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을 둔 집이라서 선택한
"날마다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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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 11학년 2학기가 시작하던 바로 그 주에 짱이는 4박 5일짜리 캠프에 들어갔다. 11학년 1학기 기말을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고, 1학기 기말고사를 치느라 새우잠이 이어졌고, 짧았던 겨울 방학은 번갯불처럼 지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보면서, 2학기 개강을 알리는 메일들을 우수수 받으면서, 몸과 마음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캠프로 향했다.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 도장을 찍었던 포스텍차세대영재기업인교육원에서 주최하는 마지막 4D 캠프! 80명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해서 최종으로 선발된 사업제안서를 바탕으로 4박 5일 동안 팀을 꾸려서 경영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아주 뜻깊은 기회라고 짱이는 기대를 했다. 다행히도 14개의 제안서 중 하나로 짱이의 아이디어가 선발이 되었다. 짱이는 "누구나 아트를 즐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사업 아이템을 함께 굴려줄 "공동 창업자들"을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번 캠프는 스타트업계에서 펼쳐지는 실제 상황에 최대한 유사하게 설정이 되었는 듯했다.


캠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마미는 집을 통째로(우리는 원룸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다) 비워 줄 작정을 하고 있었다. 사실 5일간 동안 내 나름 재밌게 놀겠다고 흑심을 품었었다. 하지만, 짱이는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를 또렷이 말했고, 마미는 세상 유일한 도우미로 발탁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캠프를 (원룸에서) 저만치 떨어져서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 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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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시뮬레이션은 정말 숨 막히게,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캠프에 와서야 처음 만나게 된 공동창업자들에게 사업제안서를 소개를 하기가 무섭게, 이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열띤 소통으로 이어지고, "모두가 동의하고" "마음에 들어 할 때까지" 치열하게 다듬어갔다. 저녁마다 전문가들이 멘토로 팀방으로 들어와서 솔직하고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셨다. 하루 종일 고민하고, 발견하고, 고안하고, 환호하고, 부딪히고, 다듬어간 아이디어들이 와르르 무너질 만한 말씀들을 듣는 눈치였는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있었다. 경영 시뮬레이션이니만큼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기회가 딱 1번 있었다. 물론 이자를 지불하는 게 게임의 룰이었고, 단위는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이 대출의 유혹을 어떻게 기회로 삼고 있는지를 체험해 보게 설계되어 있었다. 캠프 2일째에 사업발표회가 있었고, 첫 번째 투자가 진행되었다. 모두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량을 드러내면서 투자 유치에 성공, 혹은 아쉬움을 경험했다. 다시 24시간 뒤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 투자를 받을 기회가 있었기에 받았던 피드백을 어떻게 사업에 반영할지에 다시 끈질기게 매달렸다. 동시에 자신들도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서로가 하는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보드게임을 할 때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그냥 게임이야"라고 하던 우리 집 풍경이 떠올랐다. 매 게임마다 골똘히 생각하고, 꼭 이기고 싶어 하고, 결과를 계산할 때는 얼마 차이로 이겼는지를 꼭 짚고 넘어가던 꼬마 짱이! "인생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자"며 여유를 가르치고 싶어 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게임은 원래 결과를 분명히 계산하는 거야. 엄마는 궁금하지 않아?"라고 하던 너.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데, 이왕 하는 보드 게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좀 더 실감 나게 놀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를 고민하면서 언제나처럼 또르륵 또르륵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보드게임들을 내 주변에 펼쳐 두었다. 틈만 나면 한 판 놀 준비를 하며.


짱이네 팀은 뭔가 잘 풀리지 않는 듯했다. 캠프가 절반 정도 지났을 때 "우승은 이미 놓친 듯"이라는 분위기가 멀리서 일하던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팀장인 짱이는 아직 게임이 한참인 순간에 다른 팀원들의 기운을 올리고 싶은 듯했다. 우리가 보드게임을 하다가 "어떻게 하면 이 게임에서 이기는지"를 잠깐 놓칠 때면, 짱이는 설명서를 집어 들고 읽어 주면서 다시 포커싱을 하도록 한다. 이 순간에도 짱이는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우승의 기준" 같은 것을 팀원들과 같이 읽고 있었다. 다른 플레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에 흔들리기 전에 우승으로 가는 게임의 룰을 다시 상기하는 장면! 짱이와 보드 게임을 하면서 수없이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좀 더 힘을 내서 보드 게임해 줄 걸..... "딱 한 판만 더!"를 호소하는 초등 짱이를 설득하고, 꾸짖으면서 "적당히 놀도록"했다. 이렇게 도움이 될 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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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고, 스스로가 선택한 훈련이고, 2년 동안 매일 트레이닝을 받은 내공들이었고, 디지털 세대답게 온갖가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듯했다. 말이 4박 5일이지, "박"은 거의 없었다.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시간도 없고, 식욕도 다들 안 나는지 스킵 스킵! 아침 8시 30분에 출석 체크를 하기가 무섭게 14시간 이상씩 집중적으로 몰입을 하고 있었지만, 청소년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탁월한 스킬에 환호하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말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서로가 격려했다. 누구 한 명의 뛰어남보다는 서로가 승리하도록 지지하고 쉼 없이 소통해야 하는 팀워크 게임을 할 때의 기분이 느껴졌다.


코로나로 2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나고 수료식을 하게 된 PCEO 11기생들!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할 이 나이대에 "사회적 거리"가 몸에 익숙해져 있는 디지털 세대들. 이번 캠프 덕분에 전국 아니 해외에 있는 청소년들도 랜선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전 원주 포항 등등에서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함께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다니!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KK0qoZyZE&t=4s

출처: 포스텍차세대영재기업인교육원 | 캠프를 이끈 조교 선생님들이 11기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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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이 빡빡한 캠프 5일 동안 짱이는 "날마다보드게임"을 했다. 마미는 보드게임이 감정지능 EQ 프로그램에 교구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난주에 보드게임 지도자 과정까지 받아 두었다. 이 교육 때 장만한 보드게임 6가지를 하루에 하나씩 플레이를 했던 것이다. 보드게임이 얼마나 삶에 유익한지를 캠프 현장에서 잘 관찰하면서 플레이를 했던 지라, 짱이와 나는 2022년을 날마다보드게임의 해로 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초등생이던 짱이가 "한 판만 더하자"라고 할 때는 거절했으면서, 고 3이 된 짱이에게 "한 판만 더 할래?"라고 꼬시는 나는? 보드게임을 짧게 플레이하면서, 캠프를 길게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부터는 보드게임을 정말로 찐~~ 즐기자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모처럼 느긋하게 산책을 나갔다. 11학년 2학기 2주 차를 맞이하는 짱이도 할 일이 많고, 나도 업무가 쌓여 있는지라 이렇게 둘이 대화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좋은 타이밍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를 난 머릿속으로 얼른 굴려 보았다. 캠프 때 가장 힘들어했던 경험들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말을 건넸다.


"결국 사람이 핵심이야. 이번에 더 배웠어. 사람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어."

"응? 그래? 너 그거 EQ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까 사람들을 이해하고,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왜 생각이 다른지 등을 너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EQ 쪽에 더 관심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

"응, 맞아."


우연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너무 절묘하게 우리들의 인생이 펼쳐진다.

어떤 즐거운 일이 펼쳐질지 지금 이 순간들을 즐기면서 가봐야겠다. 오늘 저녁은 "리틀 드래곤" 게임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에 했는데 설명서를 읽어 주며 설명을 했던 그녀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나도 한 번 이겨 봐야지!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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