쌩쑈한다""...... 언어를 좋아하는 짱이는 한국말 중 재미있는 표현들을 몇 달째 모으고 있다. 못 말린다. 고딩이, 여러 가지 한다. 


짱이: "교과서 1,121쪽을 읽고 답하라" 믿기니? 그러면 깜짝깜짝 놀라. 엄마, 교과서가 천 페이지가 넘어. 

마미: 그니까. 그 책을 다 하냐, 그래. 

짱이: 한국 교과서도 이 정도로 두꺼웠어. 체육 교과서가 3년 내내 쓰던 건 이 정도 두께 되었어. 근데 그건 3년짜리였다구. 여긴 한 학기야. 너무 하지 않냐? 

마미: 너무 하지. 너무 하고 말고. 야~~ 넌 그걸 다 하고 있어. 멋지다. 

짱이: 수업 시간에 적응이 안 돼. 수업이 40분이면 절반은 다른 이야기도 좀 해야 하는데.... 그냥 교과서만 쭉 보라는 것도 어색해. 뭐~ 줄 긋고 뭔가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냥 계속 교과서만 봐. 중간중간 "별 다섯 개" ~ 뭐, 이런 말이 나와야 될 타이밍인 것 같은데, 없어! 

마미: 신기하네. 신기해. 너는 적응 잘하네. 그냥 쭉 가면 심심할 수도 있으련만. 우리 딸, 멋져부러! 

 

새벽 6시. English, 즉 미국 고등학생들에게는 국어인 이 과목의 마지막 Unit에 닿았다. 짱이는 "열렸도다~"라며 "더구나 Drama야"라며 반가운 기색이다. 아마 미국 국어책(English)에는 모든 문학 장르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나 보다. 짱이는 Drama를 워낙 좋아해서 5년 정도 매주 Drama를 배웠었다. 물론 이론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가까이에서 접했으니 어색하지는 않으리라. 


사진: 미국온라인고등학교인데도 Art 는 그리기가 매주 2-3장씩 나왔다.  

그릿 Grit이 생겼다, Art수업을 들으면서 낄낄거리고 수다도 떨면서도 손은 끝까지 연필을 쥐고 그리고 있다. 

다시 스케치북을 들고 나타난다. Art가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 과목이다. 그림을 매주 그리며 한 학기를 채우게 되는데 학기 내에 거의 40장에 가까운 작품을 그리게 되어 있는데, 우리 짱! 지금에서야 한 학기 수업을 몰아서 달리고 있다. 


짱: 어..... 큰 실수를 해 버렸네. 다리가 너무 길어. 괜찮아. 난 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

마미: 훌륭한데..... 

짱: 심각하지만 괜찮아. 전에 그렸던 그림이 더 심각했어. ㅋㅋㅋ 

마미: 근데, 있잖아... 어제....(별 반응을 짱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지금 이야기해도 돼?

짱: 아니. 나 굉장히 바빠. 근데, 이 그림 말이야 (쫑알쫑알). 


그러고는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어쩌겠는가? 따라가야지. 


사진: 아주 이른 오전 시간부터 부지런히 채점이 되어서 돌아 왔다

World History, 단어가 왜 이렇게 길어! 헷갈려! 

취약하다고 미루어둔 과목인데 막상 들어가 보니, 중학교 때 했던 세계사와 같은(?) 내용이라면서 즐거워하는 짱이...... 그 반가움도 잠깐이었다. 역사 속에 있는 고유명사는 왜 이렇게 길고, 또 많은지..... 시대적 상황은 짐작이 되는데 한글 단어가 기억이 나서 더 헷갈린다면서 또 깔깔댄다. 그리고 설명이 더 자세하다며, 이런 것까지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닌가라며 시험을 걱정했다. 느긋하게 역사 공부를 했으면 좋았으련만..... 


짱: 이제 우리 근처로 왔어.

마미: 그게 무슨 말이야? 

짱: 중국사야, 이제. 

마미:........... (넌 참으로 엉뚱하구나.) 


지난 주에 네 과목을 기말고사를 쳐 보니, 내용을 정리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깨달은 듯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더욱 없지만, 처음 공부할 때부터 정리를 하겠다며 정성을 보였다. 하루에 한 학기 분량의 한 과목을 마쳐야 하는 상황인데 어쩌려고...... 옆에서 슬쩍 시간 계산만 해 보자고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괜히 심기를 불편하게 건드렸다가는 캡틴의 사기만 떨어뜨릴 것 같았다. 

사진: 3282700 from Pixabay

"나 절대 이렇게 다시는 안 할 거야. 다음 학기 때는 일정 잘 맞춰서 내가 먼저 진도 빼 버릴 거야. 진짜 힘들다. 정말 죽을 맛이다"를 계속 반복한다. 

 

부모의 역할은 치어리더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홈스쿨인데.....  선생님은 원래 없는데. 짱이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배우게 되어 있었던 1학기 과목들 세 개, 즉 English, Art, World History를 지난주 거의 지난 주 월요일부터 달리기 시작, 오늘 화요일 아침까지 무려 9일만에 1학기를 마치는...... 휴.. 짱......아! 


휴...... World Hisotry는 벌써 점수가 나왔다. 과제 평균점수 99.12...... 믿기 어려운 점수다. 어제부터는 오늘까지는 15분 정도만 자고 계속 달린다. 말도 안 된다. 휴... 짱이를 짠~~~ 이로 바꾸어야 하나..... 마음이 짠하다. 오늘 밤에는 아주 많이 잘 거라고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부터 시험공부! 3과목을 하루 만에? 또, 휴..... 23일 - 24일, 우리는 다시 인천행 전철을 타고 세 과목의 기말고사를 보러 작은 교실 학교로 간다.  


#미국 #홈스쿨링 #고딩홈스쿨링 #기말고사 

* Top Photo: Paul Want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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