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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n 26. 2019

존경하는 워킹 맘들의 아이들이 세상을 탐험하도록 한다!

이런 일을 하고 싶었고, 부록같이 해 왔다면, 이젠 제대로 쭉 간다

몇 년 전 출장으로 전라남도 작은 도시에 있는 공립도서관에 미국인 시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갔었다. 시를 통해 미국 문화와 사회를 한국분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기획했었다. 미국 시인을 맞이한 도서관장님은 우리들에게 도서관 곳곳을 보여 주셨다. 난 업무 현장에서 낮 시간 동안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문득 집에 두고 온 우리 집 꼬꼬마 짱이가 생각났다. 코 끝이 찡해 왔고, 녀석이 몹시 보고 싶었다. 물론 미안한 마음도 스믈 스믈 올라왔다. 


"그래, 이번 주말에는 나도 짱이 데리고 도서관 가서 저렇게 시간 보내야지"라고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먹먹한 마음을 이런 결심 아닌 결심으로 달래고, 다시 내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Illustration by Fairy Tale from Pixabay 

이번엔 강원도 출장길이었다.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생 리더들과 미국 고위급 외교관이 TV토론회를 하는 프로그램을 하루 앞둔 전날 저녁이었다. 방송국 스튜디오는 대낮과 같이 조명이 환했고, 리허설은 진행되었다. 담당 PD님의 열정적인 모습, 지금까지도 그분을 존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PD님은 강원도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한국 예술 문화들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해 주셨다. 한참 리허설이 무르익었고 PD님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는 몰입하고 있었다. 이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짐작컨대 대화는 "엄마, 언제 와?"였을 것이다. 하지만, PD님은 흔들림 없이 여전히 무대 위와 아래로 뛰어다니셨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나는 "전화받으시고 해요, PD님.... 죄송해요... 어쩌나.... 혼자 있나 봐요"라고 말씀드렸지만, 모두 알았다. 우린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헌신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있는 분들을 발굴하고, 만나고, 함께 외교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직장에서 여성들은 아이나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조심 또 조심을 해야 하던 문화가 지배적인 때였다. 나는 의도적으로 더 그분들의 가족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를 챙겼다. 이 분들이 끼치시는 사회적 기여에 나만의 방식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이었다. 다짐을 했다. "언젠가.... 언젠가.... 저분들이 저렇게 현장을 지키시는 동안 나는 저분들의 아이들을 위해 역할을 하리라. 엄마들이 밖에서 어떤 마음으로 공익을 위해 일하시는지, 그분들이 가정 밖에서 어떤 세상을 만들며 동분서주하고 계시는지, 나는 이 엄마들을 대신해서 아이들에게 그 세상을 보여줘야지"라고.




오늘 저녁 그 첫 여행을 시작한다. 이 어린이들은 미국을 처음으로 여행 가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온 20대 청년들과 노래와 춤을 추면서 "상호 이해"라는 공감을 키우는 캠프에 참여한다. 미국 어린이 100여 명과 함께 공연도 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공연장에는 이 동네 주민들로 가득 찰 것이다. 그 무대에 우리 어린이 6명이 우뚝 설 것이다. 가슴이 벅차다. 다음 주 5일 동안 하루 종일 영어로 노래 춤 동작 등을 배우고, 무대에서의 동선 등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영어도 술술 나올 것 같은 기분으로 충만되길! 

초6 때 시카고에 사는 친구들과 르네상스 페어에서 중세를 탐험하며 짱이, 신났었다.

이 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시차 적응 등 현지 적응을 하기 위한 시간도 계획했다. 내일 저녁 LA공항을 통해 미국 탐험을 시작한다. 여행 코스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소와 음식으로만 선별했다. 음식도 로컬적인 것만 골라 먹어 보도록 디자인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외치며 우린 딱 열흘만 현지식으로 먹어 볼 것이다. 숙소도 기숙사나 호텔 대신 가정집으로 구했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서 익숙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새로운 땅에서 잠자리와 휴식은 편안히 할 수 있도록 시설이 썩 잘 갖추어진 현지식 집을 선택했다. 우리처럼 캘리포니아를 처음 여행하는 캠프 선생님들 두 분에게 우리 미국집을 오픈했다. 일명 호스트 패밀리가 되기로 자청했다! 내가 직장맘일 때 초등학생이던 짱이에게 해 주고 싶었지만 꿈도 못 꿨던 이 경험을 멀리 미국이란 나라에서 고등학생이 된 짱이와 동생들에게 드디어 해 주게 되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는 경험을 갖도록 도울 것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자기 자신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지, 절대로 싫은 건 뭔지.... 자기 자신을 탐험할 놀이터로 우리는 캘리포니아를 선택했다. 어린이 청소년 참여자들을 포함한 우리 7인방들이 세상을 탐험하면서 어떤 이웃을 만나게 될지.... 설렌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집을 떠나 멀리 여행가 있는 동안 워킹 맘들 중 한 분은 아시아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또 한 분은 한부모가족들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실 것이다. 마음 한 편에 이 아이들에 대해 무척 궁금하실 것이다. 사진을 듬뿍 보내 드려야겠다. 신나게 놀고 배우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아마 격무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더 커질 정도로 에너지를 전해 받으시겠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엄마들이 이 시간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를 어린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을 수 있도록, 그래서 엄마처럼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꿈꿀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 분들의 아이들과 함께 나는 태평양을 건너간다.  

Photo by Jon Megn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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