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일 때 실패해 봐야지,언제하겠니?실컷 하자!

미국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스페인어 코스를 듣고 있는 짱! 헐... 또!

"오우, 노우."

속삭이는 듯한 짱이의 이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깨어났다. 시계는 새벽 6시를 훨씬 넘어 있었다. 저렇게 저 자세로 어젯밤도 꼴딱 앉아 있었구나. 근데, 뭔 일이지?


"어째서?"

"날아갔어. 또, 날아갔어."

"응?......... 아이코......."

그제야 기억이 났다. 어제도 스페인어 과정을 부지런히 배웠건만 Unit Quiz에서 다 풀어둔 답안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백지로 돌아가 버렸었다. 짱이........대!!!!! 노!!!!! 하고........ 그리고, 그 많던 문제를 다시 풀었다.


"신기하네. 엄마, 나 그 사이에 스페인어 늘었나 봐."

"그래? 어째서?"

"다시 푸니까, 지난 번에 왜 그렇게 안 풀렸는지가 기억이 나면서 술술 풀려. 신기해."

"그렇구나. 신기하네. 답지가 날아가니까 좋은 점도 있네."

"맞아. 그래도 완전히 백지가 되는 건 정말 너무 싫어. 얼마나 놀랐는데."


오우 마이 가드~~

"악!! 악!!! 아아아 아악!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또 날아갔다 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내 아이가 문제를 초래한 것은 없는지...... Compassion을 가슴에 떠올리며 그 과정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허탈하네. 기계적 오류인가 보다. 이런 일은 발생을 하니.... 어쩐다.... 두 번은 너무 했잖아......

mihai-surdu-8H9ph_Jp3hA-unsplash.jpg 사진: Mihai Surdu on Unsplash

회복탄력성! 보석을 캐내자!

"이제 어떻게 하려고?"

"다시 해야지 뭐. 방법이 없잖아. 이 시험들은 점수에 포함이 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난 다 풀었다 말이야. 엄마, 이거 한 회를 풀기 위해서 내가 시간을 얼마나 들였는지 알아?"

"모르지. 몇 시간쯤?"

"........... 적어도 3-4시간이야."

헉....... 밤을 꼴딱 새우면서 1회씩을 풀었는데, 그걸 2회나 날려......


"너 너무 속상하겠다. 너무 아까운데. 어쩌지?"

"또 풀어야지, 뭐. 이 문제들을 충분히 이해해야지 기말고사에서 고생을 덜한단 말이야."

"그렇구나. 정말 고생한다, 우리 딸. 네가 그렇게 책임감 있게 스스로 챙겨줘서 고마워. 우리 문제를 푸는 것 말고, 또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없어. 또 사라지면 난 진짜 진~~~~ 짜 속상할 거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어. 학교에 도움을 청해. 테크 담당자들과 네 성적을 관리하는 분들은 알고 있어야 해. 이 문제가 2번 발생했으면 또 생길 수 있어."

"난 시간도 없단 말이야. 7월 1일이 마감이야. 근데 난 아직 할게 많이 남았어. 이렇게 몇 시간씩 걸려서 한 문제 풀이를 이렇게 계속 반복해야 한다면, 난 정말 정말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도움을 청하자. 그 분들은 해결을 해 줄 수 있는 기술을 가졌고,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안 겪도록 해야 하는 일이 그 분들의 일이야."


짱이는 날아갔던 문제들을 다시 풀었다. 이 기계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메일은 보내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었고, 마미가 잠에서 깨자 반가웠던지, 뭘 해 먹자고 했다. 뭘 먹을까 수다를 떨고 있는데 짱이는 계속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뭐지?

"엄마, 또 날아가서 내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먹을 거 혼자 준비해 줄 수 있어?"

"헐....... 너 괜찮아? 또? 뭐야, 3번째니?"

"응. 이젠 편지 써야겠다. 엄마 말대로 2번 발생했을 때 메일을 써 둘걸 그랬나 봐. 지금이라도 쓰면 되겠지?"


아.... 우리 딸! 무지하게 도를 닦는구나.

"멋진 딸! 이쁜 딸! 회복탄력성의 여왕! 그럼! 메일로 도움 청해 두자. 세 번이면 정말 무시 무시하네."

jeremy-bishop-dNvvCXjyNEQ-unsplash.jpg 사진 - Jeremy Bishop on Unsplash

20년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온라인 학교이지만,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졸업식에는 한 번 가볼 수 있을까 싶은 먼 곳인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학교이지만, 짱이는 "우리 학교"라고 자연스럽게 부르고 소속감을 느낀다. 이러한 문제점은 늘 있어 왔고, 그때마다 어른인 내가 나서기보다는 한 스텝 한 스텝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어서 그런 걸까? 짱이는 이메일을 일목요연하게 썼다. 감탄할 일이었다. 테크 담당자들, 학교 담당자들 등 모든 관련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학교가 아침을 맞이할 시간, 답장이 바로 왔다. 사과하는 말과 문제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묻는 말들, 짱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음에 자랑스러워함이 보였다. 온라인 학교이지만, 아니 온라인 학교이기에, 학생들 한 명 한 명과의 소통에는 더 신속함을 가하는 것일까? 고맙네. 다시 답장을 쓰면서 동시에 부지런히 문제를 풀고 진도를 나갔다. 이메일이 두어 번 교신이 되었고, 짱이는 어른들과 복잡한 갈등 속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를 배워 가고 있다. 더구나 태평양을 두고 한국과 미국의 문화는 다르기에 그쪽 문화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실제로 문제에 휩싸여서 배우고 있다. 용감하게!


오늘 저녁! 네 번째 "답안 휘발 사건"이 발생했다.

짱이는 어이가 없는지 화면만 지긋이 들여다보고 앉아 있었다. 우린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짱파와도 나누었다. 짱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 중요한 이야기 조각들이 빠지는 것을 알아차렸고, 우린 이 조각들을 다시 주워 들었고 소통의 퍼즐을 맞추어 갔다. 스페인어 한 두 단어 더 아는 것 보다도 이런 삶의 기술을 우리 가족들은 중요시 한다. 아직 시험은 몇 회 더 남았다. 오늘은 미국이 독립기념일이 있는 금요일이다. 얼마나 빨리 답장이 올진 아무도 모른다. 짱이는 다시 똑같은 문제를 푼다. 이 반복되는 쓰린 경험의 시간에는 분명 소중한 보물을 숨겨져 있을 것이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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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 Picture - Daniel Ober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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