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 지난번에 본 시험에서는 틀렸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거야. 그래서 중간고사를 볼 때 유사한 문제가 나오면 "내가 정답을 모르니까 그대로 틀리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어. (큰 웃음) 그때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할까 하다가 "아니다, 그냥 하자"라고 생각하고 했었는데 마침 안 나왔어. 근데 기말고사에서 또 그 문제가 나오게 되면 "내가 꼼짝없이 틀리겠구나" 싶은 거야. 그래서 이번엔 물어봤지, 선생님에게."
마미: 그렇구나. 응. 응.
이렇게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나. 짱이가 "헐~"하며 시작하는 이야기에 반응을 하며 듣고 있었다.
짱: 근데 선생님이 "(자기가) 틀린 것 같다고, 지난번 시험 점수를 고쳐 주겠다"라고 답장이 왔어. 그래서 1점이 올랐어.
마미: 중간고사는 아직 안 본거야?
짱: 중간고사는 봤고, 이건 그 직전 시험이었어. 중간고사를 볼 때는 "나오면 틀리자"였거든. 근데 안 나왔었고, 그냥 내가 기말고사 때 또 이런 문제가 나오면 어쩌지라고 걱정이 되는거야.
홈스쿨링을 선택한 것은 이런저런 경험들을 두루 해 보길 희망했었고,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를 바랐었다. 온라인 학교다 보니 혼자서 해 나가야 하고, 더구나 미국 학교라서 문화적 차이, 언어적 어려움 등을 비롯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발생하고 있고 짱이는 좌충우돌 잘 보내고 있다. 학교 진도를 이번 학기에는 묻지 않았다. 지난 학기에 "그냥 맡겨 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따라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 수학 과목도 진도에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마미: 그럼 그 문제 하나를 들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씨름을 했던 거였구나.
짱: 그랬어. 그때 선생님한테 그냥 물어봤었어도 될만한 것이었는데. 주관식 문제였어. 종이에 풀어서 보내는 것이었는데 나는 1가지 방법만 나왔던 거야. 나중에 채점되어서 온 걸 보니까, 선생님이 이건 2가지 방법으로 풀 수 있고 나는 1가지 방법만 있다고 했기 때문에 1점 감점이 되었다고 써서 왔었어. 근데 그때부터 나는 아무리 풀어도 2가지 방법이 안 나오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메일을 보냈지. 이젠 알아야 되겠다 싶더라고.
마미: 그랬구나. 그랬더니?
짱: 선생님이 "아, 내가 실수했다. 없는 게 맞네."
마미: 근데 그 문제를 다른 얘들도 다 풀었을 텐데 그럼 그 얘들한테도 다 채점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짱: 그럴 수 있지. 같은걸 푸니까. 그런데 걔네들은 correction을 안 했나 보네.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마미: 넌 참 훌륭하다, 딸.
짱: 처음에는 나도 2가지 방법이라고 썼다가, 다시 해 보니까 없는 거야. 그래서 내 소신껏 "없다"라고 적었거든. 그리고 틀렸단 말이야.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해 봤는데 없었거든. 그래서 시간이 꽤 걸렸어. 그런데, 없는 거였어.
아..... 이런 우여곡절을 마미인 나는 모르고 있었다니..... 고생하는구나. 마미의 질문은 또 이어진다.
마미: 근데 이건 수학에서 뭐야, 함수야? 도형이야? 뭐야?
짱: 한국에서는 내가 고등학교를 안 했기 때문에 뭔지 모르겠어. Circuit이라는 건데 일종의 그래프야.
그러면서 짱이는 그 파트를 보여주었다.
마미: 난 이런 거 제일 싫어해. 내가 고등학교 때는 그런 거 없었어.
짱: 한국에서 중학교 다닐 때 나도 이런 거 없었어.
마미: 이건 그냥 Math야?
나의 상태가 심각하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무슨 과목을 듣고 있는지 도통 모르고 있다.
짱: Advanced Quantitative Reasoning. 요 문제였어.
마미: 괜찮아. 안 보여줘도 돼.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살짝 보다가) 으악. 나 이런 거 제일 싫어해.
짱: 그러니까 모든 변을 사용해서..... (어쩌고 저쩌고)
마미: 응. 응. 응. 응. (열심히 반응을 하고 있었다.)
짱: (뭐라고 뭐라고 한참을 설명했다.) 이렇게 했는데 없는 거야. 그래서 선생님에게 그 과정을 써서 물어봤더니, "내가 실수했네, 없는 거 맞아"라고 답장이 온 거야. 하하하. 그렇게 해서 1점을 더 받았어.
마미: 너는 1점을 받겠다는 게 아니었는데.
짱: 아니었지. 난 진짜 틀린 줄 알고.
마미: 넌 공부하려고 물어본 거잖아.
짱: 맞아. 근데 의외로.
마미: 축하해.
짱: 전에는 점수 때문에 물어봤다면 이번에는 진짜 진심으로 내가 그냥 물어본 거였는데.
미국 온라인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짱이는 문화적인 충격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하면 혼이 날 수 있다고 주저하던 일이 어제일 같은데 이제는 편하게 물어본다.
마미: 지난 학기 때 우리가 배운 것이 뭔가 찜찜한 것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자였잖아. 올해는 없어? 지금까지?
짱: 없어.
이 글을 쓰는 동안 책상 너머로 짱이는 수학 선생님에게 답장을 쓴다고 했다. 선생님은 추수감사절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답장을 보내왔었다고. 너무 고맙다면서..... 선생님의 휴가 기간에 더 이상 자기가 방해하면 실례일 것 같아서 기다렸다면서 이제야 답장을 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생활, 학교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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