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치기 위해 짱이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다 쓰고 있다. 한 챕터를 공부하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고, 시간 관리를 하고, 또다시 이 과정을 혼자서 반복해 내기 위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내일, 아니, 이제는 오늘이다. 토요일 오후 2시까지 기말고사까지 마무리를 하기 위해 책상을 지키고 있다. 어제 금요일 오후에 4-5시간을 자더니, 이대로 24시간을 버티겠다고 했다. 이번 주에는 나도 일정이 많았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쉬는 시간도 필요했었기에,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는 짱이를 홀로 두고 자 버렸네! 새벽 3시인가 보다. 우연히 잠이 깨서 책상을 보았다. 짱이는 안 보였다. 베란다에 불이 켜져 있었고, 짱이는 거기서 외투를 걸쳐 입고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시험을 치는 중일 수도 있었다. 가만가만 움직이고 있었더니 짱이는 노트북을 들고 들어 왔다.
마미: "내가 해 줄게 있니? 배 안 고파?"
짱: "나 자랑할 것 있어."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물론 우리도 기말고사 치면서 잠을 설치던 학창 시절이 있었지만, 혼자서, 그것도 해외 고등학교 공부를 해 내야 하는 건 어마 어마한 산이다.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이루어내었는지를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늘 응원하는데, 이 새벽에 이 사람은 내 눈치를 보는 것일까?
짱: "그랜드 슬램. 드디어 떴어. 나 해 냈어."
마미: "대박! 너 진짜 그거 하고 싶어 했잖아. 축하해! 근데, 그게 뭐였더라?"
포스텍영재기업인교육원에서 지난 2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짱이는 이 "그랜드 슬램"을 몇 번이나 이야기해 주었다. 꼭 하고 싶다고, 꼭. 하고 싶은 일에 주변인인 부모가 아무리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본인만큼 마음을 쓰는 건 어려운지라 들을 때마다 진심으로 응원을 보냈지만, 미안하게도 잊었다. 그리고, "가볍게 배웠으면"하고 바랬다. 왜냐하면, 너무 간절하게 바라면 학교 공부 외에도 추가로 힘에 겨울까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짱이가 너무 원했던 일이라서 "네 바람대로 되길"이란 마음은 품었었다. 드디어 그 순간이 왔나 보다.
마미: "미안해. 또 까먹었어. 뭐라고 했지, 그랜드 슬램?"
짱: "이것 봐."
웹사이트에서 지난 2년간 이루어낸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두 눈이 휘둥그러해질 수밖에 없었다.
짱: "난 시작할 때부터 그랜드 슬램이 목표였어. 이건 필수 과제뿐만 아니라 선택 과제들까지도 모두 해 내야 하는 거야. 지난 1D때부터 이번 4D때까지, 싹 다. 하나도 빠짐없이 해야 되는 거야. 그리고, 마감 시간도 모두 지켜야 하는 거야. 과제를 해 낼 때마다 우린 크레딧과 CO를 받아. 이건 우리 "포스텍 월드"에서는 창업자금과 같은 거야. 캐쉬지. 가끔씩 생기는 이벤트 등에 참여를 하면 크레딧 같은 걸 받기도 해. 캠프에서 수상을 하면 크레딧을 받아. 여기 봐봐."
맙소사. 2년 동안 필수 과제 + 선택 과제를 모두 다 해 냈다고? 너 진짜 대단하다.
일 년에 2차례씩 있었던 5일간의 집중 캠프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받은 크레딧, 흥미진진한 창업가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벤트들! 여기에서 짱이는 차곡차곡 크레딧과 CEO를 모아 두고 있었다. 그 끝은 그랜드 슬램!
짱: "뿌듯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얘들도 있을 거야. 그런데 확실한 건 내가 크레딧이 가장 많아. 어떻게 이야기하자면, "포스텍 월드에서 내가 재벌이야." 하하하
짱: "크레딧과 CO를 창업할 때 쓴단 말이야. 내가 초기 창업가이기도 하고, 내가 돈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도 한 거야."
마미: "근데 넌 기분 좋을 때 흥분 안 하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엄청 흥분하는데."
마미: "Be generous with yourself.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너 자신이야.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OK?"
짱: (웹사이트를 보여주며) "크레딧은 말 그대로 신용, 그 신용이 내가 얼마나 갖고 있는 거야. CO는 돈이야, 달러. 3D때도 내가 제일 많았어. 2D때는 내가 좀 적었어. 그리고 이 때도 이렇게 적었어. 그런데 이게 누적이 되면서 내가 제일 많아. 멋지지?"
짱: "이렇게 all clear를 받는 거야. 적립에서 빠지는 일도 있는데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거든. 난 다 적립 밖에 없어."
이렇게 크레딧을 쌓기 위한 방법으로 매일 1회 이상 교육원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있다. 짱이는 자정이 넘어서 온라인 학교로 가면서 한 번, 한국 시간으로 자정이 되기 전 "혹시나"하면서 또 한 번, 꼬박꼬박, 365일을 접속해 왔다. 그것만으로도 홈스쿨링에서 키울 수 있는 리더십은 충분히 길렀다고 감사히 여겼는데....
짱: 이것 봐. 이게 딱 어제 들어왔더라고. 올 클리어하고서 이게 들어왔어. 그랜드 슬램.
마미: 오~~~~ 와~~~ 대박~~~~ 두 번이나 들어온 거야?
짱: 뭔 소리지?
마미: 아까 화면에도 그랜드 슬램이 있었잖아.
짱: 아! 이건 크래딧에서 그랜드 슬램, 이건 CO에서 그랜드 슬램. 이건 내가 포스텍월드에서 돈도 제일 많고, 신용도 제일 높다는 거지.
마미: 근데 돈이 제일 많으면 신용도 제일 많은 거 아닌가?..... 아니구나....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 내 자금은 많아도 신용은 낮을 수 있겠다.
짱: 그런 경우는 과제는 제출했는데 기한이 지나서 제출했을 때. 즉 CO는 오는데 신용은 오지 않는 경우이지.
짱: 1D랑 2D 때는 내가 상 받은 것이 별로 없어서인 것 같아. 근데 3D 때부터는 사부작사부작 많이 했었어.
짱: 3D때도 올 클리어를 한 친구들이 꽤 있었어. 많지는 않았지만, 적지도 않았어. 그랜드 슬램도 있을 거야.
마미: (박수가 이어진다.) 그러면 그랜드 슬램은 4D를 마치면서 있는 거네. 네가 얼마나 하고 싶었겠니? 결국 다 해 냈네. 축하한다, 딸.
짱: 배고파. 고마워. 맛있는 거 먹자. 파티하자.
마미: (새벽 4시인데...) 지금?
짱: 아니, 시험 끝나고.
마미는 요사이 눈여겨봐 두었던 새로 생긴 메뉴들과 식당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짱이 취향을 맞춰서! 신나서 먹는 이야기로 넘어가는 모녀. 새벽 감성으로다가!
마미: 항상 모든 과제를 제출했구나. 근데 지금까지는 그랜드 슬램이 아니었네? (아직 파악이 부족한 마미)
짱: (같은 질문을 아무리 반복해서 물어도 이 질문은 대답할 때 본인이 즐거운 듯) 그랜드 슬램은 말 그대로 1D부터 4D까지, 2년 동안 있었던 모든 필수 & 선택 과제를 다 해 내었던 거야.
마미: 하~~~~~~~~ (이제야 이해가 되는) 필수 과제와 선택 과제를 다 해야지만 받을 수 있는 거네.
짱: 4D에서만 받을 수 있는 거야. 왜냐하면 4D에서 마무리를 하는 거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야 되는 거야.
짱파: (우리의 수다 소리에 새벽 5시경에 잠을 깬 대디) 너뿐이겠다, 그랜드 슬램은.
짱: 3D까지도 꽤 많았어. 이번에도 많을 거야.
짱파: 너 같은 얘가 어디 있겠냐? (어떻게 그걸 다 해내니?라는 목소리)
마미: 선택 과제까지 다 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럼, 1기부터 시작해서....
짱: 엄마! 1기가 아니고, 1D!
마미: 맞다. 1D! 1D부터 시작해서 선택 과제를 1개라도 안 해 버리면, 이건 못 받는 거네.
짱: 못 받지.
마미: 그럼, 넌 처음부터 그랜드 슬램을 하고 싶어서 선택과제를 다 한 거야?
짱: 그렇지.
마미: 짱파 ...... 우리 딸.... 정말....... 넌 할머니 피가 정말 진하게 있구나. 이건 할머니 성품이야.
"딴짓"을 실컷 해 볼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마음 아파하며, 조심스럽게 당신의 걱정을 우리에게 이야기했던 할머니!
홈스쿨링의 길에서 짱이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면서, 자기가 꿈꾸던 자신의 모습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