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으로 공부하려면 독일이지!"

2022년 가을 겨울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대화들을 해야 했었다.

이 날이 오래전부터 두려웠었다. 부디 그런 일들은 없기를 바랐지만, 하루하루 현실이 되었다. 지금까지 짱이가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이든 흔쾌히 지지를 했다. 어릴 때는 호기심이 닿는 만큼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현실적 제한을 넘어서까지 아이의 꿈을 키우고 말았다. 그러다가..... 휴... 드디어 내가 두려워하던 순간이 오고 말았다.


짱: "이 정도면 어때? 너무 비싸지?"

마미: "응, 그건 좀 무리네."

짱: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이 정도는 어때?"

마미: "와, 미국 학교는 진짜 비싸기는 비싸구나."

짱: "난 꼭 명문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마미: "그래도 네 능력이 좀 많이 아까운데."

짱: "내가 알던 대학교들이 진짜 비싼 거였다는 걸 이제 알겠네."

마미: "........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들로 알아보자."

짱: "그렇다고 난 너무 쉬운 학교들 가서 공부하면서 전혀 도전을 못 받는 건 또 싫어."


온라인 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꾸역 꾸역해 가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가면서 주 2회 인턴십을 허덕거리며 유지하면서,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이 입시라는 관문을 짱이는 징하게 하고 있었다. 자신이 지원할 미국 대학들을 찾으면서 전공을 비롯한 세부 사항을 다 찾고, 배움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부풀어 올랐을 때, 나에게 말을 건네온다. 그 대학의 학비를 감당할 수 있겠냐고....... 어색한 대화로 그 대학들을 지원조차 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반복되는 일련의 과정에 살짝 지친 듯했다.


마미: "........ 미안하다, 딸. 네가 실컷 공부할 만큼 자금도 마련해 두지 않고서 꿈만 키우게 했네. 정말 미안하다. 네게 할 말이 없네."

짱:..........

마미: "우리 형편에 맞추어서 네 꿈을 제한하는 건 부모로서 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네 꿈은 무한대로 키우도록 돕고, 우리 형편이 발목을 잡네. 너무 미안하다, 짱."

짱: "엄마, 난 그 누구도 배우는 데 있어서 돈이 제약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건 나도 포함이야. 학비는 보통의 사람들이 낼 수 있는 정도가 모두에게 적용이 되어야지. 그래야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 얘들이 대학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거야. 난 내 학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엄빠가 원망스럽지 않아. 난 대학 등록금은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해. 누구든지 어느 정도의 교육비로 뭐든지 공부할 수 있는 게 사회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마미:..........

짱:............

kelli-mcclintock-wBgAVAGjzF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Kelli McClintock

: "그럴 거면, 독일이지. 장학금으로 공부하려면 독일이 최고지!"


순간 거실의 공기가 휘리릭 방향이 바뀌는 걸 느꼈다. 그래, 맞다, 독일! 그래, 독일이야기를 우리가 입버릇 처럼 했었는데. 독일, 한 번 살펴보자. 세 명은 각자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가장 궁금한 것들을 찾아서 탐험을 하기 시작했다. 조사를 하면서 "독일은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에게도 장학금으로 공부하게 해 준대"라는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은 그 작은 불씨 같은 한 마디를 꼭 잡고, 우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응? 이건 뭐지?"

"말이 돼?"

"어쩌지?"

"대박인데!"


가족 그룹톡에 수다로 시껄벅쩍 해 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자신을 위해 늘 최고의 판을 짜는 짱이는 "미국 대학으로 지원하는 건 계속 열어 둘 거야"라며, 여전히 전략가의 모습을 유지했다. 그리고 미국 대학의 학교 설명회를 야밤에도, 새벽에도 참여해서 부지런히 기회들을 포착한다.


장학금을 국제학생들을 포함해서 독일 땅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독일!

짱이는 자신의 교육철학과 일치하는 곳을 지구 반대쪽에서 발견했다.


"평생 미국대학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라는 짱이의 말이 나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평생"이라는 말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 어디야?"를 묻던 나이부터 오늘까지이다. 그 꿈이 이 아이를 여기까지 끌고 온 듯했다. 아이의 꿈, 우리의 꿈이 우리 삶을 참 행복하게 채웠다. 아이의 꿈을 키우는 우리에게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말을 많이 했었다.


"중고등학교 가면 과외비가 많이 들 텐데, 저금해 두어야지, 초등인데 뭐 하러 그렇게 써요?"

"어차피 잘해도 유학 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우린 해당이 안 될 거라는 그분들의 판단.)"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러 돈을 그렇게 써 가면서 해외 유학을 보내요?"

"자식한테 너무 투자 많이 하는 거, 그거 결국 후회해요."


지금 생각하면 난 참 행운이었다. "내가 되고 싶은 근사한 엄마의 모습"을 내 맘대로 그려왔고, 내 교육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황당무계하게 들릴지라도, 내 가까이에 있는 남편과 시어머니는 늘 함께 걸어와 주었다. 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주문처럼 난 내 나름의 덕담을 짱이에게 챙겨서 해 주었다. "넌 공부 많이 해서, 충분히 넘치게 성적 받아서, 해외 유학을 갈 때는 그 점수 반만 되어도 장학금이 나오는 곳을 찾아서 가라. 그러면, 엄빠의 경제력과는 상관없이 네가 원하는 대로 유학 갈 수 있을 거야." 간절히 바랐다. 짱이가 성적으로 그렇게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무료로 다닐 수 있는 독일의 공립대학들, 아뿔싸! 독일어?

당연한 말이겠지만,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미국의 그것과는 달랐다. 거기다가 학교마다 시스템이 완전히 달랐다. 독일로 방향키를 돌리면서 시작한 우리의 조사는 지금도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고 있다. 미국학교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시간들과 비교하면, 독일은 심적으로도 준비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다. 더구나 무료로 다닐 수 있는 대학들은 전공 수업을 자국어인 독일어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언어 구사력을 입학 조건으로 걸고 있었다. 다시 방향 전환! 독일 내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세부 검색! 숫자는 적지만, 사립대학교들이 있었다. 교육비가 있지만, 그래도 감당해 볼 수 있는 액수이다. 딸바보 짱파는 이 사립대학들의 강점, 단점들을 꿰뚫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렇게 공립, 사립 대학교들을 파악하는 동안, 짱이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어차피 독일에서 생활을 한다면, 독일어를 배워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헐! 너 그럼,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에 독일어도! 그럼 너의 20대는 정말 재미있을 거야. 하지만, 너무 힘들지 않겠어? 스페인어 수업과 시험도 쳐야 하는데, 독일어까지 추가하면? 이러는 사이, 짱이는 "듀어링궈"를 켜고 독일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 번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독일어를 연습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신통했다. "독일어는 괴테 인스티튜트지!"라는 우리의 대화를 듣더니, 정식 수업 신청을 고민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왕 독일 가서 공부하는 거, 독일어를 구사해서 공립으로 가면, 등록금을 완전 면제받을 수 있으니, 엄빠에게 부담도 훨씬 적을 거라는 짱!


"독일어와 스페인어까지 하는 아시아인은 드물 수도! 미국 보다는 독일에서 Job 구하기가 나을 수 있어!"

짱이의 전략은 대학 공부를 마친 뒤 취업까지 연결이 되면서 그려지고 있었다. 졸업 후 자신의 시장 가치가 어느 나라에서 더 높게 평가될 지를 계산하는 짱. 모두가 영어로 말하는 미국에서, 자신 처럼 한국계 미국인인 교포 사회가 제일 큰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만 구사할 수 있는 한국 청년인 자기 자신인 반면, 영어가 모국어 수준이고, 독일어로 대학 공부까지 했고, 거기에 스페인어가 가능한 아시안이고,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한참 뜨는 한류의 본고장 한국에서 온 청년! 짱이는 독일에서의 자기 입지가 훨씬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나 보다. 독일어 공부를 하는 시간을 빠뜨리지 않는다.


12학년 마지막 기말고사를 앞둔 4월, 독일어 "초집중코스"를 선택하는 건 과연 어느 정도 위험이 있을까? 대학 입시 준비로 이번 학기도 학교 공부 진도도 또 밀렸다. 거기에 스페인어 수업은 인터뷰까지 몇 차례 포함이 되어 있어서 시간적으로 틈이 보이지 않는 봄이다. 더구나 대학 조사도 계속해야 하고, 설명회 등도 챙겨서 맞추어 들어가야 하는데, 언어 코스를 굳이 지금 해야 할까? 짱이는 짧고 굵은 고민을 했다. 엄빠의 생각도 자유롭게 달라고 하는 전략가!

KakaoTalk_20230319_081905054_01.jpg
KakaoTalk_20230319_081905054_06.jpg


대학 원서의 일부인 에세이를 쓰면서 짱이가 영감을 받는 문구가 있다.


32466549514.20230214162730.jpg?type=w300


그래, 너는 새구나.

훨훨 날아가거라.

세상 어디로든지.

네 꿈을 향해서.



* Top Picture - 사진: UnsplashMaheshkumar Painam

keyword